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율 대폭 확대는 고입에서의 자기주도학습전형(사실상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로스쿨을 비롯한 대학원생 선발에서의 정성평가의 절대적 비중과 맞물리면서, 교육선발에서의 불평등 재생산 구조의 완성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는 학생부종합전형 유지·확대에 목매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계에 교육선발에서의 실질적인 평등을 진정으로 원하는 인사들이 왜 이렇게 적은지 한탄스럽다.
일부 언론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대입제도 관련 기자간담회 내용이 보도되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음에도 학종(학생부종합전형) 폐지나 전면 축소론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장교사' 10명 중 7명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학생선발에 적합한 전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의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고등학교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 선발에 적합한 전형인가?'라는 질문에 응답 교원의 73.0%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23.9%에 그쳤다는 것이다.
필자는 학생부위주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축소·개선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내신 교과와 비교과 사교육을 확대시키고, 내신 9등급상대평가로 이기적인 경쟁을 확산시키며, '깜깜이전형' '블랙박스전형'으로서 공정성이 부족하고, 결국 불평등한 교육선발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다. 특히 고교 3년 내내 학생들이 입시경쟁이 매몰되어 살아가고, 학생들이 교육자(교사)와 기존 교육체제·사회제제에 순응적이 되어 가는 교육현실에 개탄하고 있다.
2013년에 교육부의 대입제도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한 연구보고서(2013)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대입전형요소로서 내신이 가지는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고등학교 교육정상화에 기여한다기보다 '무능한 교사의 학생 통제권'과 '문제풀이 위주의 비교육적 수업의 존재'를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입시시험을 3년 동안 걸쳐서 보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고교 생활 전체를 시험지옥 속에서 보내게 되었다'고 학생부 반영비중 확대"로 인한 심각한 문제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대책의 방향은 다르지만, 대입제도에 대한 이러한 문제의식은 필자(안선회, 2009, 2013, 2015, 2016)의 여러 연구결과와 유사하다(RISS에서 필자의 대입제도 논문 참조 바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 교육부와 좌파 교육계가 학생부전형 확대라는 한 목소리를 내며 지금과 같은 학생부만능시대를 열어젖혀 놓았다.

2005년 5월. 노무현정부(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실에서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하여 입시제도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교사들의 67%가 수능 비중을 낮추고 내신을 강화하는 입시안(2008대입제도)을 찬성하였다. 반대는 33%였다. 하지만, 같은 시기의 학부모여론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학부모들은 반대가 70%였고, 찬성은 30%에 그쳤다. 대입제도가 '문제가 많으므로 (다시)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61.1%에 이르렀다. 이것이 2005년 당시 학부모들의 의견이었다.
심지어 여론조사비서관실의 종합평가에서도 '교사의 수업권·평가권 확대'로 교사만족도는 올라가지만, 사교육에 의한 내신준비는 여전하고, 창의적 교육측면에서는 '단편적, 암기 위주의 학습으로의 퇴행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부 부담에서는 '3중고(수능, 내신, 논술 모두 준비, 상시 부담 ⇑)'를 예상하였다. 내신성적을 둘러싼 경쟁과열로 인성교육 저해, 평가 공정성 문제제기, '치맛바람' 재현 등을 지적하였다. '학부모·학생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반발강도도 높은 편'이기에 지지하락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하며, 대선에서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직후 당시 노무현정부는 3불제도를 이슈로 들고 나오며, 내신중심 입시제도의 쟁점화를 축소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3불제도의 이슈화, 담론화에 몰두하였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접근은 매우 정치적이다. 정권에 불리한 이슈는 묻고, 유리한 이슈는 제기하는 프레임전쟁을 시도한 것이다. 권력을 동원하면,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과 귀는 가리고 막을 수 있고, 잠시 국민의 눈과 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막을 수는 없다. 권력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계속 막을 수도 없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시기 사교육비는 폭등하고, 학생·학부모의 불만은 폭발 지경에 이르렀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논란이 그것이다. 정부 정책이 학부모·국민의 의견을 경시·무시함으로써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정책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조희연 교육감에게 묻고 싶다. 노무현정부(참여정부)의 대입정책오류를 얼마나 더 지속할 것인가? 우파정부인 교육부가 일부 상류층에 유리하고, 고교서열화에 유리한 학생부종합전형을 주장하는 것은 솔직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소위 '진보교육감'이 진보적이지 않은, 교육불평등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할 가능성이 뻔한 제도(학생부종합전형, 즉 입학사정관제)를 옹호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혹시 교육감의 권력 기반이 교원단체인 전교조이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묻고 싶다. 지금의 전교조가 진정으로 학생·학부모를 위한 단체인가? 진정으로 진보적인 단체인가? 학생·학부모를 위하겠다는 전교조, 실질적인 평등 확대를 외치던 전교조는 어디로 갔는가? 교육감은 서울시민이 선출한 교육감이 아닌가?
필자는 교육정책에서의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패거리논리)를 매우 비판하고 부정하는 사람이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보편적으로 타당한 가치를 가지고 판단해보자. 5월 17일자 동아일보 단독보도 제목은 "서울대 '깜깜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명확한 합격 기준을 알 수 없어 무한 스펙 경쟁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경포럼'(5월16일)에서조차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스펙이 큰 격차를 보이다 보니 '학종은 학부모 능력에 달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공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선발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서울의 주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계층적 지위 변동을 조사하면 금방 드러날 사안이지만 그런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찬성하는 교사들과 관련 사교육업자들은 그것이 공교육정상화, 창의적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행 학생부전형 체제에서는 학생들의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향상된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 학생들의 참된 학업성취, 역량신장을 확인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그렇다는 주장이 난무할 뿐이다. 아니 학생의 참된 학업성취, 핵심역량을 측정하려면 소위 진보세력이 극력 반대하고 나선다.
그렇게 본다면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주장은 사실상 고교교육의 책무성 약화와 연계될 수도 있다. 학생에게 나타나는 고교교육의 실질적인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해당 고등학교 내부에서의 성적등급(상대평가 9등급)과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논의하여 작성한 학생부 기록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 결과, 학생부종합전형은 대입을 '깜깜이대입'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고교교육을 '블랙박스'로, '깜깜이교육'으로 만들어 교육력과 참된 학업성취를 알 수도 없고, 책무성을 요구할 수도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수능이 사교육의 주범이고, 암기식 시험, 정답교육이라는 비판도 일종의 편견, 고정관념이다. 모든 사교육은 당시의 가장 결정적인 대입전형요소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서류가 대입의 결정요소면 사교육이 거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교육업계나 학부모들에게는 상식이다. 그 전형요소를 설계하기에 따라서 대입에 대비하는 교육과 학습의 양상도 바뀌게 된다.
현재의 수능EBS연계, 물수능(쉬운 수능)과 같은 어리적은 정책을 없애고 수능을 '창의형수능'으로 개선하고, 고교에서 대비하기도 어려운 '대학별논술'을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공동논술'로 개선한다면, 학생들의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공정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창의형수능'과 '공동논술'을 통해 교육선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창의적 인재 양성을 함께 촉진할 수 있다. 개선된 창의형 수능과 공동논술이라는 비교적 공정한 교육선발을 통해 사회불평등 구조가 완화되고 극복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사회평등, 사회정의를 향한 그 길을 더욱 넓혀야 한다. 수능과 논술 전형도 진로맞춤형 입학전형이 가능하도록 하고, 한정된 비율 내에서 창체활동에 근거한 면접도 활용 가능하도록 하면 선발의 타당성도 높일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축소하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차별정책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그리고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를 조장하는 교육부에 묻고 싶다. 이 나라의 주권자는 누구인가? 교육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 권력, 즉 '교육주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사 73%가 찬성하고 있으면, 현행 대입제도가 유지되어야 하는가?
교육자(교사)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교육과 학습, 평가에 관한 교권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정책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대입제도를 비롯한 주요 정책에 대해 국민, 그리고 다수인 학부모에게 물어야 한다. 서울시 '현장교사' 10명중 7명이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선발에 적합한 전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 학부모의 의견이다. 동시에 학습자이자 대입 당사자인 고등학생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존재나 폐지 여부, 확대나 축소 여부, 그 개선방법을 학생·학부모·국민에게 묻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그것이 민주주의 정부가 아닌가.
안선회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