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톡]
[글로벌이코노믹 박종준 기자] 조선과 철강산업을 주축으로 50여년 간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현대중공업과 POSCO의 수장인 권오갑 사장·최길선 총괄회장과 권오준 회장이 최근 겪고 있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너무도 닮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해 각각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문경영들로 최근 실적부진 등으로 '동병상련' 처지인 것. 이 같은 사정은 경영성적의 척도 중 하나인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거둔'사상최대' 3조원대 적자의 늪에서 쉽사리 헤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매출 12조2281억원, 영업손실 1924억원, 당기순손실 1252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7% 하락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적자폭이 확대됐다. 조선부문 건조 물량 감소와 정유부문 국제유가 하락 탓이다. 또한 영업손실은 일회성 비용인 퇴직위로금 1614억원이 포함되며 적자 폭이 늘었다.
철강업계 1위 포스코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1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
포스코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5조 1010억원, 영업이익 7310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의 경우 2014년 1분기보다 2.2%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거의 같았다. 지난해 1분기 포스코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15조 4401억원, 영업이익이 7313억원을 거둔 바 있다.
권 회장이 지난해 취임 초기, 매출을 2013년 61조8000억원에서 2016년까지 78조원으로,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이익률 4.8%)에서 5조원(6.4%) 늘리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던 만큼 '실적 정체'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수익성 하락에 따른 실적부진 등에 대해 신평사들이 최근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향후 실적 제고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의 고전은 최근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4월29일 19만7000원이던 주가는 현재 14만4000(29일 12시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마저도 올해 초 9만9400원까지 떨여졌다 최근 등락을 거듭한 끝에 회복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이맘때 29만8500원에 거래됐던 주가는 현재 25만75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말 27만5500원까지 거래되다 이후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된 '골칫덩어리' 계열사 처리 문제에도 머리를 싸맨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풍력발전 부품 자회사인 야케(Jahnel-Kestermann Getriebewerke GmbH)에 대해 구조조정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야케는 지난 2010년 말 현대중공업이 평산으로부터 부채 1030억원을 승계해 인수했지만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현재 야케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해 점검 중이다. 이는 지난해 9월과 10월 권오갑 사장과 최길선 총괄 회장 취임 이후 비주력 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포스코에게도 요즘 적잖이 속을 썪이는 계열사가 있다. 바로 지난 2013년 성지지오텍을 인수해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에 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이다. 포스코는 이 회사에 지난 2013년과 2014년 사이 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정은 나이지지 않았고, 심지어 최근에는 울산공장의 문을 닫는다는 소문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설상가상.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도 똑같다.
검찰(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16일 울산공장 특수선사업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검찰로부터 해군 잠수함 부실 평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검찰로부터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과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의혹 등과 관련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양사의 국내 업계 1위 '위상'도 예전만 못할 뿐더러, 최근 강력한 경쟁자들로부터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수주잔량은 100척, 489만6000CGT(가치환산톤수)로 전월 대비 13만CGT 감소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대우조선해양옥포조선소의 817만5000CGT(129척), 2위 삼성중공업거제조선소 501만6000CGT(83척)에 못미치는 기록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수주잔량이 500만CGT 밑으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2013년 4월(472만8000CGT, 96척) 이래로 2년 만이다.
포스코는 철강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현대제철이 최근 합병 등으로 몸집을 불리며 만만치 않은 기세로 추격해오고 있는 게 걸린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 2013년 현대하이스코냉연부문을 합병허더니 작년 10월에는 '특수강 2위' 동부특수강을 품에 안았다. 이후 현대제철은 지난 8일 현대하이스코 합병키로 하면서 자산규모를 31조원, 매출을 20조원 규모로 덩치를 키우며 '지존' 포스코를 위협해오고 있다.
박종준 기자 dream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