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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투표장소 놓고 시민들 혼란 “그냥 해주면 안돼요?”… 기대감 넘치는 투표소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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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투표장소 놓고 시민들 혼란 “그냥 해주면 안돼요?”… 기대감 넘치는 투표소 현장 가보니

아침투표, 젊은 층 많은 관악구지만 중장년층비율이 압도적…날씨 흐려져도 꾸준했던 투표 행렬

9일 오전 아침 6시. 관악구 신원동 주민센터 투표소로 향하는 골목길.이미지 확대보기
9일 오전 아침 6시. 관악구 신원동 주민센터 투표소로 향하는 골목길.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아침 5시 50분. 날은 이미 밝았다. 문밖을 나서자 춥지도 덥지도 않은 포근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대선의 아침이었다. 투표소까지는 10여분 거리였다. 도로는 간간이 택시와 버스가 지나다닐 뿐 한적했다. 골목 사이에는 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투표소로 향하는 중이었다. 투표소에 도착하니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장사진은 없었다. 이틀에 걸친 사전투표 시행돼 투표인원이 분산된 듯 보였다. 전체적으로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아침 6시. 19대 대선투표가 시작됐다. 2~30대 청년층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비율은 1:5 정도였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가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관악이지만 아침 투표에선 중장년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층 입구에서 대기하던 시민들이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주민센터 2층에 위치한 투표소로 걸음을 옮겼다. 투표를 끝내고 떠나는 시민의 수만큼 또 다른 시민들이 순환하듯 투표를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온 모녀, 보행기에 의지해 투표소에 도착한 노인, 트레이닝 복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청년까지. 어느 누구도 서두르지도, 재촉하지도 않았다. 안내에 따라 시민들은 차곡차곡 투표함에 표를 쌓아 넣었다.
신원동 주민센터 투표소 1층.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안내를 받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신원동 주민센터 투표소 1층.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안내를 받고 있다.

아침 6시 반. “여기선 투표 못해요?” “사전투표 때는 아무 곳 에서나 가능했는데 본선은 안돼요.” “그냥 해주면 안돼요?” “아이고, 주소지에 가서 해야 돼요.” 투표 장소를 놓고 시민들의 혼란이 있었다. 사전투표의 경우 전국 투표소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했지만 본선의 경우는 주소지에 맞는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다. 본선에서도 주소지와 상관없이 투표가 가능한지 알고 있었던 시민들의 수는 한 시간 동안 10명이 넘겼다. 한 청년은 성동구라 답했고 중년 남성은 충청지역이라 했다. 나라면 충청도까지 가서 투표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봤다.

아침 7시. 슬슬 차들이 돌아다니는지 인근 도로서 경적 소리와 엔진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투표소를 찾는 청년층의 비율이 조금 늘었다. “어제 밤새 술 먹고 바로 온 거에요.” 친구 두 명과 함께 투표를 하러 온 부스스한 얼굴의 이모씨(27)가 말했다. 누구를 찍었냐는 질문에는 “비밀투표”라고 당당히 답했다. 그들은 엄지 척 자세로 투표소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둘이 투표소로 걸어온다. “아 신분증!” 투표소로 당당하게 향하던 발걸음이 멈칫한다. “다녀와” 친구는 너그러웠다. 친구는 핸드폰을 보고 나뭇가지로 땅바닥을 긁으며 20분간 끈기 있게 한 자리에서 기다렸다.

노인이 난간을 잡고 2층에 위치한 투표소로 올라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노인이 난간을 잡고 2층에 위치한 투표소로 올라가고 있다.

아침 8시. 투툭.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젠 새벽을 넘은 완연한 아침시간이지만 구름 때문인지 날씨는 더 어두워졌다. 시민들은 흐린 날씨가 무안해지도록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 번 이런 게 있다는 걸 보여 주려구요.”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주부 장모(38)씨가 말했다. 아이는 우산 밑에서 부끄러운지 딴청을 피우고 있다. 언젠가는 분명 저 아이도 본인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날이 올 것이다.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소리가 꾸준히 들린다. 엄지척, V자, 하이파이브 등 인증샷 자세도 가지각색이다. 운동화, 구두, 하이힐이 끊이지 않고 몰려든다. 양복, 트레이닝복, 몸빼(일바지), 미니스커트 등 모습은 다양했지만 투표를 끝내고 돌아가는 그들의 얼굴에 어딘지 모를 기대감과 자신감이 비쳐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