11일 현재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제단체의 입장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인데 그런데도 불안감은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도 지난 10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후 발표한 논평을 통해 “국회가 경제 활력 제고에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공통된 의견을 전달했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배제 정책에 따라, 칩4(CHIP 4)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통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국내 기업의 미국 본토에 대한 반도체 일괄생산 공장(fab) 건설로 얻을 수 있는 이권을 챙기는 한편, 이들 기업의 한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 정부 들어 용인을 포함한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본격 시작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수도권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 이미 마련된 것이었는데, 이후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당시는 여당이었던 이들이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를 삼성과 SK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했고, 지금은 야당이 되었는데, 과거의 경험을 놓고 본다면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여 추진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정부가 완화한 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도와 최저임금제도 등 노동 이슈도 야권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범야권에서는 “대기업 직원의 임금을 낮춰, 중소기업 직원을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윤 정부는 이러한 기업 관련 이슈들은 기업 입장에 무게를 두고 추진해 왔으나 총선 완패로 기존 의지를 고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야권이 틈을 비집고 물고 늘어진다면 와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기업, 특히 대기업에 대한 비판 정서가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일부 주력산업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올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는 점을 정치권에서도 헤아려 줘야 한다”면서 “지금은 대기업에 대해 비판과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도와주고 응원해 줘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