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하다 거덜 났다’, ‘사업하다 거덜 났다’ 등의 이런 말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듣는다. 말뜻은 분명 ‘노름이나 사업으로 망했다’라는 것인데, 망한 것과 ‘거덜’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한 마디로 별 볼일 없는 거덜이지만, 행차 때만큼은 자신의 외침에 사람들이 길옆으로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우쭐하는 마음에 가슴을 쭉 내밀고 팔자걸음을 하곤 했다.
그런데 앞에서 ‘거덜 났다’하면 경제적으로 망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딱하기만 하다. 쪼들리는 거덜 생활에도 높은 양반 호위하며 배인 겉멋에, 싼 술집은 마다하고 양반이나 다니는 고급 술청에 가서 기생에게 허세부리다가 얼마 되지 않는 가산을 탕진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런 한심한 거덜이 한 두 명이 아니어서 사람들은 이 후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날리면 ‘거덜 났다’고 말했다. 따라서 거덜 났다 하면 거덜처럼 무일푼이 되었다는 말이 되는 셈이다.
‘거들어 주다’에서 거덜이 파생되고, 거덜에서 ‘거덜 나다’로, 다른 한 편으로는 ‘거들먹거리다’로 가지를 치게 되는데, ‘거들먹거리다’에서 ‘건달’이란 단어도 만들어 진다. 사람들은 거들먹거리거나 하는 일 없이 건들거리며 노는 사내들을 통해 거덜을 떠 올렸고 그런 부류를 자연스레 건달로 부르게 된 것이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불이 경복궁 향원정 주변에 켜졌는데, 이 당시 발전상태가 좋지 않아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하며 건들거린다 하여 ‘건달 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본래 남을 도와주는 사람 ‘거덜’이 분수를 모르고 허세를 부리다가 거덜 나거나, 더 고약하게 폭력을 휘두르며 남을 괴롭히다 신세를 망치는 건달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