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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영국 코로나19 사망자 4만 명 돌파…정부 대응전략 부실 논란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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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영국 코로나19 사망자 4만 명 돌파…정부 대응전략 부실 논란 ‘사후약방문’

영국 런던의 잉글랜드 은행 앞을 지나는 시민들.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의 잉글랜드 은행 앞을 지나는 시민들.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될 당시 영국 정부의 과학고문들은 “이 상태라면 국내 사망자를 2만 명으로 억제하면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현지시간 5일 기준 사망자 수는 4만261 명으로 그 2배를 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아니면 정말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살았어야 했을까.

■ 실제 사망자 수 5만명 이상

물론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필연적으로 많은 생명이 위협받는다. 신형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는 세계 각지에 있다. 하지만 국가 간 비교는 어렵다. 신종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하는 사망자의 세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국내에서도 세는 법이 두 가지다. 4만 명 이상이라는 인원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뒤 사망한 사람의 수다. 그러나 의사들이 쓴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사망진단서를 따지면 실제로 5월 말까지 5만 명 가까이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느 편을 들든 영국은 분명히 신형 바이러스 피해가 특히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렇다고 영국의 피해가 돌출된 것도 아니다. 인근 국가에서도(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인구 기준으로 보면 사망률은 엇비슷하다.

■ 영국이 감염 리스크 컸던 이유

감염력과 치사성이 높은 바이러스가 퍼지면 영국에 엄중한 사태가 오는 것은 필연이었다. 수도 런던은 세계적인 국제도시다. 거기에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른 나라보다 이른 시점에 전파됐다. 처음으로 감염증 사례가 확인된 것은 2월이었지만 그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이미 감염 확산이 시작되고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인구가 크고 밀집해 있는 런던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에 안성맞춤이었다. 국내 다른 지역보다 먼저 런던에서 감염이 급증한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다. 덧붙여 감염되었을 경우 죽음에 이르는 리스크가 가장 높은 고령자의 수를 조합하면 영국의 인구 구성비율도 바이러스에 대해서 약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 심각성 인식못한 정부 지도층

물론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유능한 정부가 할 일이다. 재작년 복수의 전문가나 전문 기관에 의한 조사 보고서에서는 감염병 팬데믹에 대한 대비가 특히 충실한 나라의 하나로 영국을 평가하고 있었다. 만약 독감 정도였다면 그랬을 수도 있었다.

이번 감염 초기에 시행된 대책은 이른바 봉쇄하고 늦추고 완화하는 행동계획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독감을 상정한 전략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데비 스리드할 교수(국제 공중위생)는 인플루엔자를 상정한 전략을 응용한 탓에 코로나19의 봉쇄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를 능숙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전제로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또 이 나라 지도자들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교수들은 말한다.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은 다른 발상으로 행동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험으로 이 같은 나라는 이미 검사와 접촉자 추적 네트워크를 확립하고 있었다. 이미 있던 시스템을 이번에도 신속하게 움직인 결과 인구 합계는 영국보다 많음에도 사망자는 약 30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스리드할 교수는 영국 정부가 사태를 우습게 봤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다른 유럽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교수들은 말한다. 보건장관 출신으로 영국 하원 보건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제러미 헌트 의원(보수당)은 더 비판적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한 탓에 정부 과학고문이 각료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우리 시대에 없던 정도의 대실패”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 봉쇄 늦었던 것도 피해 키워

이런 비판에는 모두 사후 결과에만 치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했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난 시점에서도 영국의 대응은 더디기만 했을까. 3월 초만 해도 정부의 예측모델을 수립하던 담당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탈리아의 어려움이 날마다 전해짐에 따라 영국 정부는 다음의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손을 자주 씻을 것을 강조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집에서 자율 격리할 것을 당부하는 등 몇 가지 대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면적인 락 다운(도시 봉쇄)이 발표된 것은 3월 23일이었다. 그 사이 주민의 국내 이동은 자유로웠으며, 통근자는 혼잡한 전철이나 지하철, 버스로 런던에 대량으로 출입하고 있었다. 남서부 첼트넘에서 매년 열리는 대규모 경마축제도 예정대로 실시됐다.

정부 과학고문 출신인 서 데이비드 킹 교수는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주장하며 잠금장치가 늦은 만큼 더 많은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영국 민영방송 채널4의 시사 프로그램이 의뢰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월 23일이 아닌 3월 12일 락 다운을 시작했더라면 1만3,000명의 목숨을 건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3월 16일 시작했더라면 8,000명이 더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검사 체제 미비도 중요한 요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책의 핵심은 신속하고 많은 검사였다. 그러나 영국은 그러지 않았다. 팬데믹 초기만 해도 정부는 자신들의 검사 능력을 하나같이 자랑했다. 하루 1,000건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금세 3,000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감염이 확산되면서 필요한 검사키트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금세 드러났다.

3월 중순에는 입원환자에게 돌아가도록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검사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을 비롯한 각지의 보건당국은 당시 8곳의 작은 검사기관과 자체 검사 기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검사 능력 확대를 위해 각지의 병원과 대학, 민간 부문과 진지하게 협의하기 시작한 것도 몇 주 뒤였다. 즉 이탈리아나 독일처럼 매일 수만 명의 환자를 검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4월 말에야 가능하게 됐다. 이에 대해 최근 하원에서 질문을 받은 정부는 검사 체제를 좀 더 빨리 확충했더라면 유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 요양원 등 돌봄시설 피해 심각

국내에서 죽은 사람의 30% 가까이는 요양원 등 보호시설에서 사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의 부족이 가장 영향을 준 것은 이들 시설일지도 모른다.

한 시설에서 5명 이상이 양성으로 나타난 시점에서 해당 시설에서의 검사는 중지하는 대응이 4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덧붙여 무증상감염자에 의한 전파가 집단 감염으로 연결된다는 우려를 이유로, 이들 시설의 무증상감염 직원이나 입주자는 4월 말에야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이후의 연구에서 일부의 요양 보호시설에서는 양성으로 판정된 스태프나 입주자의 절반 가까이가 무증상감염자였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90개소에서 보호 시설을 운영하는 MHA의 샘 모나한 최고 경영책임자는 “정부의 이러한 검사 방침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진작에 검사가 이뤄졌더라면 죽지 않았을 사람이 많았고 감염자 뒷바라지도 더 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얻은 교훈은?

의료용 앞치마와 장갑, 고글 등 방호 장비는 우선 국민 보건서비스(NHS)로 돌려졌다. 그 때문에 개호 시설에서는 방호 용품이 부족해 문제의 악화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나 캐나다, 이스라엘, 독일 등 다른 나라의 경험을 참고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것은 결코 필연적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검사나 방호 장비 확보 외에 시설에서 시설로 직원이 이동하지 않는 것을 다른 나라는 중시하고 있었다.

일손이 부족한 많은 간호시설은 인력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간병 분야의 예산 부족이 시설 내 사람들의 위험한 상태로 이어졌다고 공중위생 정책 책임자부터 자치단체나 병원 간부에 이르기까지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시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물론 사회 전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지금부터 몇 십 년 동안이나 검토가 거듭될 것이다.

공개 조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실수가 겹쳤는지가 분명해질 것이다. 정부 수석 과학고문인 패트릭 밸런스 경은 스스로 5월 말 블로그에서 이를 인정했다.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우리는 지난 몇 달을 되돌아보며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패트릭은 썼다. 다음번에는 더 잘 대응하기 위한 방법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