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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리그오브레전드,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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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리그오브레전드,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갈까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원히트 원더(one hit wonder). 본디 대중음악에서 한 개의 싱글 또는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말이다. 게임계에서도 한 개의 게임으로 ‘대박’을 터트린 경우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라이엇게임즈의 MOBA(적진점령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10월 북미에서 출시된 롤은 내년이면 출시 9년차가 된다. 매일 수백 개의 게임이 새로 시장에 나오지만 서비스를 1년 이상 지속하는 게임은 드물다. 유저들의 입맛은 시시각각 변하고 경쟁작들은 화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게임성으로 무장해 기존 흥행작들의 입지를 위협한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성공 이후 유사한 MOBA 게임이 우후죽순 시장에 등장했던 점을 생각하면 롤의 오랜 생명력은 분명 이례적이다.
◇ 롤, 그 미약했던 시작

'리그오브레전드' 오픈베타부터 시즌1 초기에 사용됐던 UI(유저인터페이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때까지만 해도 롤이 2017년도에도 서비스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이미지 확대보기
'리그오브레전드' 오픈베타부터 시즌1 초기에 사용됐던 UI(유저인터페이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때까지만 해도 롤이 2017년도에도 서비스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MOBA장르는 지난 2003년 워크래프트 3 오리지널 시절 이용자 생성 대전(일명 유즈맵)에서 미국의 대학생 Eul이 제작한 DOTA(Defense of the Ancients)를 그 시작으로 본다. 이후 2004년 도타-카오스, 도타-올스타즈 등 유즈맵이 한국에 소개됐다.

롤이 탄생한건 지난 2009년, 시작은 분명 미약했다. 스킬 구성, 경기 방식, 맵 구성까지 도타와 큰 차이점이 없었다. 롤은 도타 올스타즈의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구인수(Guinsoo)가 라이엇 게임즈에 입사하며 개발했기에 도타올스타즈2라 불러도 무난한 수준이었다. 유즈맵과 비슷한 수준의 그래픽에 UI(유저인터페이스)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친절하지 않은 튜토리얼, 뚝뚝 끊어지는 캐릭터 모션 등에 불만을 느낀 유저들은 그다지 롤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즌제 도입, 연속성 확보로 ‘카오스’, ‘도타’와 차별화

이때까지만 해도 '정글'보다는 '크립'이라는 워크래프트3 유즈맵 용어가 더 익숙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때까지만 해도 '정글'보다는 '크립'이라는 워크래프트3 유즈맵 용어가 더 익숙했다.


북미 기준 지난 2010년 7월, 라이엇게임즈는 시즌 1을 발표하며 ‘랭킹전’ 등 본격적으로 차별화 요소를 삽입했다. 30레벨부터 랭크 게임을 자산의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됐으며 교차 선택 룰 등 현재 e스포츠의 보편 문법이 되는 체제를 구축했다. 시즌 종료시 특별 스킨(게임 내 의상)이 주어지는 제도도 시즌 1부터 시작됐다. 북미 유저들에게 롤이 할 만한 게임으로 입소문이 나던 시기도 이때쯤이다. 게임의 연속성이 없는 유즈맵들과는 달리 롤은 경쟁포인트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연속성을 획득했다. 시즌1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유럽팀 ‘프나틱’이 탑-탱커, 미드-마법사, 정글러, 봇-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일명 EU스타일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목을 끌었다. 라이엇게임즈는 수차례 EU스타일 고착화에 반감을 표현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EU스타일은 롤 뿐만 아니라 MOBA게임의 주류 문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시즌2, 롤 한국 상륙… 그리고 전설의 시작

2011년 12월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순위 차트에 진입한 롤. 4월 1위에 오르더니 230주, 4년 이상 PC방 점유율 1위에 대기록을 수립한다. 사진=미디어웹 게임트릭스 이미지 확대보기
2011년 12월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순위 차트에 진입한 롤. 4월 1위에 오르더니 230주, 4년 이상 PC방 점유율 1위에 대기록을 수립한다. 사진=미디어웹 게임트릭스

2011년 11월 29일, 시즌 2가 시작됐다. 국내에는 같은 해 12월 롤이 정식 출시됐다. 당시 한국 게임계는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등 FPS(총싸움게임)과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RTS(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아이온’, ‘리니지’등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3파전 양상을 띄고 있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1년 5월 대한민국에 지사를 설립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국 정식 출시를 기념해 한국형 챔피언(영웅) '아리'가 등장한다.

미디어웹 게임트릭스 기준 리그오브레전드는 2011년 12월 13위, 사용시간 점유율 1.9%로 차트에 처음 등장한다. 2012년 1월에는 6위, 2월에는 3위, 3월에는 2위를 차지하더니 4월에는 급기야 사용시간 점유율 17.03%로 1위에 등극한다. 230주 이상 PC방 점유율 1위라는 대기록의 시작이다. 지난해 5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하이퍼 FPS ‘오버워치’ 등장 전까지 리그오브레전드는 PC방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모쿠자’, ‘막눈’, ‘히로’, ‘건웅’, ‘라일락’ 등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하며 국내 롤 e스포츠 팬들이 생겨난 것도 시즌2다. 당시 ‘고전파’ 아이디를 썼던 한 유저가 혜성처럼 프로선수들을 꺾으며 화제를 모았다. 시즌2가 끝난 후 그는 SKT T1에 영입되며 프로의 길에 오른다. 시즌3에서 고전파 이상혁선수는 ‘페이커’로 아이디를 바꾸며 전설의 시작을 알린다.

‘스타크래프트’ 조작 파문으로 사실상 존폐위기에 놓인 국내 게임 방송사들은 롤의 e스포츠화 잠재력에 주목했다. 케이블 채널 온게임넷(現 OGN) 등을 통해 롤 리그가 방송되며 롤 유저 풀이 증대됐다.

◇시즌 3, 티어제 도입 시작…세기말 티어 대전 발발

티어제 도입으로 경쟁전의 틀이 잡혔다. 도입 당시 챌린저 인원은 50여명으로 그야말로 별들의 리그였다.이미지 확대보기
티어제 도입으로 경쟁전의 틀이 잡혔다. 도입 당시 챌린저 인원은 50여명으로 그야말로 별들의 리그였다.

시즌 3는 롤의 안정기라고 부를 수 있다. 그간 유지해왔던 랭킹 점수제에서 탈피해 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챌린저 등의 티어(등급)제가 도입됐다. 최초 챌린저 티어 당시 챌린저 티어에 도달할 수 있는 유저 수는 50여명 한정이었다.

그간 사용하던 점수제에 티어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LP와 MMR(Match Make Rating) 사이의 괴리가 생겨 이른바 세기말 ‘티어 대전’이 발발했다. 시즌3 누가 최초 챌린저 1등을 차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상황. 시즌 종료 마지막 한 판을 남겨두고 챌린저로 올라가야만 하는 유저와 챌린저1등을 눈앞에 둔 선수가 맞부딪혔다. 바로 챌린저 승급전 2승 1패로 신분 상승을 노리는 ‘소환사의 진’과 챌린저 1등까지 1승만을 남겨놓은 ‘페이커’ 이상혁이었다. 운명의 향방은 다소 황당하게 결정됐는데 은둔고수 ‘압도’가 ‘챌린저 1등은 미드라이너가 돼야 한다’며 고의적으로 적에게 이득이 되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압도가 타인의 계정을 대신 이용해 점수를 올려주는 대리사건에 휘말려 라이엇으로 전무후무할 1000년 이용정지를 받은 건 조금 나중에 일이다.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SKT T1K가 우승을 차지하며 롤 강국 한국의 입지를 다졌다. 우승상금은 100만달러, 총상금은 200만 달러로 당시 환율로 22억원에 달했다. '임팩트' 정언영, '뱅기' 배성웅, '페이커' 이상혁, '피글렛' 채광진, '푸만두' 이정현 등으로 구성된 SKT T1K는 당시로서는 무명에 가까운 팀이었다.

'하트 오브 골드' 등 골드 축적형 아이템이 삭제되고 정글러 입지를 높이기 위한 정글러 전용 아이템이 출시됐다. 이에 따라 '아무무', '마오카이' 등 후반 성장형 정글러의 입지는 좁혀지고 '리신' 등 일명 육식형 정글러가 부상했다.

◇시즌 4, 국민게임으로 도약, 그리고 '망무새'의 출현

'망무새'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던 시즌4. 하지만 롤의 영향력은 축소되지 않았다.이미지 확대보기
'망무새'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던 시즌4. 하지만 롤의 영향력은 축소되지 않았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게임. 이 한마디로 시즌4는 압축된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즐기던 롤 유저층이 확대되며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았다. 한편에서는 수년간 롤을 즐긴 유저들 사이에서 'EU스타일 고착화', '게임 흐름 일변도' 등으로 롤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명 '망무새(망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행위 또는 사람)'의 출현이다.

이용자 연령층이 확대대며 게임 내 욕설 문제로 많은 유저들이 고충을 토로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욕설을 필터링 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려 했지만 유저들은 욕설사이에 숫자를 집어넣거나 간격을 벌리는 꼼수로 이를 회피했다. 쉬바나 등 일부 챔피언명이 필터링에 걸려 욕설로 처리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다이아몬드와 챌린저 사이에 마스터티어가 새로 도입돼 유저의 실력을 더 세분화한 티어가 구축됐다. '다이아 저티어는 사실상 플레티넘'이라는 유저간 반목도 이에 따라 다소 줄어들었다. 챌린저 수도 기존 50명에서 200명으로 증가했다.

강등시스템이 새로 도입됐다. 그간 상위티어에 오른뒤 강등 걱정없이 맘껏 '트롤링'을 하던 이용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부러 져서 상대방의 점수를 올리는 대리행위도 일정정도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

시즌4의 가장 큰 게임내 변화점은 정글러의 부상이다. 그간 미드라이너에게 정글 몬스터를 양보하느냐 성장이 뒤쳐졌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몬스터가 추가됐고 정글러 전용 아이템도 개선됐다.

탑에서는 단단한 챔피언들이 주로 기용되며 쉬바나와 레넥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또바나', '또넥톤' 얘기가 나오던 시점이다.

유저가 마나(게임 내 자원) 걱정 없이 승부를 겨룰 수 있는 'URF 모드', 빠른 게임 속도가 장점인 '칼바람 나락', 동일한 챔피언으로 5:5 승부를 겨루는 '미러 모드' 등 실험적인 게임 방식들이 도입됐다. 라이엇이 영리했던 건 이 모드들을 상시 이용이 아닌 기간제 한정 게임모드로 대부분 제공했다는 점이다. '소환사의 협곡'을 중심으로 가져가되 기간별로 유저들이 기대할만한 요소 등을 심어두는 전략이 사용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14시즌 월드 챔피언십'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됐다. 참가팀 갯수도 지난 대회 14팀에서 16팀으로 확대됐다.

라이엇게임즈는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선수들의 성장 과정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이는 선수들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롤이 그간 지나온 흔적을 되짚는 내용을 담았다. 2014시즌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으로 발표된 이매진 드래곤즈의 '워리워즈'는 현재까지도 유저들에게 회자된다.

말많았던 시즌4 롤드컵. 라이엇은 자신들의 운영 미숙을 숨기지 않고 유저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잘못을 숨기지 않는 라이엇의 운영방식은 롤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한 가지 이유기도 하다. 이미지 확대보기
말많았던 시즌4 롤드컵. 라이엇은 자신들의 운영 미숙을 숨기지 않고 유저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잘못을 숨기지 않는 라이엇의 운영방식은 롤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한 가지 이유기도 하다.

해당 대회에서 라이엇게임즈는 여러 e스포츠 운영상 미숙함을 노출해 유저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다. 라이엇게임즈는 결승전 다음날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 한국 유저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우승팀은 '삼성 갤럭시 화이트'.

◇시즌 5, 대격변의 시작…불안한 출발, 깔끔한 마무리

'시즌 5' 대격변의 핵심 요소 정글아이템 개편. 너나 나나 포식자 30스택에 몰두하던 때였다. 특히 '마스터이'가 포식자 욕심을 내면 정글에 한 번 들어갔다가 게임이 끝날때까지 볼 수 없는 '두문분출' 메타가 나왔다.이미지 확대보기
'시즌 5' 대격변의 핵심 요소 정글아이템 개편. 너나 나나 포식자 30스택에 몰두하던 때였다. 특히 '마스터이'가 포식자 욕심을 내면 정글에 한 번 들어갔다가 게임이 끝날때까지 볼 수 없는 '두문분출' 메타가 나왔다.

더 이상 롤이 무언가를 유저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까. 소환사의 협곡 한 맵에서 수천판을 플레이한 백전 노장 유저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곧 롤이 국내 게임계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는 '소환사의 협곡' 맵을 크게 리메이크해 게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그간 다소 어두웠던 분위기에서 밝은 파스텔톤이 강조됐다. 업데이트 초기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UI가 낯설다며 많은 유저들은 원래 맵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곧 불만을 가라앉았고 만족스럽다는 평이 늘었다. 업데이트 방향은 '전략적 다양성'. '롤핼퍼'라 불리는 불법 프로그램이 난립하며 경쟁시스템이 공정함에도 의문을 품는 유저들이 생겨났다.

'즈롯차원문'의 공성형 아이템이 강화돼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소환사 주문 '강타'의 활용도가 대폭 증가돼 정글러의 가치가 제고됐다. 다만, 강타와 정글 전용 아이템인 '룬 글레이브'가 너무 강력한 탓에 라인을 가리지 않고 '룬글레이브'+'강타' 조합을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추적자의 검, 밀렵꾼의 나이프, 척후병의 사브르, 경비대의 길잡이 등 정글러의 아이템이 세분화됐다. 포식자, 돌격병, 용사, 현자 등 마법부여가 세분화돼 골라 선택하는 재미가 생겼다. 특히 사냥을 거듭할 수록 강해지는 포식자는 최고 스택에 다다르면 막대한 힘을 부여해 정글사냥에만 몰두하는 일명 '포식자충'을 양성했다.

드래곤 보상도 단순 골드 지급에서 누적형 강화 버프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한번 스노우볼링이 굴러가면 좀처럼 되돌릴 수 없었던 방식을 조금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반 유저반발도 많았지만 많은 유저들이 최고의 시즌으로 회고하는 시즌이다. 환골탈태라는 말이 적절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15 시즌 월드 챔피언십'에선 결승전에서 한국팀인 SKT T1과 쿠 타이거즈가 맞붙어 T1이 우승을 차지했다. LCK(한국리그) 팀들은 타 지역 상대로 24승 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한국을 위한 롤드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 롤드컵을 기점으로 LCK의 강점을 흡수하기 위해 LPL 등 타 리그로의 선수·코치진 이적이 빈번해지기 시작한다.

시즌6, 원딜 대격변, 특성 시스템 개편

시즌6에는 원딜(AD CARRY)의 개성이 더 확실해졌다. 가까이에서 쏘는 원딜 그레이브즈. 이미지 확대보기
시즌6에는 원딜(AD CARRY)의 개성이 더 확실해졌다. 가까이에서 쏘는 원딜 그레이브즈.

시즌 6는 원거리딜러(AD CARRY)들의 개성을 강화하는 변화가 주가 됐다.

​멀리서 평타를 치다가 때가되면 스킬을 날린다는 단순한 방정식에서 탈피가 눈에 띈다. 특히 그레이브즈는 장탄수라는 개념을 도입해 중근거리 원거리 딜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코그모는 '포탑형 데미지', 케이틀린은 '공간 장악' 등 각 원딜의 개성이 뚜렷해졌다. 또 ​무한의 대검, 피바라기 등 일변화된 원딜 아이템군에 죽음의 무도 등 특성화 아이템이 추가됐다. 시즌 후반부에는 지나친 원딜 포지션의 강함이 대폭 칼질돼 오히려 정글러가 대세를 가져갔다.

특성 아이템에서도 세세한 능력치를 강화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핵심 특성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개편이 됐다. 돌아보면 이는 시즌8의 룬 대격변을 예고하는 업데이트 방향이기도 했다.

2016년 9월 "일해라 라이엇" 시리즈를 발표하며 비매너유저 처벌이 대폭 강화돼 욕설이 획기적으로 적어졌다는 점도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충전형 물약의 등장, 수정플라스크의 삭제와 이를 대체할 부패형 물약의 등장 등 눈에 띄진 않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밸런스를 잡는 패치가 대거 이뤄졌다. 챔피언, 특성, 아이템 전 부분에서 균형감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전체적인 게임 시작 타이밍도 15초 가량 빨라져 유저 편의성을 증대시켰다.

2016 롤드컵 우승팀은 SKT T1. 2015년이 LCK의 강함을 입증했던 해라고 하면 2016년은 LCK의 독보적인 '넘사벽' 위치를 각인시켰다. 4강 중 3강이 한국팀이었으며 결승도 한국팀간에 펼쳐졌다.

시즌 7, 비쥬류의 재발견, 전략적 오브젝트의 추가

시즌7에 새로 등장한 협곡의 전령. 타워 하나쯤은 손쉽게 날려버릴 수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시즌7에 새로 등장한 협곡의 전령. 타워 하나쯤은 손쉽게 날려버릴 수 있다.


​전략적 오브젝트들이 추가돼 유기적인 움직임이 더욱 강조된 시즌이다.

협곡의 전령은 사냥시 상대 타워 공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오브젝트로 프로들도 이를 활용한 전략을 다수 선보였다. 또 공격시 이용자를 튕겨내는 일명 '솔방울' 오브젝트도 많은 변수를 창출해 냈다. 반면 협곡의 전령 도입 식 시스템은 타 게임에 이미 존재해 롤만의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갈리오, 워익, 우르곳, 이블린 등 비주류 챔프들도 리메이크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특히 갈리오는 합류 특화형 챔프인데다가 준수한 능력치를 보여주며 한 때 OP(굉장히 강한) 챔피언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융합형 챔피언 자야와 라칸, 벽을 걷는 케인, 대자장이 오른에 기민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조이까지. 기존에 없었던 유형의 챔피언들도 다수 업데이트 됐다. 지역대항전 형식의 '리프트 라이벌즈'가 추가돼 e스포츠 영역을 확장했다.

2017 롤드컵에선 삼성 갤럭시가 SKT T1을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결승전 패배 이후 페이커가 보인 눈물은 경기 종료후에도 오랫동안 롤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페이커는 2018년에도 SKT T1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롤리그의 실력이 상향평준화 됐다는 평이 많았다.

◇그리고 시즌 8, 룬 특성 대격변

시즌8 '룬 대격변' 업데이트. 핵심 특성 선택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시즌8 '룬 대격변' 업데이트. 핵심 특성 선택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룬과 특성시스템이 크게 바뀌었다. 룬과 특성이 하나로 합쳐지며 룬은 전면 무료화됐다. 한 시즌을 쉬었던 롤 유저라면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느낄 정도다.

현재 프리시즌 단계라 확언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시즌8에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픽시'를 연상케 하는 '콩콩이', 소환사 기술 '점멸' 사용 이후에도 채널링 후 점멸 사용이 가능해졌고 심지어 경기 중간에 소환사 기술을 변경할 수 있는 변수가 도입됐다.

◇롤 생존력의 뿌리-절치부심, 소통, 그리고 e스포츠

롤 초기(왼쪽)과 최근의 롤.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초기와는 전혀 다른 게임이 만들어졌다.이미지 확대보기
롤 초기(왼쪽)과 최근의 롤.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초기와는 전혀 다른 게임이 만들어졌다.


다시돌아가 시즌 1과 시즌8을 비교해보자. 시즌을 거듭하며 변화된 변화는 롤을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게임으로 변모시켰다.

시즌 분기마다 게임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변곡점들이 있었다. 이미 왕좌에 오른 게임에 손을 메스를 댄 다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유저들의 반발에 원점회귀한 패치도 다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엔 라이엇게임즈의 '플레이어 중심(Player-focused)' 운영 철학이 한 몫 한다. 이용자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제1의 가치로 삼는다는 설명이다. 롤은 높은 인기에도 적은 과금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없는 시스템을 고수해왔다. '반짝 흥행'이 아닌 '장기 흥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과금없이도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롤의 시스템이 한 있다.

롤드컵을 전세계적인 문화행사로 끌어올린 e스포츠 전략도 롤의 생명력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임단 운영을 안팎에서 진영하며 롤 생태계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유저들은 화려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귀감으로 삼으며 이는 유저들에게 더 나은 플레이의 가능성을 제시해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 6년간 라이엇 게임즈가 진행해온 '문화재 지킴이' 활동도 게임계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총 89회, 누적참가자 수 3107명을 기록하며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 데 앞장서 왔다.

그간 수차례 '롤 위기'설이 떠올랐고 '제2의 롤'을 노리는 게임들이 떴다가 사그라졌다. 유연함이 단단함을 이긴다 했듯이 롤은 끊임없이 변화를 통해 위기를 헤쳐나갔다.

전세계적으로 롤이란 게임에 생계를 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수 천, 어쩌면 수 만. 그들이 머리에 '과연 이 게임이 언제까지 갈까'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당장 시즌8일수도, 좀 더 먼 미래일지도.

이제부터 롤이 가야할 길은 누구도 다다르지 못한 미답보의 영역이다. 일기당천이 될지 원 히트 원더로 끝날지 오직 결과만이 말할 수 있다. 한가지 분명한 건 롤은 끊임없이 듣고 변화하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그들이 짊어진 왕관에도 거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라이엇게임즈는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린다. 내년 9월 종로구에 5200 제곱미터 크기의 롤 전용 경기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한 게임을 위한 전용 경기장이 설립되는 건 한국에서 최초다. 롤 경기장 건설은 설령 롤 인기가 다소 사그러진 후에라도 국내팬을 위해 롤 리그를 운영하겠다는 라이엇의 의지로 읽힌다.

프랑스 르몽드지가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에 대해 독자 설문을 한 적이 있다. 많은 답변 중 르몽드가 선정한 1등은 5살짜리의 "친구와 함께 간다"였다고 한다. '내가 무엇을 한다'는 자기중심적 답변에서 탈피한 기발함이 돋보였다는 이유다. 지금까지 라이엇의 방향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롤이 유저와 함께하는 '재밌는 동행'을 길게, 그리고 멀리 이어가길 바란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