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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산책] 6·25 전쟁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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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산책] 6·25 전쟁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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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올해로 6·25전쟁이 발발한 지 65년이 됐습니다. 같은 민족 간의 전쟁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안겨줬습니다.

이번 주에는 전쟁과 관련된 어휘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어머니는 상공에서 가해지는 적군의 포격 속에서도 두 손에는 온갖 짐을 들고 등에는 세 살배기인 나를 업은 채 남쪽을 향해 피난을 가셨다. 어머니는 전쟁 중에 아버지를 잃고 홀홀단신 살아가며 나를 대학까지 가르치셨다."

위 문장 가운데 세 개 어휘에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폭격' '피란' '혈혈단신'을 잘못 쓴 것입니다.
위 문장에서 '포격'은 내용상으로 '폭격'이 맞는 말입니다.
'포격(砲擊)'은 지상에서 대포를 쏘는 것을 말합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 파손된 개인주택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처럼 쓰입니다. 그러나 '폭격(爆擊)'은 비행기가 폭탄을 지상으로 떨어뜨려 목표물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쟁영화에서 융단폭격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포격’은 지상에서 공격하는 것이고, ‘폭격’은 상공에서 공격하는 것입니다.

'홀홀단신'이라는 말은 없고 '혈혈단신(孑孑單身)'이 맞습니다.
외로울 혈(孑)자를 써서 의지할 곳 없는 아주 외로운 홀몸을 일컫는 한자말입니다. 그런데 ‘독신’을 뜻하는 우리말 ‘홀몸’을 연상해서인지 “홀홀단신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처럼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말 ‘홀홀’은 ‘작은 짐승 따위가 가볍게 나는 모양’을 의미하지 독신이란 뜻은 전혀 없습니다. “그는 1·4 후퇴 때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와 피붙이도 없이 살아간다.”처럼 쓰입니다.

'피난' 역시 '피란'으로 써야 맞습니다. 두 말은 비슷하게 쓰이지만 의미가 약간 다릅니다.
'피란(避亂)'은 난리·전쟁이나 병란(兵亂→ 병사 병, 어지러울 란) 등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란길·피란민·피란살이’처럼 쓰입니다.
그러나 '피난(避難)'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 고난 또는 지진, 홍수 등 천재지변을 당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합니다. ‘피난민·피난처·긴급피난’ 등으로 쓰입니다. 전쟁을 피해가는(피란) 게 아니라 재난을 피해가는(피난) 거죠.
‘피난민’은 줄여서 ‘난민’이라고도 합니다. “남아시아 지진 해일로 (피)난민이 많이 발생했다.”처럼 쓰입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