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수(66) GS칼텍스 회장이 2013년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부터 회사 경영성적표가 가파른 하락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GS칼텍스는 매출액이 2013년 45조6598억 원을 기록했지만 그 다음해 2014년에는 40조2584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매출 하락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GS칼텍스는 연결기준 매출액 15조62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조8532억 원)보다 7.3% 감소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올해 1월 취임후 처참한 성적표 거머줘
경영 능력 척도인 영업이익은 더욱 참담하다.
올 상반기 GS칼텍스 영업이익(매출액-매출원가-판매비와 일반관리비)이 46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4022억 원) 46.5%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에 따라 이기간 GS칼텍스의 당기순이익(영업이익+영업외수익-영업외비용-법인세비용)은 134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04억 원)에 비해 무려 67.5% 급감했다.
허진수 회장 조카인 허세홍(50) GS칼텍스 사장이 올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거머쥔 '비참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GS칼텍스는 '남는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GS칼텍스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조2342억 원, 7036억 원으로 2017년 영업이익(2조16억 원), 당기순이익(1조4381억 원)에 비해 절반 수준 이하로 줄었다.
GS칼텍스가 2016년 올린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2조1404억 원)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GS칼텍스 주력이 정유사업으로 국제유가 흐름에 실적이 좌우될 수 밖에 없지만 최고경영자의 경영 능력도 회사 실적에 영향을 준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69.4달러(8만5000원)와 7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5%(9달러), 5.7%(4.7달러) 각각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 원유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현물 평균가격은 68달러에서 65.5달러로 3.7% 내리는데 그쳤다.
GS칼텍스가 두바이유보다 비싼 싱가포르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수익이 나기 힘든 구조가 된 것이다.
GS칼텍스의 다른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GS칼텍스는 올해 상반기 윤활유사업이 매출 67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81억 원)보다 8.7% 감소했다. 사업 비중은 3%로 변동이 없다. GS칼텍스 매출에서 12%의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사업도 이 기간 7.9%(3조2057억 원→2조9527억 원) 매출이 줄었다.
◇허진수 회장-조카 허세홍 사장 '경영 악화'에 골머리
허진수 회장과 조카 허세홍 사장은 GS칼텍스 경영정상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허 회장의 경영실적 부진의 유산을 허 사장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 회장은 2013년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된 후 이듬해 창사 최고의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2014년 매출 40조2584억 원으로 2013년(45조6598억 원)보다 11.8%(5조4014억 원) 줄어 영업이익 4563억원, 당기순이익 676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 유가가 하향 곡선을 그린 데 따른 것이지만 당시 허 회장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은 이후 2016년 GS칼텍스 이사회 의장, 2017년 1월 GS칼텍스 회장에 각각 취임하며 경영 최일선에서 물러났다.
◇허세홍 사장 경열능력 시험대 올라...GS, 위기 처한 GS칼텍스 지원군 나서
허 회장의 경영 바통을 물려받은 허세홍 사장은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경영악화 상태인 회사를 단기간에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지만 허 회장 리더십과의 차별화를 일궈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그룹 지주회사 GS가 허 회장과 허 사장의 경영에 지원군으로 나선 점이다.
허 회장 친형이자 허 사장의 다른 당숙인 허창수 GS 회장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GS는 GS칼텍스 여수 올레핀공장 건설에 2조6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레핀은 천연가스나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불포화 탄화수소로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소재로 쓰인다.
GS칼텍스 최대 주주는 보통주 1300만주(지분율 50%)를 보유한 GS에너지(주)로 이 회사는 (주)GS(회장 허창수)가 100% 출자했다. GS 출자자 3만6515명 중에서 허창수 회장은 4.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GS에너지는 두 허 회장 사촌인 허용수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다만 단기간 내 허세홍 사장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여수 올레핀 공장의 제품 생산이 2022년이고 허 사장의 실적은 향후 3년간 국제유가 향방에 달렸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GS칼텍스 정유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5%, 45%인 점을 고려하면 국제유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허세홍 사장 '넘어야 할 산' 만만치 않아
앞으로 허세홍 사장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석유화학분야 진출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경쟁업체도 관련 분야 진출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기존 업체의 시장 수성(守城) 역시 호라호락 하지 않다. 실제 에쓰오일은 2023년까지 석유화학분야에 5조원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역시 2조7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허 회장은 2013년 신사업으로 탄소섬유 개발을 시작했지만 상업화 가능성이 낮아 중단했고 최근 친환경자동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연료전지사업도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15년 원천기술과 특허권을 모두 매각한 점도 허세홍 사장에게는 치명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관련 분야에서 세계 주요 기업으로 부상한 점을 고려하면 허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비교되는 부분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효성 역시 탄소섬유 개발로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는 2011년 출범한 GS에너지가 맡고 GS칼텍스는 정유 사업이 치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GS칼텍스 실적 악화로 주유소도 타격
이 같은 GS칼텍스 실적 하락은 내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주유소 감소를 부추겼다.
국내 주유소가 사상 최고(1만2916곳)이던 2012년 3월 GS칼텍스 주유소는 당시 전국에 3336곳으로 26%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2017년 3월 전국 주유소는 1만1996곳으로 7.1% 감소했고 같은 기간 GS칼텍스 주유소는 2522곳으로 24.4% 급감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주유소 점유율이 이 기간 26%에서 21%로 축소됐다.
반면 업계 1위 SK주유소는 같은 기간 17%(4436곳→3680곳), 점유율도 34%에서 31%로 3%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허세홍 사장은 뒤늦게 바이오케미칼 사업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2016년부터 500억원을 투자해 여수 제2공장에 바이오부탄올 시험공장을 완공하고 최근 시범생산에 들어갔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