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남상태·고재호·정성립 “3조원 부실사태, 모른다”
[글로벌이코노믹 민경미 기자]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책임자들의 추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 부실 사태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오죽하면 의원들이 “대우조선 부실이 자연재해였느냐?”고 호통을 쳤을까. 이날 오전 10시에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남상태·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 정성립 현 사장, 담당 회계법인은 한결같이 부실 사태에 대해 “모른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홍 회장을 비롯한 이들은 “송구스럽다”면서도 의원들의 책임추궁에는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썼다. 이날 산업은행 국정감사는 단연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가 가장 큰 화두였다.
“경쟁사들이 수조원대 손실을 입는 상황을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는 의원들의 사전 인지 여부 질문에 이들은 “몰랐다. 조선사의 특성을 감안해 달라”고 해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홍 회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산업은행의 책임이 무엇이냐”고 따져물었고, 홍 회장은 “경영관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타 금융사에 자금 지원 등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금융회사가 종합적으로 재무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동문서답식의 답변만 늘어놨다.
홍 회장이 민 의원이 던진 질문을 못 알아듣고 대우조선의 정상화 방안만 언급하자 민 의원은 “산업은행의 책임이 무엇이냐”고 재차 질문했다. 그제야 홍 회장은 “송구스럽다. 사전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희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이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홍 회장은 끝까지 산은의 실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자 의원들은 끝까지 책임 추궁을 하며 물고 늘어지는 살벌한 풍경이 벌어졌다.
홍 회장 이외에 또 다른 증인인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과 정성립 현 사장, 김유훈·김갑중 전 대우조선 CFO, 임명섭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상무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사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고 전 사장은 ‘연임을 위해 부실을 감춘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전혀 몰랐다”고 회피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박병석 의원이 “연임 실패가 확정된 올해 4월 이사회에서 ‘일부 제품의 생산이 1년 정도 늦어지고 있는데 금액이 2조5000억 원’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고 지적하자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해 “몰랐다”는 말이 사실상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고 전 사장은 또 “대우조선의 손실 반영이 타 기업에 비해 늦게 반영된 것은 수주시점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임명섭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회계감사 기준에 맞춰 적합하게 감사를 수행했다”고 자신을 변호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자 의원들은 뿔이 났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모두 몰랐고 책임이 없다고 하면 3조원 부실이 자연재해냐?”고 꼬집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아예 국정조사를 하자”고 으름장을 놨다.
의원들의 질타에 홍 회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 부실에 대한 상황을 설명한 것인데 변명 위주로 들리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영관리단을 파견하고 금융회사 협조를 얻어서 재무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대우조선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회사인 만큼 유상증자와 대출 등을 통해 가능한 모든 재무적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LNG선이라든지 다른 특수선에 대해선 세계 1위”라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민경미 기자 jas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