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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어부지리(漁夫之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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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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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어부지리(漁夫之利)

중국 춘추전국시대 '황새와 조개' 이야기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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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당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유행어는 ‘어부지리’였다. 이 해 6공화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누가 봐도 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여당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공식 출마를 선언했고, 야당에서는 김대중과 김영삼이 합심하여 둘 중 한 명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야당의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먼저 후보가 되어야겠다며 싸움을 했다. 결국 두 사람의 합의는 깨지고 각자 선거에 나오는 바람에 야당 표는 분산되고 약세였던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처럼 두 사람이 다투는 사이에 제3자가 이득을 보게 되는 경우를 빗대 ‘어부지리’라고 한다. 한자 그대로는 ‘어부가 득본다.’로 이 말의 유래는 24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중국은 진, 조, 위, 한, 제, 연, 초의 7개 나라로 쪼개져 있었다. 이를 ‘전국 7웅 시대’라고도 한다. 이들 나라는 영토 확장을 위해 하루가 멀다고 싸움을 했다. 군사력은 서로 비슷해서 대치 상태가 오래되었다. 그런데 조나라에 인접한 연나라가 내리 2년간 가뭄이 들어서 국력이 약해지자, 조나라가 쳐들어오려고 준비를 한다. 소식을 들은 연나라는 서둘러 대책 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 하던 중, ‘소대’라는 신하가 조나라에 가서 설득해 보겠노라고 말한다.
목숨을 걸고 조나라 혜문왕을 찾은 소대는, “제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강변에서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황새 한 마리가 부리를 조개에 물려 한 참을 퍼덕거리다가 힘이 빠져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것을 지나가 던 어부가 이를 보고 황새와 조개를 한꺼번에 자루에 넣었습니다. 지금 조나라가 저의 연나라를 치시려 하는데 만약 조나라가 황새고, 연나라가 조개라면 과연 누가 어부가 되겠습니까? 저의 연나라가 비록 가뭄에 시달려 힘든 처지에 있지만 오래 버틸 자신은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이 길어지면 결국 두 나라는 막강한 진나라에게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왕께서는 이를 깊이 생각하시어 전쟁보다는 우리 연나라와 연합을 하시어 진나라의 위협을 먼저 제거하소서.”라며 회유를 했다. 소대의 이 말에 조나라의 혜문왕은 과연 그럴듯하다하여 연나라에 대한 공격계획을 중지했다고 한다.

‘어부지리’의 유래는 방금 언급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같은 의미의 ‘견토지쟁(犬免之爭)’은 개와 토끼가 쫓고 쫓기다가 결국 둘 다 지나가던 농부에게 잡힌다는 말이다. 그리고 ‘방휼지쟁(蚌鷸之爭)’이란 말도 견토지쟁과 같은 뜻을 가지면서 단지 도요새와 모시조개의 싸움을 빗댄 것으로 어부지리의 내용과 똑 같다.
하지만 요즈음 견토지쟁이나 방휼지쟁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어부지리’만 흔히 통용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서울 모처의 보궐선거를 보면서 문득 생각나기에 뒤져본 말이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