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부가세 탈루업체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나 강력한 제재조치로 세원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부가가치세는 통상 3개월씩 분기별로 집계해 다음달 25일 과세당국에 신고·납부한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확정 부가가치세로 신고·납부한다.
정부는 최근 부가가치세 납부제도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재원 조달 방안으로 탈루가 많은 부가세 징수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를 위한 후속조치로 부가세 대리납부제도가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도는 카드회사가 카드 결제액의 10%인 부가세를 떼내 국세청에 일괄 납부하는 방안이다.
부가세를 사업주에 넘겨주지 않고 직접 정부가 가져가기 때문에 재원확보에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나 정작 시행에 들어가면 적지 않은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부가세 제도는 사업주가 개별 소비자에게 부가세 포함한 가격으로 판매한 후 3개월 단위로 마감일인 4월 25일, 7월 25일, 10월 25일, 1월 25일 부가세를 취합해 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컴퓨터를 파는 유통업체가 부가세 별도 200만원짜리 컴퓨터를 팔 경우 200만원에 부가세 10%를 더해 최종 소비자에게 220만을 받고 판매한다.
이 유통업체가 올해 4월 1일 220만원에 컴퓨터를 판매했다면 부가세 20만원은 사업자가 보관하고 있다가 7월 25일 3개월분의 다른 부가세와 함께 몰아서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사업자가 부가세 20만원이라는 돈을 최대 3개월 25일(약 115일)까지 사업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구상중인 부가세 대리납부제도는 사업주가 폐업이나 부가세 조작 등으로 부가세를 내지 않는 것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 카드 결재시 카드회사로부터 아예 부가세를 떼겠다는 구상이다.
소비자가 220만원에 카드결재를 하게 되면 유통업체에게는 200만원 가운데 카드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불하고 곧바로 세무당국에 부가세 20만원을 넘기도록 한다는 것.
이 경우 사업자는 부가세를 사업자금으로 써오던 자금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상당한 현금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경제구조가 성장하면서 부가가치세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1조7068억원의 부가가치세 징수액은 2016년 61조8282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지난 2014년에는 부가가치세가 64조2010억원에 이르렀다.
정부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도의 대상을 우선적으로 유흥주점 등 일부 업종으로 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는 식당과 편의점도 대상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
이 경우 유흥주점에서는 카드사용 시 부가세가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현금 위주로 돈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프랜차이즈 형 편의점은 본사의 경우 현금 운용이 약 10% 줄어드는 셈이어서 가맹점에서 현금 결재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영세형 식당에서는 카드 사용 시 원천징수되는 부가세를 대신할 현금을 구해야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자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가세 대리납부제도를 통해 전 업종에서 부가세를 원천징수 한다면 2016년 기준 61조원 상당의 돈이 최장 45일간의 여유자금으로 쓰이는 현실에서 곧바로 국세청으로 들어가 시중의 자금을 조기에 빨아당기는 셈이 된다.
정부는 뒤늦게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부가세 대리납부제도의 시행을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도를 통해 재원을 늘리기 보다는 부가세를 이용해 부당하게 세금을 탈루한 기업들에 대해 보다 징벌적인 조치를 취해 부가세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조차 경찰의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 정황에 대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차제에 부가세와 관련한 징벌적인 제재를 취해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인천세무소의 고발로 현대글로비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현대글로비스와 거래처 회사들이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200억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위 세금계산서의 매출액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의 순익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세무업계에서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매입하게 되면 비용 처리가 가능해 세원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보고 있다. 가짜 세금계산서에 포함된 부가세는 상대업체가 내는 구조다.
이와 반대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부가세 10%를 물어야 하지만 가공 매출을 통해 원하는대로 회계장부를 조작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4년 4월에도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 당한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해외운송 대행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운송관련 용역을 제공한 것처럼 149차례에 걸쳐 99억4400만원 상당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을 추궁했다.
세무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부가가치세 또는 소득세를 줄이기 위하여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취하여 매입세액공제를 받고 이를 비용으로 계상한 경우에는 세금추징은 물론 세무조사대상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탈루수법이나 규모로 보아 범칙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형사고발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세무업계에서는 부가세 대리납부제 실시로 영세 기업들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보다는 부가세 탈루기업들에 대한 징벌적 조세정책으로 부가세 재원 확보에 나서는 것이 국민경제에 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