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대 인근에 있는 코코링크 부설 지질자원탐사연구소에서 만난 이 회사 이동학 대표(54)는 국내, 아니 거의 전세계 최초로 여겨지는 완벽한 성능의 석유탐사자료 분석(3D지질도 제작) SW 상용화 의미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OGX의 강점에 대해 탐사자료 분석과정에서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점이라고 거듭 강조하는데 대해 의아해 하자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유수의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조차도 땅속 유전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토모그래피(tomography)역산’같은 기존 기술을 사용해 20개가 넘는 자료 처리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방식은 탐사 자료 처리할 때 각 단계마다 사람이 보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결과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는 이른바 ‘휴먼 에러(Human Error, 사람이 처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확성)’가 발생한단다. 이처럼 매 과정에 사람손이 개입되기 때문에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이 유전탐사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하는데 최대 3년이나 걸린다는 것.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성능의 슈퍼컴을 갖고 있음에도 ‘수작업’ 과정에 드는 수고와 시간을 줄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코코링크가 개발한 ‘룩솔OGX(Oil Gas Explorer)’의 강점은 자동화다. 소음제거 등 전(前)처리된 유전탐사 데이터만 입력되면 슈퍼컴이 이른바 완전파형역산(FWI,Full Waveform Inversion)이라는 단일과정으로 인간의 개입없이 자동적으로 결과를 그려내 보여준다. 게다가 컴퓨팅 능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결과 도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전처리나 후처리가 아닌 본처리 과정에서는 별도 인력이 필요없어 휴먼에러가 없는 결과를 만날 수 있다. FWI기술과 슈퍼컴퓨팅 기술이 결합하면서 나오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다. 말하자면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가 탐사한 자료를 ‘우리 기술로 처리(분석)’해 우리가 시추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동학 대표는 “이 독자적 SW를 갖게 됨으로써 우리나라가 석유탐사기술의 완전 자립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강조한다.
일반인들에겐 석유탐사관련 SW가 가진 의미가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석유 탐사자료를 취득하고 이를 처리해 매장 유망지 지각구조를 알아내고, 시추한 후 채굴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유전탐사는 기본적으로 석유 자원 부존(賦存·매장)의 가능성이 높은 내륙이나 해저 대륙붕과 심해저로 탄성파를 쏜 후 각 지층의 경계면에서 반사되는 탐사자료를 얻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사막 유전지대 탐사라면 오토바이나 차량으로 일정 거리마다 탐지기를 설치하고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 지하로 탄성파를 쏜 후 그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해저의 경우도 비슷하다. 탐사선 후미에 탄성파 발사장치와 다수의 탐지기가 달린 여러 개의 줄을 길게 늘여 끌고 다니면서 탄성파를 쏘고 탐사자료를 수집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이 자료를 처리해 지각 내 탄성파 전파속도를 역산해 내고 전파속도를 역시간 보정해 각 지층의 경계를 구한 후 석유가 있을 만한 곳의 지층 단면구조도(2D,또는 3D)를 만들어 내게 된다. 그동안은 이 자료를 모은 후 SW분석을 할 때 20여번 이상의 중간 수작업을 거쳐야 했고 그나마도 주로 2D방식의 석유매장지역 지각 단면도를 도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근에서야 3D지층도가 그려지고 있다. 기존 기술은 많이 개선됐지만 그나마도 정확성과 처리속도에서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코링크는 FWI 기술을 활용하는 SW를 개발했다. 탄성파의 전파속도를 제대로 계산해 낼 수 없는 기존 기술과 달리 탄성파 전파속도를 역산해 내는 방식이었다. 탐사 자료 분석과 지층구조도 SW 개발에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신창수 서울대 자원공학과 교수의 FWI 기술을 활용해 상용화할 수 있었다.
신 교수의 FWI 기술은 탄성파 자료를 이용해 지층의 경계를 구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그러나 FWI 기술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그쳤다면 룩솔OGX 상용화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FWI 기술은 기존의 주류인 토모그래피(Tomography)역산 기술 등에 비하여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보다 수만 배나 되는 엄청난 컴퓨팅 자원이 요구된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혀 왔다. 전 세계의 연구자들은 이 기술이 발전적인 줄 알고 있지만 그동안 연구 자체에 엄두를 내지 못한 이유다.
다행히도 코코링크는 자체 개발한 고효율화 GPU 프로그래밍 기술과 지난 2013년 자체 개발한 국산 슈퍼컴퓨팅 시스템 ‘클라이맥스 210’에 그래픽칩셋(GPU)을 20개나 붙여 연산속도를 월등히 높인 여러대의 컴퓨터를 적용함으로써 룩솔OGX를 검증하고 상용화할 수 있었다. 탐사자료로 지층 내 탄성파 전달속도를 구한 것은 물론 지층경계를 도출해 내는 역(逆)시간 구조보정 기술의 고도화에도 성공했다.
이 대표는 “룩솔OGX는 외국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토모그래피 역산기술로 1년에 걸쳐 수행하는 작업을 (컴퓨팅 자원만 투입될 수 있다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정확도도 크게 높였습니다. 신 교수님의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FWI 기술에 코코링크가 독자 개발한 슈퍼컴퓨터 클라이맥스210 컴퓨팅 기술과 고도화 GPU 프로그래밍 기술을 결합시켜 이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기존 방식으로 20km x 50km 지역 탐사자료를 처리해 3D 지층구조도를 만들려면 1~3년 걸리지만 OGX는 처리시간 단축과 정확도의 개선을 모두 이뤄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 석유메이저가 기존 토모그래피역산기술로 유전 지층도를 그려내는 데 걸린 시간이 1년인데 코코링크의 룩솔OGX역시 1년이 걸릴 수 있단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코코링크의 것이다. 룩솔OGX는 이미 월등히 높은 석유매장 지역 지각도 제작 능력에 더해 컴퓨팅 파워를 늘릴수록 그에 비례해 유전탐사 자료처리(그려내는)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기 때문이다.
코코링크는 이제 룩솔OGX의 컴퓨팅 파워를 늘리고 이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는 일을 남겨 놓고 있다.
이동학 대표는“룩솔OGX의 등장은 더 이상 기존의 뒤처진 SW를 쓰는 외국 석유메이저에게 우리나라 해저광구 석유부존 가능성을 알아봐 달라고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바다의 석유 부존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이 정확한 SW상용화로 현재 채굴중인 울산 앞바다 가스전에 이은 새로운 해저(석유)유전을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국내광구 탐사데이터를 한번 처리해 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귀중한 석유 탐사 시추 위치, 외국기업 대신 우리가 판단해야죠”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나라 광구는 물론 글로벌 석유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탐사데이터 처리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미 10여년 전 석유협회보가 밝힌 우리나라 대륙붕 석유 탐사데이터 처리 시장규모만도 1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제 그의 꿈은 룩솔OGX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석유전을 발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글로벌 석유탐사데이터 처리 시장을 개척하는 데로 향하고 있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