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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소비자가 甲인 역경매 방식의 벤처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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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소비자가 甲인 역경매 방식의 벤처가 뜬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IT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경매 시스템 역시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전통적인 경매 양식은 판매자가 가격을 설정해 놓으면 소비자들이 시작 가격에 맞추어 입찰을 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과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하게 된 배경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가격을 설정해 놓고, 판매자가 입찰하는 형식의 역경매 방식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벤처들이 새롭게 창업하고 또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에는 구매 조달 비용과 거래 시간 등에 있다. 벤처 기업은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거래 시간이 짧을수록 좋고, 구매 조달 비용 등이 줄어들수록 벤처가 성장하기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역경매 비즈니스 플랫폼이 여기에 맞지 않는가?
해외에서는 이미 역경매 비즈니스 플랫폼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유명한 종합 여행 예약 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은 경쟁사와 달리 역경매 방식을 최초로 여행업에 도입하여 구매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성했다. 구매자가 먼저 원하는 가격과 날짜, 목적지 등의 요구 조건을 제시하면 판매자가 역으로 호텔, 렌터카, 항공편 등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환호했고, 판매자들은 효율적으로 재고를 소진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달성한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역경매 모델은 기업 간 거래인 B2B 서비스와 정부의 조달인 B2C 서비스로 주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웨딩, 중고차, 차량수리, 여행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역경매 기반 벤처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역경매 모델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써 이 외의 분야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역경매 비즈니스 플랫폼은 초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와 서버를 구축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하면 그것으로 스타트업의 출발점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기업에서 준비 자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역경매 비즈니스 플랫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벤처기업 간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최근 배달 어플리케이션과 관련하여 언론에서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 등으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역경매 비즈니스 모델은 수수료에 기반한 수익 모델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프라이스라인과 같은 경우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항공사의 항공권의 최저 가격과 호텔 객실의 최저 금액, 렌터카 회사의 렌트 비용의 최저 금액 등의 수치를 바탕으로 구매자가 제시한 가격과 보유한 최저 금액간의 수치의 차액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삼고 있다. 이는 구매자가 느끼는 가치(PUV : Perceived User Value)와 실제 금액간의 차액이 곧 수익이 되는 것이다.

이는 역경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뿐 아니라 이에 참여하는 소비자에게는 게임(Game)을 플레이하는 재미와 자신이 생각하는 합당한 가격에 구매하게 하여 만족감을 선사한다. 또한 판매자에게는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특히 항공권, 숙박업 등의 서비스 업체에서의 재고는 발생 즉시 소멸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역경매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재고의 소진 시, 가치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역경매 비즈니스 플랫폼은 벤처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 와튼 스쿨의 조나 버거 교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입소문을 내고 싶다면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용한 역경매 비즈니스 플랫폼은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으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저비용 벤처를 양성하는데 적합한 플랫폼인 동시에,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러한 역경매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를 갑(甲)으로 대우하는 동시에 판매자와 기업 모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형태의 벤처 기업이 더 증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