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정부규제 불똥 맞은 재건축재개발 조합 '분란'...설자리 좁아지는 조합장들

글로벌이코노믹

종합

공유
0

정부규제 불똥 맞은 재건축재개발 조합 '분란'...설자리 좁아지는 조합장들

서울 ‘알짜 정비사업지’, 조합집행부 해임 잇따라
사업지연 책임론에 줄줄이 직무정지·도중하차
‘분양가 갈등’ 둔촌주공 조합장, 9일 총회 이후 사퇴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고강도 규제 불똥이 개별사업장에 떨어져 조합장 등 조합 집행부 해임 사태로 번지고 있다.

정부의 도시정비사업 고강도 규제와 지자ㅣ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으로 재건축·재개발 추진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조합 집행부 교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찬성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오는 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수용(선분양) 여부를 가르는 임시총회를 마치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조합장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총회 성사와 사업진행에 저의 사퇴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7월 9일 총회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킨 후에 조합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근 일반분양 방식과 분양가를 두고 조합원간 내홍이 커지고 있다. 당초 조합은 3.3㎡당 3550만 원의 일반분양가를 원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관리기준에 맞춘 2978만 원을 강경하게 고수했다.

조합은 HUG 기준에 따른 일반분양가를 수용하고, 오는 7월 말부터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일부 조합원들은 HUG의 2900만 원대 분양가로 사업을 진행하면 조합원당 분담금이 최대 1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반발하며, 차라리 후분양으로 진행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합은 오는 9일 일반분양가 확정 등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주요 안건으로 한 조합원 임시 총회를 열고 ‘2900만 원대’ 일반분양가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흑석9구역 재개발구역도 지난달 14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이사·감사에 대한 해임 안건을 처리했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90일대에 최고 25층, 21개 동, 153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프로젝트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8년 최고 층수를 28층으로 높이고 동(棟)수는 11개 동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하면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롯데건설이 제시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안건은 지난해 연말 서울시와 동작구의 사전 검토에서 부결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 서울플랜’에서 흑석9구역 등 2종일반주거지의 최고 층수를 25층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롯데건설이 제안한 대안설계안이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흑석9구역 사업은 장기간 지연돼 왔다. 조합과 롯데건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업은 답보상태가 됐다.

이에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비리 의혹과 더불어 대안설계 문제 등을 짚으며 조합장이 ‘조합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조합 집행부 8명을 해임하고 직무를 정지시켰다.

서초구 서초신동아 재건축 조합원들도 지난달 10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해 조합장과 감사 해임 안건을 가결했다.

강남 노른자 재건축단지로 주목받은 이곳은 지난 2017년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득하면서 2018년 1월부터 적용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간발의 차로 피했다. 또 2018년 5월 관리처분계획변경도 인가받으며 철거를 눈앞에 둔 정비사업현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재건축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일조권 문제를 두고 조합장과 교육청 간의 갈등이 있었고, 이로 인해 2017년 관리처분 인가를 조건부로 취득하고도 사업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사업지연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 등으로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해임 절차를 밟게 됐다.

이같은 조합 집행부 교체 움직임은 향후 다른 구역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다수의 재건축·재개발사업장들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이는 조합 집행부의 책임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 특성상 많게는 수천명의 조합원들의 재산상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사업 진행 속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일변도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이러한 조합집행부 교체 바람은 향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책과 인·허가 규제에 따른 정비사업 지연은 조합장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부분인 만큼 사업지연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 불필요한 조합장 해임과 이에 따른 사업지연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