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수요 억제책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으로 하반기부터 집값이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의 부동산 선호 현상으로 여전히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죄고, 세금 늘리고…‘초강력’ 규제 하반기 본격 시행
올해 하반기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되는 시기다. 우선 정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6‧17부동산 대책 중 전세대출 관련 조치가 지난 10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에는 전세대출보증 이용이 제한된다.
무주택자의 경우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한다. 1주택자는 6개월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주택에 의무적으로 전입해야한다. 모든 지역에서 주택매매와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도 금지된다.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한도도 최대 4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축소된다.
또한 이달 28일부터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유예 기간을 가졌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민간의 수익성 저하로 향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전매가 금지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지방광역시 도시지역의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로 강화했다. 이번 조치로 전매금지 지역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신규 아파트 값이 더 상승하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10일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투기성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려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다주택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7.10 대책 의도대로 ‘세금 폭탄’을 맞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지 여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매각보다는 ‘버티기’나 증여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여세의 최고세율이 50%(과세표준 30억 초과)로 현행 3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보다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 정책 기조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서 세금을 올린다고 해서 부동산을 잡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는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크게 보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집값잡기에만 몰입하다보니 규제 이후 시장이 잠잠해지다가 다시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공급 확대 방안이 병행되지 않는 다면 하반기에도 부동산시장 불안 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매매‧전세가격 ‘오름세’
부동산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상당수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건설·주택경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주택매매가격은 0.1%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 매매가격은 수도권과 지방의 편차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은 0.3% 상승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0.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산연은 “수도권 매매시장은 정책적 요인으로 법인·다주택자의 물건 유입이 다수 있겠지만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요가 하락세를 저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의 경우 지역 간 격차뿐만 아니라 지역 내 주택유형별로 격차를 보이는 가운데 개발 호재 등 특정 이슈에 반응한 매매 수요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신속한 지역별 규제 확대에 의해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전셋값의 경우 매매가에 비해 상승세가 더 뚜렷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전세가격이 상반기 1.1% 상승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1.5% 올라 연 2.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15년의 4.9%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전셋값 급등 이유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책에 따라 다주택자가 공급하던 전세 물량이 매매로 전환될 경우 양질의 전세 물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6·17 대책을 통한 대출 규제로 기존 세입자가 매매를 미루고 전세시장에 남는 것과 3기신도시 인근 지역 전입, 임대차 3법 등을 고려하면 전세가격은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 규제 영향으로 고가주택이 밀집된 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의 상승폭은 과거보다 둔화될 전망이지만, 규제가 덜한 조정대상지역과 비규제지역 중심의 풍선효과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규제 지역이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서울 주택시장으로 다시 ‘유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세시장은 정부의 ‘임대차보호 3법’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초기 임대료를 높이는 사례가 증가해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잇단 정부규제로 하방압력 커
가격 상승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에 따른 국내 및 세계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주택시장에도 충격파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지면서 하반기 주택가격은 하방압력이 작동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간 입지 특성, 대출규제의 차등 적용에 따른 주택가격대 특성, 건축연한, 주택면적 등에 따라 가격 변화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시경제 불안과 계속되는 정부 규제정책으로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특히 올 하반기 코로나 2차 대유행 위기가 올 경우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고강도 대출규제와 세제강화로 거래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며 규제 중심지인 서울과 인접 신도시는 하반기에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러나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을 경우 다시 상승반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국 24만 가구 분양…상반기 대비 약 60%↑
규제 시행 이전 7월 집중…경기>서울>인천>부산 순
정부의 분양가 규제와 신축 아파트 선호가 맞물리면서 청약수요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전국에서 24만여 가구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전국 분양예정 물량은 총 24만 2110가구(임대 포함한 총가구수 기준)로 집계됐다. 청약 이관업무와 코로나19 우려로 분양 일정을 소화하기 버거웠던 상반기(15만 가구)에 비해 58.7% 늘어난 수준이다. 지역별로 수도권에서 13만 8873가구, 지방은 10만 3237가구가 공급된다.
가장 많은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시기는 7월이다. 이달 분양예정 물량은 8만 6501가구로, 하반기 월평균 분양물량 4만가구의 2배 수준이다. 지난 5월 말 조사된 7월 물량(4만 8000여 가구)에 비해서도 2배 가량 많다. 이달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 조치가 끝나고, 오는 8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전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그 전에 건설사들이 분양을 서두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분양예정 물량은 경기지역이 가장 많다. 6·17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경기도에서는 총 7만 4469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강남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총 3만 4279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인천에서는 3만 125가구가 공급된다. 지방은 부산(2만 114가구), 대구(1만 7553가구), 충남(1만 2873가구) 순으로 분양물량이 많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새 아파트 선호가 여전한데다 분양가 통제로 분양가가 조정되는 지역이 늘면서 하반기 청약시장은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7월에 청약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듯하다”고 진단했다.
여 연구원은 “전매가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 비규제지역에서는 개발호재가 있거나 저평가된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열기가 뜨거울 것”이라고 전망한 뒤 “다만, 제주와 경상권 등 미분양 소진이 더딘 지역에서는 청약시장의 온도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