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골탕 먹다’와 ‘고기 주물러 탕 끓일 년’

글로벌이코노믹

유통경제

공유
0

[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골탕 먹다’와 ‘고기 주물러 탕 끓일 년’

골탕 먹다, 곯아서 먹을 수 없게 된 곰탕에서 유래

'고기 주물러…' 인색한 구두쇠를 지칭할 때 쓰던 말
말 뿌리(어원)는 확실치 않지만 그럴싸한 이야기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들이 있다. ‘골탕’이 그중 하나다. 다른 사람의 계략에 말려서 곤란한 지경에 이르거나 손해를 보았을 때, “나, 그 사람 때문에 골탕 먹었어”라며 기분 나빠 한다.

‘골탕’은 원래 소의 머릿골과 등골을 녹말이나 밀가루, 계란 등에 반죽하여 기름에 튀긴 후 야채와 된장을 풀어 푹 끓인 국이라고 한다.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그 맛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맛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이런 요리를 먹고 기분이 왜 나빴을까? 이유는 ‘골탕 먹다’에서의 ‘골탕’이 맛있는 골탕 요리와 전혀 다른 음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골탕은 ‘곰탕’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국 사람치고 ‘곰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의 고기와 내장을 오랫동안 고아서 뽀얗게 우려낸 국물이 곰탕이다. 이 곰탕에서 골탕의 얽힌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젊은 과부가 살았다. 이 과부는 혼자 살면서 곰탕집을 했는데, 얼굴도 예쁘고 무엇보다 곰탕 맛이 좋아서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한다. 곰탕은 오래 고아야 했기 때문에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하루 팔 분량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맛을 보려면 손님들은 미리 곰탕 값을 치르고 예약을 해야만 했다.

한편 같은 마을에 홀아비도 살고 있었는데 과부의 음식 솜씨가 좋은 것을 알고 과부에게 다른 고장에 가서 장사하며 둘이 살자고 꼬드겼다. 과부도 싫지 않은 터라 어느 날 둘은 밤을 틈타 도망한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다음날 손님들이 닥쳤는데 과부는 온데 간 데 없고 솥에 우려 놓은 곰탕은 이미 곯아서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곰탕 먹으러 왔다가 ‘곯탕’ 먹게 생겼다고 화를 내며 솥단지를 내팽개쳤다고 한다. 얼마나 끌탕했을지 짐작이 간다. 이후 ‘곯탕’이란 말은 회자되기 시작했고, 차츰 ‘골탕’으로 발음이 변해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탕과 관련해 ‘고기 주물러 탕 끓일 년’이란 말이 있다.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는데, ‘자린고비’와 더불어 아주 인색한 사람을 일컬을 때 하던 말이다.

시어머니의 오랜 타박을 눈물로 받아내며 이를 부득부득 갈던 며느리가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던 어느 날 시어머니에게 풍이 찾아와 시어머니는 말도 못하게 되고 꼼짝없이 며느리 수발을 받아야 했다. 며느리는 이때다 싶어 남편 모르게 시어머니를 굶기고 모진 험담을 퍼붓기 시작한다.

한편 남편은 점점 야위어가는 어머니를 보고 아내에게 고깃국 좀 해드리라고 틈틈이 당부하며 돈을 주었다. 며느리는 그럴 때마다 고기장수를 불러서 고기를 많이 살 것 같이 말하며 이 고기 저 고기 손으로 주물럭거리다가 결국 다음에 사겠다고 하며 돌려보낸다. 고기장수가 대문을 나가는 즉시 며느리는 부엌으로 가서 그릇에 물을 받아 손을 씻는데 그러면 물 위로 좀 전에 만졌던 고기의 기름이 둥둥 떠오르게 된다. 며느리는 그 물을 끓여 거기에 소금 간을 한 후 시어머니에게 고깃국이라고 내놓았다. 말 못하는 시어머니는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한번으로 끝났다면 몰랐을 이 일을 며느리는 반복해서 저지르다가 결국 고기장수에게 들키고, 고기장수는 남편에게 일러바쳤다. 그 뒤 며느리의 운명은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못된 며느리를 지칭하는 말로 ‘고기 주물러 탕 끓일 년’이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변하여, 자린고비와 같은 지독한 구두쇠를 지칭하는 말로 쓰여지게 된 것이다.
홍남일 한·외국인 문화친선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