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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주먹구구, 얼렁뚱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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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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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주먹구구, 얼렁뚱땅

"김씨는 <주먹구구>로 이자를 계산하더니 빌린 돈의 두 배를 갚으라고 했다."

“지난번 중간고사를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보아서 점수가 형편없었지 뭐야.”
나열한 두 문장 속에 나오는 ‘주먹구구’의 의미는, 어떤 일 따위를 어림짐작으로 대충해 버리는 방법이나 셈법을 말한다. ‘주먹구구’를 풀어보면 ‘주먹’과 ‘구구’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주먹은 우리 손의 주먹을 말하고 구구는 ‘구구단’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주먹을 이용하여 구구단 셈법을 한다’는 뜻이다.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7에다 8을 곱하려 할 때, 먼저 한 쪽 손으로 7을 꼽는다. 그러면 손가락 모양은 세 개가 접히고 두 개는 펴져 있게 된다. 그 상태에서 다른 손으로 8을 꼽으면 손가락은 두 개가 접히고 세 개는 펴진다. 이 상태에서 양 손의 펴져 있는 손가락을 세어보면 모두 다섯이 되는데, 이 다섯에 10을 곱하면 50이란 숫자가 나온다. 그리고 나머지 접힌 손가락은 세 개와 두개인데 이 둘은 그대로 곱(2×3)하여 6의 숫자를 낸다. 최종적으로 펴진 손가락의 50과 접힌 쪽의 6을 합치면 56이란 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른 수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주먹구구셈은 5이하의 숫자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5단까지는 미리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 셈법은 주로 예전에 노인들이나 장바닥에서 장사치들이 급한 대로 이용하곤 했다. 그래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구구셈을 따지는 방식은 우선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이렇게 따지고 저렇게 곱하다 보면 자주 틀린 결과가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성을 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정확한 앞뒤 계산이 없이 대충대충 일을 처리할 때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주먹구구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의미 차이가 나는 말로 <얼렁뚱땅>이 있다. ‘엄살이나 피우면서 얼렁뚱땅 일 할 생각은 버려’라는 예문에서 보듯 <얼렁뚱땅>은 완성해야 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하지 않고 건성으로 처리하는 ‘행동 표현’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얼렁뚱땅은 <엉너리>와 <뚝딱>이 합쳐진 말이다. 먼저 <엉너리>는 순우리말로 ‘남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능청스러운 말이나 행동’이고, <뚝딱>은 ‘일을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해치우는 모양’을 뜻한다. 이러한 두 가지 의미가 모아져서 된 <얼렁뚱땅>은 ‘행동 따위를 일부러 어물거려서 남을 슬쩍 속여 넘기는 모양’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따라서 ‘주먹구구’보다 ‘얼렁뚱땅’이 좀 더 의도성이 강하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엉너리와 엉터리는 이웃사촌으로 보아도 무난하다.

여기에 유사한 단어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어물쩍」이란 표현도 있다. 이 단어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우물우물>한다’의 <우물우물>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우물>은 ‘우물거리다’ 즉 말을 하는 듯 마는 듯하는 입 모양새를 나타내는 의성어이다. 이것이 <어물어물>이란 표현으로 옮겨지면, 말보다는 ‘일부러 살짝 얼버무리는 행동’을 지적할 때 활용되곤 한다. 따라서 「우물거리다」에서 <우물우물> <우물쭈물> <어물어물> <어물쩍> 등의 단어들이 파생 된 것이다.

어쨌든 살펴본 세 가지 단어들은 자신이나 타인 사이에 자주 언급되면 사회생활에 그만큼 곤란을 겪게 될 것은 분명하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