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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노동시간 2113시간…한국도 주 4일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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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노동시간 2113시간…한국도 주 4일제 가능할까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청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청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편도욱 기자] 최근 일본에서 주 4일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한국에서도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근로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코트라 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잇따라 유연 근무제 등을 통한 주 4일제 근무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유연 근무제는 근로자가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이다. 주5일 전일제 근무 대신 재택근무나 시간제, 요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하게 된다.

유연근무제의 특징은 시간당 임금과 4대 보험을 비롯한 복리후생이 현재의 정규직 수준으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는 덜 받게 되겠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고가 자유로운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보다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게 된다.
우선 지난달 24일, 일본 IT 대기업 야후에서 주 4일 근무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야후는 약 5800명 전체 종업원을 대상으로 수년 내에 주 4일 근무제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우선 주 2일 휴일을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시행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자택 등 사무실 밖에서의 근무를 인정하는 제도를 월 2일에서 5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10월부터는 신칸센 통근 수당을 도입해, 매월 15만 엔(약 150만 원)을 상한으로 지급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유니클로’ 브랜드로 유명한 패스트 리테일링은 작년부터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한 상태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지난해 10월부터 정사원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1일 10시간씩 주 4일 근무를 통해 주당 평균 40시간을 근무하는 ‘변형노동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 8월 입사 5년차 이상 사무직과 기술 개발직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리크루트 홀딩스도 지난해 10월부터 재택근무 시범 도입 후 올해 1월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지방 중소기업에서도 유연근무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으로 관광객 방문이 급증한 호쿠리쿠 지역에서도 숙박업, 소매업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가중되자, 가정을 가진 여성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한 유연근무제 도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유연근무제 도입 확대의 이유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는 일본에서 생산가능 인구 감소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월 1일 기준, 생산가능 인구는 7628만 명으로 전년대비 83만 명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9만 명 증가한 3347만 명 기록했다.

이같이 생산인구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 참여율이 낮은 여성뿐 아니라, 외국인 인력 고용도 확산되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인력 활용 촉진을 위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주 4일 근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근무방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일하는 방식 개혁’ 담당 대신 장관 자리가 신설됐고, 9월 27일에는 아베 총리가 의장이 되는 ‘일하는 방식 개혁 실현회의’가 발족됐다.

현재 일하는 방식에 관한 포괄적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거점을 설치하고, 개별기업이 필요로 하는 상담 지원, 우수사례 소개, 세미나 등을 개최할 계획. 또한, 일하는 방식 개혁 우수기업으로 인정되면 정부 입찰 등에서의 우대 제공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일하는 방식 개혁을 계기로 그동안의 장시간 노동 관행에서 벗어나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의 취업자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1729시간이다.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취업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770 시간 보다 343시간 많다. 일본보다도 384시간 많은 상태다.

한국도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도 최근 한국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는 등 문제가 야기될 것이므로 대안적인 근무제도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주 4일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상태다.

취업포탈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로 대기업의 경우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직 사원 채용을 선호하면서 고용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할 경우 연봉 등의 채용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 사측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채용을 늘리기 위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도 고용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든 일본처럼 한국이 '일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주 4일제 근무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toy1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