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셰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좀비 팬데믹’ 종식 후 세계로 확산되는 진짜 공포를 그린 2018년에 개봉된 영화 ‘더 큐어드(The Cured)’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되어 호평을 받은바 있다.
이 영화의 무대는 인간을 흉포화 시키는 신종병원체 메이즈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대혼란에 빠진 아일랜드. 발생 6년 후에 치료법이 발견되고 치료효과를 볼 수 없는 25%의 감염자는 격리시설에 감금되고 치유된 75%는 ‘회복자’로서 사회에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회복자를 두려워하는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차별에 불만을 품은 일부 회복자가 과격화되면서 보복테러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혼란의 영향은 회복자인 젊은이 세낭(샘 킬리)과 그가 몸담았던 미혼모 누나 애비(엘렌 페이지)의 가족에게도 미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비춰지는 것은 사회에서는 ‘놈들은 이제 인간이 아니다’라고 차별받고, 사생활에서는 ‘사람을 물어 죽이던 기억’에 시달리는 회복자들의 고뇌를 담고 있다. 분노와 증오의 연쇄는 이들을 다시 받아들인 가족이 살인했다고 성토하기까지 해 또 다른 공포의 팬데믹을 불러온다.
각본·감독을 맡은 신예 데이빗 프레인은 ‘현대의 사회문제를 훌륭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장르’로 좀비영화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는 “거기서 나온 것이 ‘좀비감염에 치료법이 있었으면’이라는 아이디어였다. 낫는다는 상황은 원래 좀비에게 어떤 것이 될까? 치유되더라도 감염되었을 때의 행동에 시달린다는 개념은 무섭고 비통했다. 그 생각은 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가족은 원래 좀비를 받아들일까? 정말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등장인물을 조형해 그것을 기반으로 해 큐어드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그는 “미디어나 정치인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사람들의 공포심을 키우는 지에도 흥미를 가졌다. 그 공포의 대상이 이민, 종교, 지카 바이러스 등 어느 것이든 그런 행위는 분노와 분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어떤 병보다 훨씬 해롭다. 이와 같이 공포를 과장하는 행위가 ‘큐어드 세계’의 기초를 쌓아 올리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해 ‘공포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감염된 사람의 공포나 감염되는 공포만이 아니다. 자신 안에 있는 공포, 즉 그것은 공포에 시달리는 가운데에서의 자신들의 무력함에 의한 공포라는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