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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된 하이닉스...SK 최태원호(號)인수 8년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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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된 하이닉스...SK 최태원호(號)인수 8년 성적표

만성적자 기업서 영업이익 '20조 원 공룡기업'으로 우뚝...2분기 영업이익 2조 원대 전망
"내 월급 공개돼 피곤하지만 자부심 하난 높아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SK하이닉스 M15 반도체 생산라인 준공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SK하이닉스 M15 반도체 생산라인 준공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올해로 입사 12년차인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 직원 A씨는 매년 회사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면 지인들에게 시달리기 일쑤다. 이들이 언론에 보도된 '성과급 지급'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한 턱 내라는 이들의 성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그는 "성과급을 탈 때마다 언론에 낯낯이 공개돼 피곤한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회사가 그만큼 눈부시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SK하이닉스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 시절부터 회사에 몸 담아온 직원들 중에는 회사가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 대표적인 '미운오리세끼'로 통하던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 식구가 된 이후 단숨에 '백조'로 환골탈태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업계에서 대표적인 '미운오리세끼'로 통하던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 식구가 된 이후 단숨에 '백조'로 환골탈태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하이닉스엔 미래 없다"…매물시장도 외면하던 '미운오리'


하이닉스반도체가 2012년 3월 SK그룹에 인수된 지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반도체 업계에서 대표적인 '미운 오리 새끼'로 통하던 하이닉스반도체는 SK 식구가 된 이후 단숨에 '백조'로 탈바꿈했다.

하이닉스는 SK에 합병되기 전에 만성적자에 시달렸다.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은 하이닉스는 1999년 7월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부채가 15조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상가상으로 하이닉스는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2만2000명에 이르던 임직원 수는 1년 만에 1만4000여 명으로 반토막 났다. 2005년 7월 겨우 워크아웃을 벗어나며 회생하나 싶었지만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하이닉스는 다시 적자 늪에 빠졌다. 이에 따라 SK그룹으로 인수되기 직전인 2011년 4분기 영업손실이 1675억 원에 이르렀다. 빚더미에 앉은 하이닉스는 매물시장에서조차 외면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당시 SK그룹 내부에서도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태원(60) SK그룹 회장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선경반도체 설립 실패' 사례가 되풀이될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한 최 선대회장은 반도체 사업 진출을 모색하다 제2차 오일쇼크로 경영위기를 맞아 결국 1981년 선경반도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반대 여론을 설득시켜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단행하고 4조 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실탄을 SK하이닉스에 쏟아부었다.

그는 2018년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열린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 M16 기공식에서 "SK하이닉스는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지키며 성공을 이룬 성장스토리를 써 왔다"며 "(앞으로도)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잘 만들고 새로운 기술과 반도체 세상을 열어가는 SK하이닉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8년에는 4조 원을 투입해 일본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에 나섰다. 업계는 도시바 인수 조치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신(神)의 한 수’로 평가한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지난해 6월 세계 최초의 128단 4D 낸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지난해 6월 세계 최초의 128단 4D 낸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최태원 뚝심에 '만년 적자' 하이닉스 날아올라...2분기 영업이익 '2조 원'대 유력

SK 식구가 된 직후 하이닉스는 그룹을 상징하는 나비 문양처럼 성장을 위해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SK그룹 투자 이후 1년 만에 SK하이닉스는 흑자 전환에 성공해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역사상 글로벌 반도체 시장 최호황기로 평가받는 2018년에 매출액 40조4451억 원, 영업이익 20조843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초우량기업으로 우뚝 섰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최소 1조원 대 후반에서 최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력은 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절대강자 삼성전자마저도 무시하지 못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128단 1Tbit(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후 양산에 들어갔다. 이는 2018년 10월 96단 4D 낸드 개발 이후 8개월만에 이룩한 업적이다.

또한 SK하이닉스는 같은 해 8월 업계 최고속 ‘HBM2E’ D램 개발에 성공하고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2위를 거머쥐고 있다.

그룹 내 백조로 화려하게 부활한 SK하이닉스 덕분에 SK그룹은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재계 순위 3위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한때 매물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던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선진 기술력으로 이젠 산업계를 대표하는 대장주 중 하나가 됐다"면서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더욱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