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 대목이 불과 3주 밖에 남지 않았다. 설 명절 선물 출시가 한창이다. 올해도 유통업계는 자칭 실속 있는 명품 선물들이 속속 출시한다고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유통업계의 야단법석에 비해 소비자들이 챙기는 실속은 거의 제로다.
열 두 달 중 명절 매출이 두 배라는 것은 제품이 많이 팔려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획 상품을 통한 유통업계의 소비자 꼼수 마케팅이 크다는 반증이다. 꼼수의 중심에는 포장만 그럴싸한 기획 상품들이 있다.
실제 선물세트 내용물을 일반상품과 비교해보면 일반 상품 기획 상품보다 더 싸고 내용물도 알차다. 포장만 번지르르한 기획 상품은 정작 수량과 중량이 줄어 저렴하지도, 알차지도 않다. 선물해봐야 내용물보다는 마음만 받게 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유통업계의 얄팍한 ‘꼼수’가 올해도 시작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극성이다.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최순실 게이트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연말 장사를 못했다.
또 지난해 9월 실시된 김영란법으로 인해 유통가에는 훈김보다 냉기만 감돈다. 설 명절을 앞둔 유통가가 몸부림이 처절한 까닭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할인점 등은 설을 20여일 앞두고 기획 상품 준비로 분주하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지난해부터 실시된 ‘김영란법’ 여파로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대폭 늘리는 분위기다.
먼저 갤러리아 백화점은 지난달 26일부터 1월 8일까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진행한다. 지점별로 10%에서 최대 80%까지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예약판매 품목 수는 전년보다 225세트 늘어난 340여 세트로 ‘수삼, 상황, 영지버섯’ 등의 야채와 생선, 한우 등 신선식품 등으로 채워졌다.
신세계 백화점도 9일부터 전 점포에서 5만원 이하 설 선물세트들을 주력 판매할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5만원 선물세트 구성을 맞추기 위해 올 설 선물세트에 양질의 수입산 물품들을 채워 넣는데 집중했다.
작년 설에는 신선식품에서 차지하는 수입품목이 21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3개로 57%나 늘어났다. 갈치, 새우, 명란, 참조기 등 명절에 선호도가 높은 상품들이 주로 수입됐다.
현대백화점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설 선물 해외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한다.
할인점들도 비슷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8일부터 1월 15일까지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를 진행하며 5만원 미만 선물세트를 전년 대비 60여종 늘린 230개 품목으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도 5만원 이하 축산 선물세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마트는 지난달 8일부터 이번달 11일까지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를 진행하며 5만원대 미만 선물세트 비중을 기존 80%에서 90% 수준까지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부정청탁방지법과 경기 불황 여파로 실속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5만원 대 상품들을 내놓는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찬 기자 y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