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거 하우어는 지난 15년 비디오시장으로 직행하는 수십 편의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 예전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어마어마한 재능을 지닌 집중력 있는 배우인 그는 어느 시점에는 곧 슈퍼스타가 될 것처럼 보였던 적이 있었다. 1980년대를 돌아보자. 고국 네덜란드에서는 폴 버호벤 감독의 '사랑을 위한 죽음(1973)'과 '서바이벌 런(1977)' 같은 히트작을 비롯한 유명한 작품들로 이미 대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던 하우어는, '나이트호크(1981)'와 '블레이드 러너(1982)', '히처(1986)' 등의 메이저 영화에서 악당 역을 맡으며 미국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레이디 호크(1985)'와 버호벤의 최초의 영어 영화 '전설의 기사(1985)' 같은 다른 유명한 작품들을 통해 좀 더 복잡한 인물표현을 선보였다.
그는 순식간에 분노와 섹시함과 부드러움을 똑같은 정도로 각인시킬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얼굴로 떠올랐고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즉각적으로 빛을 더해 주는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발산했다.그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우어는 엉성하지만 재미는 있는 '원티드 데드 오 얼라이브(1987)'에서 액션 주인공 역할을 시도해 보았다 그 후 곧바로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하는 싸구려 영화의 황무지로 급속히 추락했으며, 최근에야 '씬 시티(2005)'와 「배트맨 비긴즈(2005)」 같은 메이저 영화에서 조연급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8년부터 대략 2003년까지 하우어가 출연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그 수십 편 중에서 한두 편 이상을 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