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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고 사제·선후배가 동행하며 겪은 환희와 아픔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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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고 사제·선후배가 동행하며 겪은 환희와 아픔의 몸짓

[무용리뷰] 김호은카시아무용단의 『가을날의 동행』

최근 성암아트홀에서 김호은카시아무용단(예술감독 김호은)의 『가을날의 동행』은 계원예고를 중심축으로 삼고, 사제가 동행하고, 동료가 동행하고, 선후배가 동행하는 환희와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기억의 조각들을 함께 나누는 ‘동행’의 몸짓을 보여주었다. 신작 『상(像)-그리움을 담다』에서 출발한 춤은 『진도북춤』(박병천류)에서 마무리되었다.

김호은은 그녀의 대표적 춤 레퍼토리인 『옥적의 곡』, 『부채춤』, 『화관무』, 『한국의 인상』, 『만종』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무용가 이다. 빛바랜 흑백 필름, 이후의 화려한 오늘에 얽힌 추억을 감싸 안은 김호은카시아무용단의 소개영상에 이어 유혜진(카시아 무용단 지도위원)의 해설로 진행된 아홉 작품들은 가을빛에 물든 여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최승희, 김백봉, 김말애로 이어져 오는 도도한 우리 춤의 전통을 물려받은 김호은의 춤은 유연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견지한다. 과장과 억지 없는 절제의 미를 선보인 김호은 안무와 지도의 미학적 조형에 걸린 창의적 춤 수사의 화려함, 수려한 춤 결로 구성된 완벽한 짜임새, 흠잡을 수 없는 춤결을 이루는 손놀림과 발디딤 등은 그녀의 무용단을 격상시킨다.

정영례 안무, 김호은 출연의 '상(像)-그리움을 담다'이미지 확대보기
정영례 안무, 김호은 출연의 '상(像)-그리움을 담다'
정영례 안무, 김호은 출연의 '상(像)-그리움을 담다'이미지 확대보기
정영례 안무, 김호은 출연의 '상(像)-그리움을 담다'
1. 『상(像)―그리움을 담다』
안무/ 정영례(사)우리춤협회 부이사장, 출연/ 김호은(카시아무용단 예술감독)

산조의 기품과 김호은의 모습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산조형식의 이 춤은 고도의 진지한 몰입과 자신의 춤 정서인 ‘그리움’을 내포하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목포시립무용단 단장을 역임한 정영례와의 만남이 직조한 걸작이다. 새로운 춤에 갈증을 느끼던 김호은이 춤사위 하나하나에 내면의 진지함을 담아내었으며 뼈 속까지 춤을 담겠다는 의지가 돋보인 작품이다.

유년의 그리움이 흐른다. 기억의 조각들을 조심스레 밟아간다. 구비 구비 정중동의 자태가 한으로 서려 있다. 음률을 얹혔더니 학이 되어 나를 이끌어 간다. 인생의 희ᆞ노ᆞ애ᆞ락이 보인다. 그 안에 산조의 조각들이 보인다.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와 휘모리까지 다 엮여있다. 화선지에 먹물을 찍으면 넓게 번져 가듯 가락은 끝없이 퍼져 나가 물살을 이룬다.

‘생각이 깊이를 배우고, 그에 따른 춤의 깊이를 배우고, 유연성과 에너지는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는 정영례의 심도안무가 발광(發光)한 작품이다. 신무용의 흔적, 피아노음 선도하는 선율을 따라 새 하얀 매화꽃을 든 여인이 한그루 매화나무를 찾아가서 그 마음을 전한다. 해금의 애절함에 이어 하이 피치로 다가오는 가야금이 ‘모리’의 변화를 읽게 한다.

여유와 낭만의 무시(舞詩)는 보랏빛 향으로 봄을 유혹하고 그녀의 손길은 꽃들을 희롱한다. 달관의 경지에서 맛 볼 수 있는 자연은 그녀의 품에서 동체(同體)를 이루고, 꽃과 어울림을 이루는 동선은 자유로운 나비 짓으로 노자의 숲을 노닌다. 장단에 맞추어 자유를 구가하는 절정의 춤을 영접하는 조명은 환하게 밝아있다. 원 위치에서 그리움을 표하며 춤은 마무리된다.

2. 김백봉의 『화관무』
재구성/ 윤슬기(카시아 무용단 지도위원)
출연/ 윤슬기, 강근희 문희재 신지수 이수린 이진아 윤희원(카시아 주니어무용단)

김백봉의 대표적 창작무용의 하나로써 태고의 태평성대를 기리는 춤으로 예식성이 강하고 규율이 내재된 고전적 복식과 전통성을 표현해내며 그 춤사위는 한삼으로 그려내는 유동의 멋과 미를 표출한다. 반원으로 구성된 여섯 명의 무희, 그 중앙에서 선도하는 한 명, 모두 7인무로 구성된다, ‘화관무’ 지체의 화려함에 연결된 주니어 무용단의 풋풋함이 돋보였다.

발전으로 가는 춤은 조형의 신선함과 복식에 있어서 열정의 붉은 빛이 가운데의 푸른빛을 감싸고 있어 전통의 아름다움과 태극의 조화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들이 양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꽃송이가 내려뜨린 천 속에 붉은 장미로 피어난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자신들이 꽃이며, 희망이고 꿈인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무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화관무』는 1974년 10월, 첫 발표회에서 『고전형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88서울올림픽에서는 2천여 명의 대형군무로 창작되어 한국의 얼이 담긴 장대한 작품으로써 세계인들의 거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신무용 레퍼토리로써 독무에서 군무로 인원 조절이 가능하고, 춤의 화사를 과감하게 보여주는 춤이다. 7인의 젊은 무사(舞士)들이 펼친 춤에는 희망이 보였다.

3. 이매방의 『사풍정감』(士風情感)
출연/ 백경우(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이매방의 사풍정감(士風情感)은 한량무, 즉흥춤, 흥춤, 허튼춤, 선비춤과 같은 명칭의 남성 춤으로써 선비의 멋스런 풍류와 어엿함이 주조를 이룬다. ‘한량무’의 색다른 버전의 춤은 춤꾼들의 연기에 따라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한다. 거문고 선율에 부채를 들고 선비의 정감을 고운 선으로 표현해내는 백경우는 사대부의 품위와 귀티를 물씬 풍기며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백경우는 유유자적하는 남성적 기품과 내면의 심성을 자유로운 감정으로 표현해내면서 고요한 분위기 속에 역동성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태평소가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수묵의 부채에 가볍게 붉은 테두리를 한 갓을 쓰고 백색을 덮은 진회색 도포에 정방형의 넓은 소매가 신비감을 자아내는 가운데 장고 등 전통악기가 흥신을 돋운다.

발디딤을 보여주며 동참을 이끌어내는 그는 활달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며 『사풍정감』의 예술적 가치를 드높이고 관객들의 혼을 훔쳐낸다. 자연에 동화된 듯 다양한 자세로 신비감을 벗겨내어 음악에 어울려 한바탕 놀다보면 그 절정에서 하이키 라이트, 마음의 평정심으로 찾으면서 춤은 종료된다. 그의 춤은 김호은이 추구하는 춤과 균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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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재구성의 '옥적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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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재구성의 '옥적의 곡'
4. 최승희의 『옥적의 곡』(玉笛의 曲)
안무/ 김백봉 재구성/ 김호은
출연/ 김호은, 강주희 김영현 남궁정연 송승현 정한결(카시아 주니어무용단)

보랏빛 신비를 간직한 여성 군무, 옥적(玉笛)의 광채 찬란하고 우아한 음률이 천상으로부터 들려올 때 하늘의 정기가 넘쳐흐르고 여인은 연둣빛 저고리에 진청의 치마를 입고 요염한 자태를 펼친다. 모두 춤꾼이 머리에 화려한 장식을 하고,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신비를 분출하며 판타지를 연출한다. 환상의 회전은 빛을 발산하고 김백봉류의 춤이 갖는 상격의 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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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안무의 '옥적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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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안무의 '옥적의 곡'
최승희 원작의 이 작품은 제1회 독무공연 프로그램에 나오는 작품을 김백봉이 1993년 12월 “최승희의 어제와 오늘” 에서 재현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옥적의 곡』은 여인들의 군무로 재구성된 것이다. 전통 음악에 맞추어 춤이 추어지지만 그 신비적 단자(單子)들은 현대성을 상회한다. 김백봉의 춤정신이 도도히 살아있는 춤은 ‘승희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녀들(친구들)이 사라지고 여인(김호은)은 이윽고 빛나는 시선으로 광휘(광휘)의 춤을 춘다. 피리가 주도하는 춤, 그 이면에 낮게 깔리는 사물의 사운드, 여린 현이 신비감을 이어가면 다시 여인들 모여들고, 예술과 예술향유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점이다. 천상의 것은 현실이 되고, 현실의 것은 전진적 격상의 대상이 된다. 대금이 아닌 옥적이 된 연유이다.

5. 최승희류 『쟁강춤』
출연/ 이효민(카시아무용단 지도위원)

쟁강춤은 무당들이 굿을 하며 추는 춤과 가락을 우리 정서에 맞게 창작화한 작품으로 부채를 들고 ‘쟁가당’이라고 소리를 내는 방울을 양 손목에 차고 흔들면서 춤추는 작품이다. 원작은 최승희의 1936년 독무 『무당춤』이며 오늘날 재일동포 백홍천에 의해 원형 그대로 전수되어 지고 있다. 백홍천은 홍천에서 열렸던 제1회 최승희 춤축제 때 다양한 최승희 춤을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서 이효민은 10인 군무인 쟁강춤을 독무로 재구성하여 선보였다. 쟁강춤은 원래 군무로 보아야만 제대로 된 춤을 볼 수 있으나, 이효민은 독무로도 농축된 내공과 에너지로 그 분위기를 충분히 살렸다. 최승희, 북방, 북한의 ‘쟁강춤’의 모든 것들을 함축한 춤은 언제 보아도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인기 레퍼토리 이다.

붉은 무당 모자에 흰 깃털오렌지 색 상의에 청색 치마를 입고 화려한 사운드에 맞추어 추는 춤은 장엄하고 호방하다. 빠른 템포에 손목의 방울 소리가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는 관객들을 중독에 빠트리고, 빨간 신발의 무당은 품에 넣은 부채를 꺼내고 춤은 무르익는다. 이효민의 원숙한 표정은 자신감을 보인다. 그 활달함에서 쓸쓸함을 동시에 보이며 춤은 마무리된다.

6. 한영숙류 『태평무』
출연/ 김원영(카시아무용단 정단원)

풍년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복하는 뜻을 지닌 이 춤은 현재 한영숙류와 강선영류로 나누어 전해 내려오는데, 이 공연에서 김원영은 한영숙류 태평무를 보여준다. 붉은 띠를 두른 황금색 도포, 사무관대의 흰 띠와 조우한다. 계원예고 졸업생 출신으로 한예종 3학년에 재학중인 김원영은 보기 드물게 남성독무로 『태평무』를 잘 마무리 하였다.

전통무용의 기본인 이 춤은 너무나 많이 보아온 춤이라서 기교와 움직임이 모두에게 너무나 잘 읽혀진다. 기본 음악에 맞춘 김원영의 춤 연기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는 여유와 화평으로 황룡포의 무게에 걸맞은 젊은 『태평무』의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묘사해 내었다. 춤 연기자 김원영이 ‘태평무’가 춤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알고 난 뒤의 숙성된 그의 춤을 보고 싶다.

김호은 재구성의 김백봉류 부채춤이미지 확대보기
김호은 재구성의 김백봉류 부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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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재구성의 김백봉류 부채춤
7. 김백봉류 『부채춤』(평안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
재구성/김호은 출연/ 김호은, 장동아 김 민(카시아 주니어무용단 단원)

부채춤은 1954년 11월 서울 시공관 첫 공연에서 독무로 추어진 이래 국내외 공연에서 자주 상연되는 신무용의 대표적 레퍼토리 이다. 이 춤은 김백봉이 창작하여 처음 발표한 춤으로써 펴고 접는 죽선의 아름다운 멋과 구도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 명작무이다. 이 공연에서 관객들은 김호은카시아무용단의 재능과 기량의 축적을 엿볼 수 있다.

김호은 재구성, 출연의 '부채춤'이미지 확대보기
김호은 재구성, 출연의 '부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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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재구성, 출연의 '부채춤'
이번 공연의 『부채춤』 3인무는 사제동행의 의미를 담은 춤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김호은이 주도한 춤에서 김백봉의 모습이 투사되고, 양 손에 목단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붉은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고 붉은 고름 내려뜨리고 추는 춤은 ‘연’(緣)과 ‘이어짐’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김호은의 기교와 진법, 구성의 묘를 확인할 수 있는 춤이다.

8. 『입춤소고』
안무/진유림(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재구성/ 유지숙(카시아무용단 지도위원)
출연/ 유지숙, 강은비 구수연 방세린 오수연 이채은 정예영(카시아 주니어무용단)

전통춤의 춤사위에 소고 가락의 흥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추는 춤으로 묵직하면서도 멋 스런 맨손 춤과 가락을 담은 소고춤이 한층 더 흥을 돋운다. ‘소고춤’ 7인무는 우리 춤의 ‘멋’과 ‘흥’, ‘가락’을 한 번에 보여준다. 검정치마에 오렌지색 저고리를 한 여인, 황금 띠를 두르고 소고를 허리춤에 달고 등장한다. 하나씩 인원이 투입되면서 춤꾼들은 모두 일곱이 된다.

치마는 모두 검정이지만 저고리는 빨강, 파랑, 진한 녹색, 노랑, 오렌지색으로 다양하다.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흰 버선에 빨간 꽃점 하나씩 달고 라이브 연주에 맞추어 신명을 자아낸다. 공연에서 즉석 연주가 춤과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훌륭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를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관객들의 호응도는 대단하였다.

김호은 출연의 '진도북춤'이미지 확대보기
김호은 출연의 '진도북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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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출연의 '진도북춤'
9. 박병천의 『진도북춤』
출연/ 김호은(카시아무용단 예술감독)
유진주 조보라 유경진(카시아 무용단 지도위원)

‘진도북춤’은 두레 굿에서 농악으로 발전되어 故박병천이 춤으로 안무, 발전시킨 것이다. 흥겨운 춤사위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한국의 토속적 아름다운 몸짓과 오묘한 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김효은은 계원예고 강사 시절인 2004년부터 박병천으로 부터 ‘진도북춤’을 사사받았고, 2013년부터 염현주(현 세한대 전통연희과 교수)로 부터 이 춤을 사사 받았다.

보라색 치마에 배꽃 문양의 저고리를 입고 작년부터 크고 작은 무대에 올려 지고 있는 김호은의 ‘진도북춤’은 원래 신명을 돋우는 춤으로써 북춤 4인무는 모두 북을 메고 신명을 추어댄다. 네 명의 춤꾼과 라이브 악사 다섯 명이 만들어 낸 『진도북춤』 피날레는 위대한 전통의 계승자들답게 『가을날의 동행』의 의미를 각인시켰다.

김호은은 2001년 김백봉, 김말애로부터 『옥적의 곡』과 『부채춤』을 사사받았다. 경희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2년 『김호은의 춤-자운영 춤길』이란 제목으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첫 발표회를 가졌었다. 2006년 계원예고 한국무용 교사로 부임하였고, 2007년 『김호은의 춤- 선선선』(線扇旋)을 발표하고, 김호은카시아무용단을 창단하여 해마다 작품을 발표해오고 있다.

김호은, 최승희와 김백봉의 춤 유전자를 물려받은 적통이다. 그녀가 꾸린 『가을날의 동행』은 따스한 시선으로 가슴 훈훈하게 서로를 격려하는 ‘춤길의 동행’을 확인하는 공연이었다. 정교한 춤 기교로 신비스러운 춤 기운을 느끼게 해준 이번 공연은 숙명으로 여기는 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었고, 춤을 신성시하는 진지한 의식이었다.

○김호은
무용학 박사
카시아무용단 예술감독
계원예술고등학교 한국무용 전임
사)김백봉 춤 보전회 상임이사
사)무용문화포럼 상임임사
장석용/글로벌 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