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격은 이후 2011년부터 매년 1개의 신차를 선보이면서 회사 정상화를 도모했다. 실제 쌍용차는 2011년 코란도 C, 2012년 코란도 스포츠와 렉스턴 W를, 2013년 초에는 코란도 투리스모를, 2015년에는 티볼리 브랜드를, 2017년에는 G4 렉스턴을, 지난해에는 렉스턴 스포츠를 각각 선보였다.
엔트리카(생애 첫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쌍용차의 소형 SUV 티볼리를 최근 탔다. 이번에 시승한 신형 티볼리는 1.5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종전 1.6 가솔린 엔진보다 작아졌다.
올림픽대로 끝자락에 자리한 V센터 들어서자 토종 로봇 로보트태권V가 웅장한 자태로 기자를 맞는다. 티볼리가 소형이지만 강력한 주행성능을 지녔다는 점을 로보트태권V가 말하고 있는 듯하다.
2015년 출시 후 4년 만에 나온 신형 모델이고, 다운사이징 된 모델이라 기대감이 커진다.
기자를 맞는 티볼리 1.5 가솔린의 외향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소폭으로 달라졌다.
우선 기존 모델의 경우 전면부가 다소 복잡했으나, 이번 신형은 안개등을 감싼 일체형 범퍼와 다소 날렵해진 헤드라이트, 엠블럼 역시 체어맨 엠블럼으로 렉스턴 시리즈와 동일하게 변했다.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뜻이다.
옆모습은 기존과 동일하게 깔끔하지만 타이어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18인치 휠에 폭 215㎜, 편평비 45%의 레디알(R) 타이어(89V, 580㎏·240㎞/h)가 탑재됐으나, 이번에는 모두 같지만, 편평비 50%에 92H(630㎏·210㎞/h) 타이어로 변했다.
승차감 개선을 위해 편평비를 높이면서도, 최근 야외 나들이가 많은 가족 운전자를 위해 최대 적재 중량을 늘렸다. 최대 속도에서는 현실성 있는 타이어를 장착했다.
측면에서 터보 GDI 뱃지도 새롭다.
후면 역시 트렁크 도어가 뒤쪽으로 더 튀어 나오면서 후면에 풍부함을 제공하고, 큼직한 엠블럼이 후면부에 고급감을 제공한다.
운전석 도어를 열고 1열을 살폈다. 4년 전 티볼리가 순수한 엔트리카이었다면, 이번 신형 티볼리는 가족 차량으로 고객층을 확대했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고급화 되면서 최근 높아진 고객의 눈 높이에 맞춘 것이다.
10인치 액정표시장치(LCD)는 그대로 지만, 4년의 시간 동안 변한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신형 티볼리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구형의 경우 센터페시아와 계기판 부분이 시트 방향으로 전진형태 이었지만, 신형 모델은 대시보드 라인과 일치하면서 수직형으로 변했다. 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계기판의 변화는 주행 중에 더 새롭다.
아울러 기존 1.6 가솔린 티볼리의 경우 전륜구동에 6단 자동 겸용 수동변속기를 탑재했으나, 이번에 시승한 4륜구동의 신형 티볼리는 6단 지동변속기이다. 전륜구동 신형 티볼리는 이전 모델과 같은 변속기를 지녔다.
시트는 착좌감이 좋은 천연가죽시트 그대로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조용하다.
쌍용차의 경우 디젤 엔진도 정숙하지만, 가솔린 엔진음은 도서관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쌍용차가 1997년 대형 세단 체어맨을 출시하면서 가솔린 엔진에 대한 원천 기술을 확보한데 이어, 2015년 초 1.6 티볼리를 통해서도 이미 우수한 소형 가솔린엔진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승 구간은 서울양양고속국도와 국도, 지방도 등으로 이뤄졌으며, 산악지형인 강원도의 특성상 구간 전체에 급회전이 많아 신형 티볼리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브이센터를 나오자 평일이지만 도로에 차가 많다. 서울양양고속국도 시발점인 미사대교까지 차량 흐름을 타고 갔다.
강일 IC와 미사IC에서 차량이 다소 빠지면서 미사대교부터는 차량 흐름이 원활하다. 여기서부터 남양주톨게이트까지 5㎞ 구간은 완만한 곡선과 직선 도로로 차량의 속도를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1.5 가솔린은 자동 6단변속기와 함께 속도를 높이더니 8초 만에 시속 100㎞(2000rpm)에 이른다.
중형 SUV와 비슷한 모습이면서도, 중형과 대형 SUV가 갖지 못한 경쾌한 모습을 신형 티볼리가 보여줬다. 이번에 시승한 4륜구동 티볼리의 6단 자동변속기 역시 변속 충격도 전혀 없다. 그러면서 옆 차를 치고 나가는 신형 티볼리의 가속성은 탁월하다.
성급하게 앞차를 추월하자 신형 티볼리의 네 바퀴가 정교하게 운전대의 움직임에 따라 진행한다.
남양주 톨게이트를 지나면 곡선 도로와 터널 등이 자주 나타난다. 신형 티볼리는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 최대토크 26.5㎏·m의 소형이지만 강력한 성능을 구현했다.
종전 1.6 가솔린(126마력, 16㎏·m)보다 힘과 토크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최근 들어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가 증가한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연비는 자동변속기가 10.2 km/ℓ.
남춘천 IC에서 86번 지방도를 잡았다. 본격적인 강원도의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 이다. 강원도에 자리한 국도와 지방도는 대부분 산허리를 깎거나 계곡을 따라 난 도로로 급회전 구간이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양삼거리에서 5번 국도를 잡았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밝고 속도와 rpm을 확인하기 위해 계기판을 봤다. 기존 계기판이 사라지고 속도 주변에 빨간 표시로 경고등이 켜졌다. 차량 스스로가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것이다.
신형 티볼리의 계기판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왼쪽 rpm 계기판 오른쪽 속도계 사이에 주행거리, 평균속도와 주행시간 등이 표시되고, 그 상단에 각종 차량 조작 상태가 나타난다.
내친김에 최고 속도에 도전했다. 신형 티볼리는 금세 185㎞를 찍었다. 그러면서도 신형 티볼리는 곡선 구간의 강원도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2011년 초 코란도 C를 타고 경춘도로, 가평, 화악산, 화천, 포천, 서울로 이어지는 산길을 달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당시에도 코란도 C는 속도에 밀리거나, 꺽이지 않고 정확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나타냈다.
SUV 전문기업인 쌍용차의 차량 제작 기술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다.
신형 티볼리에서 운전자는 Normal, Sports, Winter의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정숙한 주행을 원하는 운전자는 Normal을, 약간 거친 배기음과 함께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는 Sports를, 겨울철 빙판이나 눈길 주행 시에는 Winter를 각각 선택하면 된다.
다만, 4륜구동의 티볼리는 Winter 기능이 크게 필요 없다.
신형 티볼리는 2월 선보인 코란도와 마찬가지로 능동형 안전기술인 딥컨트롤(Deep Control)이 기본으로 실렸다. 여기에는 ▲앞차 출발 알림(FVSA) ▲부주의 운전경보(DAA) ▲안전거리 경보(SDA) ▲사각지대 감지(BSD) ▲차선변경 경보(LCA) ▲후측방접근경고(RCTA) ▲청각경고 등 동급 최다인 13가지 기술이 들어간다.
신형 티볼리의 가솔린 모델 판매 가격은▲V1(M,T) 1678만원 ▲V1(A,T) 1838만원 ▲V3 2050만원 ▲V5 2193만원 ▲V7 2355만원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는 2015년 첫 출시 이후 국내 소형 SUV시장을 확대한 모델”이라며 “경쟁사 역시 동급 모델을 출시하면서 3년 만에 소형 SUV 시장이 1,6배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SUV에 디젤보다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 추세”라며 “SUV 가솔린 엔진은 2.0이 최대”라며 향후 쌍용차가 2.0 가솔린 SUV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현재 쌍용차 라인업에는 중형이 없고, 소형(1600㏄ 미만)과 대형(2000㏄ 이상) SUV 모델만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13년 한국GM이 트랙스로 문을 연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015년 8만2308대 판매에서 지난해 12만9824대로 57.7% 시장이 커졌다. 같은 기간 티볼리의 동급 점유율은 54.7%(4만5021대)에서 33.8%(4만3897대)로 여전히 고객에게 인기이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