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의 발전과 함께 유선전화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속도가 생명인 바쁜 현대인의 생활이 한몫했다.
이미 집전화가 없는 경우도 전체 조사 대상자의 39.2%였다. 집전화가 있더라도 한 달에 집전화로 전화를 거는 횟수가 5회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4.2%에 불과했다.
유선시장의 붕괴로 가장 위기감을 느낀 곳은 국내 최대 유선사업자인 KT다. KT는 9월 말 기준 집전화 가입자 1324만명, 초고속인터넷 831만명, 유료방송 가입자 838만명을 보유한 유선 강자다.
그러나 유선전화 수요가 줄어들면서 KT의 유선사업부문 실적은 지난 2010년 7조5340억원, 2011년 6조9510억원, 2012년 6조3930억원, 2013년 5조9650억원, 2014년 5조5390억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왔다.
KT는 올해 무선 부문 투자 4744억원에 비해 기가인터넷 등 유선 부문에 7188억원을 투자하는 등 유선부문의 사업 확장에 주력했다.
KT는 기존 인터넷보다 최대 10배 빠른 1Gbps 속도를 제공하는 기가인터넷을 통해 유선사업 부문의 실적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유선망을 사용하는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케이블IPTV 등 유관 서비스 품질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최근 세계 최초로 전화선을 이용한 기가급 초고속인터넷서비스기술(GDSL)의 상용화를 위해 관련 고시인 ‘단말장치 기술기준’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번 기술기준 개정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기가급 인터넷 서비스를 전화선으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KT는 이미 지난해 10월 ‘올레 기가 와이어(GiGA Wire)’를 상용화한 바 있다. ‘기가 와이어’는 기존 VDSL 기술보다 3배 이상 빨라 전화선을 통해서도 기가급(600M 이상)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유선 네트워크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최근 홈 IoT(사물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가정 내 와이파이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향후 기가상품을 중심으로 유선분야 매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시장 점유율 16.1%를 보유한 SK브로드밴드도 지난해 집전화 매출이 전년 대비 18.7% 감소한 1606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유선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은 KT를 절대 못 이긴다”며 “SK텔레콤의 강점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로의 역할을 하겠다며 유선통신 사업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이동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한 가입자 관리와 플랫폼 사업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것. 유선전화 이용자 급감과 더불어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며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선통신이 완전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CJ헬로비전 인수로 유선 인프라를 강화해 기가인터넷과 디지털 방송에 뛰어들면 SK텔레콤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촤관순 SK증권 연구원은 KT에 대해 “이동통신 부문의 가입자당매출(ARPU) 상승 속도가 다소 둔화되며 통신서비스 유선 부문 성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KT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김나인 기자 silk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