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2016년 조선, 철강, 화학업종 전망은 희망보다 우려가 앞선다. 악재란 악재가 모두 출현해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인수합병,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기업체질개선에 따른 반등도 기대된다.
■조선업 다운사이징 본격화, 저가수주경쟁 겹쳐 구조조정 불가피
먼저 조선업의 경우 다운사이징(Downsizing)의 시대로 진입했다. 전방산업의 수요의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수급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카테고리별로는 국제유가가 60달러 이상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해양플랜트 수요개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드릴십 가동률은 2014년 상반기 90%대에서 현재 70% 수준까지 하락했다. 해양생산설비 발주도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저유가 지속으로 오일메이저들의 설비투자 유인이 낮아진 탓이다.
해운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되며 해운업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선주사들의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상선부문에서도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형 탱커선 및 LNG선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국, 일본 조선사들과 수주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수요 부진이 지속된다면 수주물량 확보를 위해 상선부문에서 수주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자 수주는 지양하겠지만 의미 있는 선가 상승도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대형 3사 기준 수주잔고는 매출기준 2014년말 2.0년이었으나 2015년말 1.7년으로 줄었다. 2016년에도 의미있는 수주개선이 나타나지 않는한 매출감소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조선업의 외형감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고용창출효과 등을 이유로 조선사 숫자가 줄어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올해 통폐합의 과정을 일부 거치면서 각 사별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철강업도 조선업과 비슷한 패턴이다. 올 국제 철광석 가격은 t당 50달러 수준에서 약보합이 예상되며, 호주 로이힐(Roy Hill) 광산의 공격적 증산이 변수이나 생산원가 이하에서 공급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경기둔화와 국내 전방산업 어려움으로 철강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 낮다. 가격 상승이 제한적인 가운데 원가하락폭이 작아지면서 철강업체의 이익개선은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과잉공급 부담…중국 성장률하락시 후폭풍
올해 철강업의 화두도 구조조정이다. 철강산업의 불황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국내 철강업체 사이에 크고 작은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철강 과잉공급도 부담이다. 철강수요 감소, 철강 유통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철강기업들은 적자를 감수한 과잉생산뿐아니라 생산량 유지 및 저가전략을 지속하여 오히려 수출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이 한국 등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고급강 중심으로 증설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3년 후 한국산과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되는데, 한국 업체들이 제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시간은 향후 2년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악재들 속에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될 '자국산 우선 구매제도(Buy National)'제도는 침체된 철강산업에 ‘단비’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제도는 공공부문 건설에서 국산 철강재의 우선사용계약 체결과 부적합 수입 철강재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중국 등 세계 30여 개국은 공공발주 물량에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화학업종은 그나마 낫다. 저유가 지속으로 국산품의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침체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수요가 줄어 수출이 부진하다는 것. 특히 대중국 수출 의존도(석유화학제품 총수출의 약 50%)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이 지속되면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또한 중국의 자급률(내수/생산) 상승노력 가속화, 중동에서 생산한 저가제품의 중국 수출 확대로 국산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대목은 한·중 FTA 발효다. 일부 석유화학제품은 관세가 협정발효로부터 10~20년 이후에 철폐될 예정이다.장기적으로 한·중 FTA는 국내업체들에게 호재인데, 이는 국산품의 경쟁력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업체들의 노력에 대응해국내업체들은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선제적 전략의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 시장은 중국업체에 거의 전면적으로 개방돼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국내 유입이 급증할 가능성은 리스크 요인이다.
김성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화섬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은 중국 자급률이 100%가 되면서 수출 급감 및 가격이 급락했다"라며 "중국 자급률이 80% 이상인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수급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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