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했다.”(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외국투자자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외국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20분 가량 이어진 문 대통령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가 끝난 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간담회 참석자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과 성과를 점검하고 보완 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진솔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1세대 벤처기업인 3명과 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기업’을 대표해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대표 4명 등 모두 7명이 청와대 초청을 받고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한국이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 규제가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GIO는 입을 모아 우리나라에서 외국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이 역차별 받는 현실을 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해진 GIO는 국내에서 우리기업과 해외기업에 적용되는 법안의 동등한 적용을, 김택진 대표는 외국은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강고한 울타리는 치는데 반해 한국은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기 쉽지만 자국기업은 보호받기 어려운 역차별 현실을 정부가 지혜롭게 풀어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또한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 기업 창출을 위한 외자 유치가 절실하지만 한국시장이 협소하다는 편견, 바뀌는 규제의 폭과 해석 때문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이밖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창투사)들이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제가 또다른 규제가 되지 않도록 모범적으로 시행되는 기업엔 유연한 적용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의 브리핑에서는 이같은 혁신성장을 저해하는 제도적 요인을 개선·보완해 달라는 벤처기업인들의 건의에 문재인 대통령의 구체적인 대답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제조업 혁신을 근간으로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야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고 부대변인은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해외의 시각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해소될 것이라며 참석자들에게 자신있게 기업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혁신성장의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해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긍정적) 실적들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청와대 초청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는 지난 1월 7일 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인과 대화를 가진 지 꼭 한 달만에 이뤄진 청와대와 벤처기업 간 두 번째 소통자리였다.
1월 첫 번째 만남이 전통 제조업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혁신성장이 강조되었다면, 두 번째 자리에선 선도 벤처기업의 혁신 경쟁력 특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및 지원 강화를 모색하는데 할애됐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