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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우려되는 입학전형(교육선발) 통한 불평등 재생산 구조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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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우려되는 입학전형(교육선발) 통한 불평등 재생산 구조의 완성

안선회 중부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안선회 중부대 교수
입학전형(교육선발)을 통한 계층불평등 재생산 구조가 완결되었다. ‘현대판 음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이 전면 실시되더니 부정입학 사례가 튀어나오고 있다. 그 와중에도 박근혜정부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대폭 확대하고 심지어 고교입학에까지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전면화했다. 바야흐로 생애단계별, 교육단계별로 교육선발을 통한 불평등 재생산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수저계급론의 교육적 통로가 완성되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로스쿨 입학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주도학습전형의 공통점은 객관적인 학력이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입시와 달리 부모의 사회계층적 지위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비교과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생부 등 서류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서류를 작성하는 교육자와 그것을 해석하는 교육자(입학사정관, 교사, 교수)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다. 얼마든지 학교가 개입하여 부정입학을 획책해도 그것을 부정입학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처벌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자는 로스쿨 입학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계층불평등 재생산 구조가 완성‧완결되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로스쿨 도입 7년 만에 입학전형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부모·친인척 등의 신상을 기재한 사례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입시비리의 온상인 로스쿨을 폐지하고 공정한 사시를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스쿨 입시 과정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교수들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부정입학을 적발하거나 추가 의혹이 있지만 처벌할 수는 없다.” 이것이 소위 입학사정관 전형의 본질이다. 그런데 부모·친인척 신상 기재 사례 외 다른 부정입학 가능성은 조사되지도 않았다. 원천적으로 밝힐 수가 없다. 조사될 수도 없고, 처벌될 수도 없는 입시 그것이 세 가지 입시 형태의 본질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극심한 불평등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필자는 4‧13 총선 결과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구조, 수저계급론에 대한 국민, 학생, 학부모의 분노와 개혁을 위한 요구‧외침이라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대폭 확대하며 그나마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능과 논술은 어리석고 편협한 입시, 불합리한 전형인 상태로 버려두고 있다. 거기에 최근 고교입학전형을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변화시키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교사와 교수 집단은 이미 저소득층, 서민이 아니다. 주요 교원집단, 교육이익단체는 이미 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진보세력이 아니다. 그들은 로스쿨 입학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입학전형에서 강력한 권력과 영향력을 획득하고 있다. 교사와 교수로서 자기 자녀의 입학전형 서류 작성에 개입하거나 도와주지 않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그나마 의식 있는 교사와 교수는 로스쿨 입학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축소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전형이 ‘현대판 음서’라는 비판을 받자, 이제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개선을 모색한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올해부터 ‘무자료 면접’을 도입한다고 한다. 면접·자기소개서의 반영 비율은 줄이고 법학적성시험(LEET)·어학성적·학점의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다. 결국 자의적인 정성평가, 교육자와 학교의 개입이 가능한 비교과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교와 대학 입학에서 나타나는 입시부작용에 대해 축소와 개선을 요구하는 교사와 교수는 많지 않다. 교사들의 교육적 신념도 있겠지만 혹시 학생들이 교사‧교수의 영향력하에 놓여 순종적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혹시 교수들이 자기가 재직하는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쉬워져서는 아닌지 걱정된다. 주요 대학에 교직원 자녀의 입학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대학가에서 회자되는 소문이다. 현재 대학과 교육자들의 요구가 일부 상류계층 학부모들의 이해‧요구와 맞물리며 지금도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저소득층, 서민 학생‧학부모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필자는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성과를 인정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이 증가하고 있고 교사들의 지도력이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미래사회 아니 지금 당장 필요한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인 사고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평가에 기반을 둔 현재의 학생부 종합전형,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는 교교 내신경쟁, 내신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사교육경쟁, 교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비교육적인 경쟁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모두가 입시경쟁의 시간과 공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오호통재라.

좀더 생각을 확장해 보자. 이런 입학전형(교육선발)을 통한 계층불평등 재생산 구조가 일부 몰지각한 상류 지배층과 일부 대기업 노조의 고용세습과 맞물리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입학전형(교육선발)을 통한 계층불평등, 고용을 통한 계층불평등의 재생산을 통해 사회구조는 더욱 양극화되고, 계층과 집단 간의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한국 사회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런 문제를 풀어가려면 먼저 교육선발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부작용이 큰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교별로 15% 이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가능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차별정책의 일환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학생부위주전형(교과, 종합), 논술, 실기전형은 합하여 50% 이내로 실시되어야 한다.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인 사고력 향상을 위해서는 현재의 물수능, EBS연계수능이 없어지고 ‘창의형수능’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고교에서 제대로 대비하기도 어려운 대학별논술은 폐지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체가 되고 교사들이 출제하는 ‘창의형 공동논술’이 도입되어야 한다. 수시비율은 줄이고 개선된 창의형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초‧중‧고교의 교육현장에서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인 사고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 학습이 전면화되지 않겠는가?

수능과 논술 전형을 통해서도 진로맞춤형 입학전형이 가능하도록 하고, 한정된 비율 내에서 창체활동에 근거한 면접도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개선된 창의형 수능과 공동논술에서는 교육선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창의적 인재 양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선된 창의형 수능과 공동논술이라는 비교적 공정한 교육선발을 통해 사회불평등 구조가 완화되고 극복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사회평등, 사회정의를 향한 그 길을 더욱 넓혀야 한다.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누가 이 불평등 재생산구조를 깨부수고 더욱 정의롭고 타당한 교육선발체제를 만들 것인가? 더 이상 늦어지면 입학전형(교육선발)을 통한 계층불평등 재생산 구조는 사회구조의 일부로 완벽하게 제도화, 고착화될 것이다. 필자는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이 입학전형(교육선발)을 통한 불평등 재생산 고리를 끊고, 교육을 사회통합의 핵심기제로 만들어 주기를 촉구한다. 아니 기원한다.

더 이상 늦지 않기를 기원한다. 제발.
안선회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