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백화점과 아웃렛의 희비가 교차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던 백화점이 최근 몇 년간 정체기에 들어선 반면 이월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아웃렛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렛 시장규모는 13조원(2015년 기준)에 이른다. 2011년 약 7.9조원에서 연평균 13.3% 성장한 규모다. 2016년 시장 규모는 약 14.3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아웃렛 시장이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기에 2016년과 2020년 사이 연평균 7.3%의 성장세를 예상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온라인 쇼핑 18.1%, 편의점 9.5%, 면세점 7.7%의 성장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올해부터 롯데, 신세계, 현대 등이 기업마다 신규 출점에 힘입어 외형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불황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백화점 업계는 내수 부진 등 악재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분기 총매출과 영업이익이 2조730억원 및 1140억원으로 각각 4.3%, 21.4%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신규 출점과 기존 점 증축, 온라인몰이 성장세를 보였고, 현대백화점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이로인해 유통업계는 아웃렛 출점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업계 오프라인 매출이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고 백화점 출점 또한 포화 상태가 되면서 제품 가성비가 높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교외형 아웃렛이 현재 유통업계의 메인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3개의 아웃렛이 신규 출점했다. 지난 4월 신세계그룹이 경기 시흥에 수도권 서남부 최대 아웃렛을 열었다. 2300억원을 투자해 외양을 스페인 해안가 마을을 본떴다. 연간 7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수도권 대표적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같은 달,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도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끝내고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면적을 대거 확대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아웃렛으로 거듭났다. 백자동 건물과 스포츠 브랜드가 입점한 청자동 사이에 신규 아동 전문관인 ‘패션&키즈몰’도 새롭게 만들었다.
5월에는 서울 송파구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이 ‘상생형 쇼핑몰’이란 콘셉트로 문을 열었다. 영업면적 42만6625㎡(약 13만평)의 가든파이브는 기존 NC백화점·이마트에 시티몰까지 들어서며 서울 동남권의 최대 쇼핑단지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잇단 출점 경쟁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화점 3사가 운영하는 아웃렛 수는 현재 21개에서 2020년 31개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4년 사이 무려 10개나 새로 선보이는 것이다.
구매력을 갖춘 수도권에 아웃렛 출점이 집중되다 보니 상권이 겹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롯데 프리미엄아울렛과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은 거리가 6㎞에 불과하다.
특히 도심형 아웃렛은 근거리 백화점과 경쟁하면서 결과적으로 백화점 매출이 줄어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 미아점과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은 직선거리로 약 5㎞ 정도 떨어져 있다.
최민성 델코리얼티 그룹 대표는 “현재 아웃렛 시장은 신규 출점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2020년께 포화상태가 되고 결국 지금 백화점처럼 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도심형 아웃렛보다 교외나 부동산 값이 비교적 높지 않은 지역 위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아웃렛에 상품을 공급하는 회사는 백화점과 아웃렛을 동시에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웃렛 매장이 증가하면서 재고 상품이 부족해 브랜드 회사들은 아웃렛 전용 기획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