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돌풍이 불고 있다. 한류라고 하면 2003년 일본에서 방영된 ‘겨울연가’ 이후 영구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번 열풍은 젊은이들의 지지도 높아 지금까지와는 성질이 다르다.
그런 새로운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이끄는 양대 제목이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래스’다. 넷플릭스에서는 연일 ‘톱10’에 진입하는 이들 작품에 공통되는 특징이 한국의 케이블 방송사에 의해 제작됐다는 것.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유료 채널의 강점은 스폰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자유도가 높고, 지상파에서는 좀처럼 실현이 어려운 사회성을 띤 것이나 엉뚱한 설정의 작품이 근년 많이 탄생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도깨비’ 등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이름을 한 번은 들어봤다는 수준의 히트작을 연발하며 계속 1위를 달려온 케이블 국은 tvN이다. 최근 이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기세를 보이는 것이 ‘이태원 클래스’를 낳은 JTBC다.
2011년에 개국한 이 신예 방송사는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선아 주연작 ‘품위있는 그녀’로 2017년경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부, 명예, 권력 등을 가진 부유층만 사는 고급 주택가를 무대로 음모가 소용돌이치는 인간관계를 그린 ‘SKY 캐슬’을 세상에 내보낸다. 이 작품은 한국의 과잉 교육열과 학력 사회의 어둠을 풍자적으로 그린 짜릿한 스토리가 화제가 되면서 비지상파 시청률이 첫 회 1.7%에서 당시 역대 최고인 23.8%까지 치솟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 밖에도 살인 사건의 용의를 받은 캐스터와 그 변호인이 된 그녀의 남편의 복잡한 관계를 그려 백상예술대상 외 6관왕에 빛난 ‘미스티’ 등 애증이 섞인 실험적인 서스펜스 작품으로 히트를 연발했다. 웹 코믹을 원작으로 복수와 청춘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교묘하게 접목시킨 새로움으로 중독자를 속출시키고 있는 ‘이태원 클래스’에서는 영화배급사 쇼박스와 짝을 이루는 등 도전적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JTBC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 중의 하나가 일본 CS국 KNTV에서 10일부터 일본 최초로 방송하고 있는 ‘부부의 세계’다.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이태원 클래스’ 다음 방송으로 방영되자 한국에서는 케이블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 28.4%의 대박을 터뜨렸다.
사랑하는 가족과 의사 경력을 갖고 순탄하게 살아가던 여성이 어느 날 한 가닥 머리카락을 계기로 남편의 외도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남편이 바람을 피운 상대 여성이 임신하면서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진 그녀는 남편에 대한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걸쭉한 인간관계라고 하는 JTBC가 지금까지 결과를 남겨 온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수위를 넘는 ‘공격적인 묘사’다. 전체 16화 중 14화가 일본의 R-18에 상당하는 19금으로 지정되어 있으며(또한 일본에서의 방송은 PG12), 일인칭 시점에서의 폭력 장면 등 자극적인 묘사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청등급이 제한되는 높은 벽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이 작품은 현재 한국 드라마의 유행을 상징하는 듯한 작품이다. 일본에서도 한류열풍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지금 꼭 체크해야 할 작품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