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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놀란 미국 방송계…형사드라마 인종차별 모니터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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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놀란 미국 방송계…형사드라마 인종차별 모니터링 강화

사진은 미국 CBS의 인기 형사 드라마 ’NCIS‘의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미국 CBS의 인기 형사 드라마 ’NCIS‘의 포스터.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력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면서 경찰 조직을 다룬 드라마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법 집행기관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는 오랫동안 TV의 단골이었고, 닐슨에 따르면 2018-2019년 드라마 부문 시청률 ’톱3‘은 형사 드라마였다.

지난 1월 발표된 비영리단체 ‘Color of Change’의 보고서에서는 2017-2018년 형사 드라마 26편의 353개 에피소드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명백한 인종차별이나 폭력 등 경찰관 등의 부당한 행위가 다른 등장인물로부터 지적되거나 조사를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프로그램은 범죄 피해자가 유색인종보다 백인이 더 많았으며 피해자가 흑인 여성인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씨의 죽음으로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력에 대한 항의가 미국 전역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법 집행에 관한 드라마 묘사도 정밀 조사되고 있다.

NBC에서 방영되는 경찰서가 배경인 코미디 ‘브룩클린 나인’도 경찰의 폭력 항의에 직면했고, 이들이 시위자들을 돕기 위해 전미 보석기금 네트워크에 10만 달러를 기부한 뒤에도 계속됐다. 트위터에서는 이 프로그램이나 다른 경찰을 다룬 프로그램을 ‘프로파간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연예뉴스 전문지 ‘Vulture’ 기자인 캐서린 반 아렌던크(Kathryn Van Arendonk)는 “TV는 오랫동안 경찰 측 시각에 서 왔다. 그것은 시청자의 견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어, 경찰이 지역사회를 단속하고 있는 것보다도, 범죄와의 투쟁이나 승리를 우선해 왔다”고 6월 초에 쓰기도 했다.

경찰 드라마는 지상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닐슨의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2018-2019년 시즌 상위 25개 작품 중 12개 이상이 경찰 드라마였다. 톱3은 ‘NCIS’, ‘FBI: 특별수사반’ ‘블루 블러드’(모두 CBS) 등이다. 하지만 인기가 있다고 해서 경찰을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0년 1월 발표된 비영리단체 ‘Color of Change’의 대규모 보고서는 2017-2018년 시즌 26개 범죄 관련 드라마의 353개 에피소드를 조사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들 TV 프로그램이 경찰의 무모한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유색인종과의 경찰의 교감을 정확히 묘사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경찰관들이며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난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부정행위의 예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강제나 협박, 폭력이나 언어에 의한 공격, 규칙 위반 등을 들 수 있다.

‘Color of Change’의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의 수석인 러시드 샤바즈(Rashid Shabaz)는 “경찰이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 법을 어기는 것이 정당화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정당화된 전술이 현실 세계로 유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그 현실은 흑인과 갈색 사람들을 경찰에 의해 위험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부정행위를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법 집행기관에 직면한 유색인종의 현실을 부정확하게 묘사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예를 들어 이들 프로그램에서 유색인종은 경찰의 과도한 신체적 힘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표현되지 않는다.

주요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드라마 353편 중 형사‧사법 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는 6회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행위를 하는 형사사법 전문가의 묘사 횟수는, 그 행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의 3배였다. 453건의 부정행위 중 드라마에서 조사된 것은 13건으로, 전체의 3.7%였다.

범죄 피해자가 백인 남성일 확률은 35%이다. 반면 흑인 여성이 범죄 피해자로 묘사되는 경우는 드물어 9%였다. 경찰의 과잉 무력행사는 45건에서 ‘드물며 그다지 해롭지 않다’고 묘사됐고 ‘유색인종에 치우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가 1건이다.

할리우드는 경찰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항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몇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비아컴 CBS가 소유한 파라마운트 네트워크는 30시즌 이상 진행되던 ‘전미 경찰 24시 컵스(Cops)' 방송을 중단했고, A&E 네트워크는 주말에 ‘Live PD’의 새 에피소드를 방영하지 않았다. 둘 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주요 TV 네트워크는 모두 항의자나 흑인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비아컴 CBS는 인종차별을 끝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단체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NBC유니버설의 모회사인 컴캐스트는 “사회정의, 종업원, 의식과 교육, 디지털 격차 시정, 스몰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포괄적인 복수년 계획에 1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샤바즈는 “형사 드라마의 설명 책임과 유색인종의 경험을 반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유색인종의 현실을 지우고 크든 작든 법집행기관의 선전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프로그램은 유색인종 커뮤니티를 계속 해치는 기준과 관행을 강화해 왔다. 문화예술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 프로그램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들과 그 이야기들은 생명을 구할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