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수단은 전화번호인 숫자 입력이다. 인터넷으로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보편적 수단은 모국어 입력이다. 즉 인터넷에서 기업명으로 된 한글 입력은 고객이 기업을 만나는 가장 보편적 수단이다.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며 고객과 가장 편하게 소통한다. 그러나 현재의 인터넷은 도메인 창인 인터넷 주소창에 기업명과 제품명을 입력해도 그 기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는 그것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웹 경제 주도 기업들이 카르텔(cartel)을 형성해 web이라는 함정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의 주소창과 검색창의 구별과 그 기능 차이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을 교묘히 활용한 것이다.
왜 이럴까? 기업 입장에서는 영문도메인(예, http://www.compia.com)을 입력하는 사용자도 그 기업의 고객이고 상업등기소나 특허청에서 부여한 기업명과 상표(예, 콤피아)를 입력하는 사용자도 그 기업의 고객이다. 영문 도메인인 http://www.compia.com을 입력하면 해당 기업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한글 실명인 콤피아를 입력을 하면 검색 포털로 돌려진다. 이유는 영문 도메인을 포털로 돌리면 법에 저촉되지만 한글 실명인 콤피아를 입력하는 고객은 포털로 돌려도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순이다.
2003년쯤 주소창에 한글 실명을 입력하는 하루 빈도 수는 약 2500만 건에 달했다. 마치 전화번호를 하루에 2500만 건 입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100만 기업으로 나누면 한 기업당 하루에 25건의 고객인 셈이다. 100만 중소기업의 하루 25건(월간 750건, 연간 9000건)의 고객을 다른 기업이 가로채 가면 100만 중소기업은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들 기업 중 약 70만 기업이 자신의 고객을 가로채간 포털에 연간 1조3000억원을 주고 빼앗긴 자신의 고객을 되사오기를 반복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만 중소기업이 경영 활동을 통하여 창출한 고객을 연간 9000건(하루 25건)이나 남에게 빼앗기는 것도 억울한데 그것을 되사오기 위하여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주고 빼앗긴 자신의 고객을 되사오지 않으면 자신의 고유 고객임에도 짝퉁이나 다른 기업으로 연결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중소기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며 잉여이익으로 추가적인 고객을 창출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10년간이나 방치되면 경쟁력 있는 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고 많은 리소스가 들지 않는 부당 이득자는 빛을 더 발휘할 것이다. 지난 10년 경제는 이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 전화가 발전하여 된 인터넷이 기업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부당 이득자 혁신의 도구가 되어 정상적으로 노력하는 경제 주체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 리더와 경제 전문가, 심지어 인터넷 전문가 역시 이와 같은 역학 구도에 대하여 정확히 모르고 있다. 경제위기가 깊어지게 된 이유이다.
법이 있건 없건 표준이 있건 없건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고객은 그 전화번호를 가진 기업의 고객이듯이 인터넷 역시 그 기업명을 입력하는 고객은 분명 그 기업의 고객이다. 포털 입장에서는 100만 기업의 하루 25건의 고객을 자신의 가게로 돌리기만 해도 하루에 2500만건(월간 7억5000건, 연간 90억건)의 고객이 그냥 생긴다. 엄청난 불로소득이다.
이것이 인터넷상의 경제정의인가? 지난 10여 년간 웹 경제는 이렇게 형성되어왔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경제주체 중 생산주체인 기업에 기반한 새로운 인터넷 정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판정 넷피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