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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카드 노조 "한앤컴퍼니 매각 반대"…총력 투쟁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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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카드 노조 "한앤컴퍼니 매각 반대"…총력 투쟁 나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롯데카드 사옥, 로고 이미지 (사진=뉴시스, 롯데카드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롯데카드 사옥, 로고 이미지 (사진=뉴시스, 롯데카드 홈페이지)


롯데카드 노동조합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회사가 매각되는 것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사내 설문조사 등 의견을 모은 결과 총력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롯데카드 노동조합은 조만간 롯데지주에 회사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매각 반대 투쟁을 위한 첫번째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주체인 롯데지주로부터 설명을 듣고 향후 노조의 요구 등을 점차 구체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롯데카드 노조는 이날 조합 홈페이지와 사내에 이같은 입장을 알리는 공고문, 대자보 전문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매각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며 "직원의 미래, 성장정 등 보다는 매각가격에 매진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롯데지주와 적극적인 얘기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준비부터 해나가겠다"며 "매각 절차를 백지화시키고 임직원 의견이 반영된 새 계획 마련될 때까지 대내외적으로 노동조합으로 할 수 있는 것들 다 동원해서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조는 임직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기 때문에 이같은 입장이 전사적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하루동안 사내 임직원들에게 회사 매각에 대한 찬·반 의견 등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사모펀드로 회사가 매각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졌고, 이후 지난 8~9일 양일간 노조는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조의 입장을 명확히했다.

그동안 롯데카드 매각전에서 노조가 입장 표명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 결정은 강경한 투쟁 노선으로 돌아선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한국노총 계열인 롯데카드 노조는 필요하면 같은 계열의 노조는 물론, 민주노총 계열의 카드사 노조 등 협력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8개 전업 카드사 중에서 노조가 없는 현대카드, 삼성카드를 제외하고 신한·국민·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가 노조를 두고 있다.

해당 노조들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등을 통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이슈 등 업계 공통 이슈에 대응하고 있으며, 신한카드를 포함해 4개 노조가 민주노총 계열의 사무금융노조 소속이다.

롯데카드 노조가 이번에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이유는 명확하다. 회사의 새 주인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매각에 나섰고, 한앤컴퍼니에게 지분 80%를 1억4400억원에 넘기는 조건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본계약은 이르면 다음주에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모펀드로 매각이 결정되면서 그동안 사측이 약속했던 5년간 고용 안정 약속 등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매각전과 맞물려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구두로 5년 고용 안정 확약을 받았고 이를 문서로 남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에 넘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사들어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이 본질이다. 이미 한앤컴퍼니로 매각이 결정되면서 일각에서는 고용 확약은 받더라도 사모펀드가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이 따라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가 지난해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올해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8000억원의 수익 감소가 전망돼 카드사들이 너도나도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롯데지주에서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 등도 매각 조건의 주요 기준 항목으로 삼고 이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격보다 20% 높은 가격에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은 고용 문제 등 비가격적인 요소보다는 결국 가격을 더 많이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 제기되는 의혹처럼 '파킹딜', 이른바 사모펀드에 매각해 향후 롯데그룹이 되사는 것을 가정하고 매각을 진행한다고 해도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대주주로 있는 동안 롯데카드 재편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롯데카드 노조 관계자는 "카드업계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향후 사모펀드가 어떻게 매매차익을 얻겠나. 이익을 늘리는 위한 방안은 비용 절감일텐데 일반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고용 안정의 문제라고 본다"며 "내부적으로도 경쟁사로의 직원 유출 발생 우려도 있고, 한앤컴퍼니에서 롯데카드의 미래를 생각해서 신입사원 뽑겠나"고 꼬집었다.

이어 "사모펀드에 매각된다는 것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 3~5년후에 되파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같은 매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롯데카드 임직원들은 길게는 수십년을 회사에 몸담아왔다. 이런 처우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앤컴퍼니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우려도 있다. 한온시스템, 쌍용양회, 대한시멘트 등을 사들였고, 최근에는 SK엔카직영(현재 'K카'), SK해운, SK디앤디, SK가스 등 SK그룹 계열사 기업들에도 지분 투자를 했지만 아직 금융사를 본격적으로 경영해본 경험은 없다.

특히 지난 3월에는 KT의 새 노조가 황창규 KT 회장, 김인회 KT 사장,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업무상 배임(背任),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회계상으로 엔서치마케팅의 가치를 부풀려 KT계열사인 나스미디어에 되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한 대표에 대한 CEO 리스크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임직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1708명이다. 이 중 정규직은 1426명, 비정규직 258명이다. 1인당 평균 근속연수는 8.6년이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5800만원으로, 업계에서 어깨를 견주는 하나카드(직원수 총758명) 9800만원, 우리카드(591명) 7300만원보다 낮은 편이다.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2055명)은 1인당 평균 1억100만원, 현대카드(1943명)는 8200만원이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