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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벤처 투자 중국 눈여겨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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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벤처 투자 중국 눈여겨봐야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당신의 머리에서는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가? 질문을 바꾸어 보자.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왜 창업을 시도하는가? 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 같다. 바로 ‘돈’이다. 돈이 있어야 벤처를 시작할 수 있으며 벤처를 시작하는 이유는 더 큰돈을 벌기 위해서다. 물론 사회적 기업 등과 같이 기업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국어사전에서 기업은 영리(營利)를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로 정의하고 있으며 벤처기업은 고도의 전문 지식과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창조적·모험적 경영을 전개하는 중소기업으로 정의되고 있다.

정의에서 보면 기존에 돈이 많은 사람이 벤처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돈이 많은 사람들은 안정적인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어서 실제로 벤처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청년들이다. 그렇다면 벤처 기업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자금력이 약하고 신용이 없어 대출을 받기도 힘들다는 금전적인 문제와 고정적인 판로 확보 문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를 모두 지원해 준다는 곳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2015년 8월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KAIT 타워에 해외 기관이 입주했다. 그 주인공은 2014년 5월 중국의 과학기술부 지원 아래 부동산 개발업체인 화샤싱푸(華夏幸福)그룹이 칭화대와 함께 설립한 벤처 지원 기관인 테크코드(Tech Code)다. 테크코드는 중국뿐 아니라 해외 창업 기업 육성에도 참여하는데 투자 및 시장분석, 상표 특허 등록, 중국 내 홍보 지원,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한국에서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최근 뉴스를 살펴보면 테크코드코리아는 서울대병원의 1호 벤처인 이피코스에 지원을 약속하고 한국파트너사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3억원을 투자 받고 상표 등록 등을 지원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피코스는 서울대 의과대학의 피부과 정진호 교수가 창업하여 항노화 화장품을 개발하는 업체로 중국 진출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다. 또한 테크코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에서도 유망한 벤처를 물색하고 있다.
시장을 개척하는 능력과 시장을 키우는 능력은 별개다.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는 그의 저서 ‘Fast Second’에서 신시장을 창조하는 것과 지배하는 것은 별개라고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시장을 통합하는 마켓 리더는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을 포착하고 이를 이용해 시장을 성장시킨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전략을 살펴보면 현재 벤처 업계의 후발주자격인 중국이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벤처 지원 업계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기존 벤처 지원 기관들의 문제점은 결국 벤처의 생존율을 높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계속 상승되는 실업률로 정부와 각 시도에서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무 공간 장비 대여 등 인프라 지원, 기업가 멘토링과 창업 전문가의 코칭 같은 컨설팅 서비스, 시제품 제작비와 창업대출 등 금전적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금액이 원래 약속한 금액에서 축소되거나 사용처가 한정되어 있거나 먼저 쓴 후 영수증을 제출해야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등 금전적 이슈들도 지원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테크코드는 이를 위해 린드펀아시아인베스트먼트라는 든든한 투자 기관을 한국 파트너로 삼았다.

또한 중국 진출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에 맞는 제품을 발굴함으로써 중국 내 홍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벌써 유망한 벤처 기업들이 테크코드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한데 테크코드는 중국 기업과의 네트워크도 지원한다. 또한 해외 기업의 경우 해당 국가의 특허 등록에도 애를 먹게 마련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벤처지원기관의 ‘종결자’ 형태인 것이다.

미국, 이스라엘, 영국, 일본 등의 국가와 구글, 3M 등의 글로벌 벤처 캐피털들이 국내 유망 벤처를 발굴하러 한국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중국 자본의 한국 벤처 시장 진출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중국을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왜일까? 앞서 설명했다시피 그들은 벤처지원기관의 ‘종결자’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것이 필자가 한국 벤처 업계에서 테크코드코리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