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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국경없는의사회, 전·현직 직원 1,000명 “조직 백인우월주의 만연” 규탄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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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국경없는의사회, 전·현직 직원 1,000명 “조직 백인우월주의 만연” 규탄 서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에 임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들.이미지 확대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에 임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들.

긴급의료원조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전 세계에서 체계적인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 업무가 ‘식민지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에 전·현직 직원 등 1,000명이 서명했다고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MSF가 특권을 가진 소수파 백인이 수십 년 권력과 가부장 주의를 행사하는데 눈감으면서 채용 활동, 직장환경, 인간성 상실 프로그램을 통해 인종차별을 영속적으로 꾀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문서에는 상층부나 직원에게 근본적 개혁과 함께 조직 내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제3자조사’도 촉구하고 있다.

자비드 압둘 모네임 MSF 영국 이사장, 아그네스 무손다 MSF 남아프리카 회장, 플로리안 베스트팔 MSF 독일 사무국장도 이 문서에 서명했다. MSF는 개도국이나 분쟁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긴급 의료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인도적 지원 조직 중 하나로 1999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문건은 인종차별주의 및 반인종차별주의 운동인 ‘블랙 라이브즈 매터’(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에 대한 조직 내부의 이견으로 작성됐다. 발단은 MSF 이탈리아에 의한 제안이었다. MSF 이탈리아는 ‘인종차별’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MSF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해 일각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MSF 이탈리아는 이후 “전 세계의 직원에게 상처를 입혔다”라고 사죄했다.

한 직원은 “MSF에서 백인들의 구세주 정신이 숨 막힐 정도로 넘쳤다”고 문서에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내 직원을 MSF 인터내셔널 스태프 자리에 앉도록 도와준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 중 가장 지루하고 불공평하며 충격적일 정도로 화가 나는 채용 과정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MSF 인터내셔널의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 회장은 이 문서에 대해 “이미 MSF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변혁을 가속화 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괴로운 일을 거쳐 생긴 분노나 논의를 촉진시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필요한 곳에 정책 결정권을 행사하고, 개입할 때의 전략 입안에 환자나 커뮤니티도 관여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사항이다. 유럽의 정책 결정권을 축소하고 이를 다른 나라들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우 회장에 따르면 6월 29일 문서 개혁 요구 내용은 문서가 나오기 일주일 전 회의에서 승인됐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