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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막무가내'와 '망나니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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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막무가내'와 '망나니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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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반란군에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뜻에서 유래

망나니 짓, 죄인 죽이고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 포괄
길에서 징징거리며 엄마한테 떼쓰는 아이를 가끔 보게 되는데 이럴 때 엄마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지만 아이는 전혀 고집을 꺾질 않는다. 난처해하는 엄마와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지만 속으로는 ‘그놈 참 막무가내군’하며 혀를 차게 된다.

‘막무가내’는 앞의 상황처럼 고집을 부리거나 버티어서 도저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 흉노족과의 잦은 전쟁으로 백성들의 생활은 궁핍해졌고 터전을 잃은 일부 농민들은 산적으로 변해서 약탈을 일삼게 되었다. 나라에서는 군대를 보내어 산적들을 없애려고 회유도 하고 창칼로 공격도 했지만 산적들은 험한 지형에 요새를 두고 끝끝내 버틴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군의 피해만 커가고 산적들을 무찌를 방법이 없게 되자 관군의 대장이 조정에 ‘반란군은 험한 산세를 끼고 진지를 쌓아서 아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기세 또한 하늘을 찌를듯하여 어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라는 보고서를 올린다. 이 보고서는 물론 한자로 쓴 것이고 내용 중에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가 바로 ‘막무가내 莫無可奈’라는 한자였다.

이 한자는 이후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막무가내와 비슷한 의미로 ‘무대뽀’라는 말을 간혹 쓰는 사람이 있다. 일본말 ‘무댓보우’에서 변했으며, 직역을 하면 ‘총 없이 싸우려는 군인’이고 의미는 ‘생각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대뽀’는 일본말인 데다가 느낌상으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으니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막무가내와 궁합이 잘 맞는 말로 ‘망나니 짓’이 있다. 제멋대로 거칠게 행동하는 것이 ‘망나니 짓’이다. ‘하는 짓이 꼭 망나니 같네’의 속담으로 가장 많이 쓰이며 유래도 그럴듯하다.

조선 숙종 때 칼을 잘 쓰며 도둑질을 일삼던 마적 두목이 결국 잡혀서 처형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불안해하던 어느 날, 감옥 관리가 두목에게 와서 “네 목숨은 내일까지다. 그런데 죽지 않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자, 두목은 “무슨 일이라도 할 테니 목숨만 살려 주십쇼”라며 애걸했다. 관리는 두목에게 망나니가 되면 살려 주겠노라고 했다. 망나니는 죄인의 목을 자르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두목 자신도 목이 잘릴 사형수였지만 칼을 잘 쓰는 마적이었기 때문에 망나니로 있으라 한 것이다.

두 번 생각 없이 두목은 허락을 하고 자신이 죽어야 하는 날 다른 죄인의 목을 잘랐다. 이후 몇 번의 망나니짓을 더 했는데 어느 날부터 꿈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나타나서 괴롭혔다. 이후 두목 망나니는 반미치광이가 되어 난폭해지고 행동도 점점 거칠어졌다. 사실 사람의 목을 베야 하는 망나니 생활을 누구라도 제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두목 망나니는 또다시 사람을 죽여야 하는 날이 임박해 오자 산에서 스스로 목을 매었다.

망나니는 사전에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망나니의 말 풀이는 ‘막+난+이’ 즉, ‘막 돼먹은 사람’이라 하는데, 이런 근거로 하면 죄인을 죽이던 사람만이 망나니가 아니고, 사전에 설명한 것처럼 함부로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 모두를 포함해야겠다. 유래어는 대개 고증하기도 힘들고 갈래도 많으니까 그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고, 다만 어느 상황에서 적합하게 사용되는가만 알면 좋을 것 같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