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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7)] 청정원에서 닥터유까지, 상품 미래를 꿰뚫어보는 '식품 패키지 최고의 전략가' 조계홍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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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7)] 청정원에서 닥터유까지, 상품 미래를 꿰뚫어보는 '식품 패키지 최고의 전략가' 조계홍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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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홍 넥스트 브랜드 대표 ⓒ 조계홍이미지 확대보기
조계홍 넥스트 브랜드 대표 ⓒ 조계홍

- 조계홍 대표님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산업대학원에서 브랜드 패키지를 전공하였습니다. 디자인 에이젠시(Design Agency) 디자인 메시지(Design Message)에서 아이덴티티(Identity) 디자이너로 4년을 근무했고 이후 주식회사 미원의 디자인실(현 대상주식회사)로 이직했습니다. 미원에서 디자인실 팀장으로 7년간 근무한 뒤 1994년 퇴사하여 곧바로 패키지와 B.I(Brand Identity)를 전문 디자인 회사 '넥스트 브랜드(Next Brand)'를 설립했습니다. 현재까지 27년 동안 넥스트 브랜드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조계홍 디자이너는 디자인기업협회 부회장, 디자인 진흥원 GD(Good Design) 심사위원, 한국산업디자인심사위원, PACKSTAR 심사위원, IT AWARD 심사위원, 경민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 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패키지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있는지요?

"미원으로 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회사 내 디자인 업무는 전략적인 디자인보다 레이아웃 중심의 감각에 의존한 패키지 디자인이 주류였습니다.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사랑받는 좀 더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었고 그러한 바램으로 전문적인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내에 소비자 조사팀도 만들고 FGI RESEARCH 룸도 만들어 소비자 분석에 근거한 디자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회사에서 사내에 FGI RESEARCH 룸까지 갖추고 디자인을 반영한 기업은 저희가 최초이자 유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FGI Research(Focus Group Interview, 전문가 그룹 인터뷰 리서치)

-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서 손 꼽을만한 대표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리온 닥터유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 오리온이미지 확대보기
오리온 닥터유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 오리온

"청정원 15년 전제품 패키지디자인, 오리온 DR YOU B.I, 패키지디자인, 진로하이트 석수 B.I, 패키지디자인, 로즈버드커피 B.I,패키지디자인,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B.I 패키지디자인 등이 아닐까 싶네요."

- 조대표님께서 생각하는 패키지 디자인의 매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모든 디자인이 기업 이미지와 제품 판매에 역할을 하지만 패키지디자인은 특히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이 온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또한 여러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마케팅 요소가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C.I나 B.I가 대체적으로 시각적인 해결책으로 디자인 문제를 풀어간다면 패키지디자인은 상대적으로 마케팅 관점과 시각적인 솔루션을 동시에 결합해서 풀어야 좋은 디자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많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전문가 측면의 매력이 있고,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디자인 분야라는 것 또한 매력적이라 하겠습니다."

-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조대표님만의 프로세스나 특징적인 전략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이건 외국이건 디자인 작업 프로세스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사와 분석 능력,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을 내는 통찰력과 직관력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것 같은데요. 통찰력과 직관력을 말로 다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래도 정리해 본다면 모든 제품에는 그 제품만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제품 본질을 깊게 분석해서 소비자 관점으로 바라보고 경쟁사 대비 그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찾아주거나 또는 그 정체성이 없다면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 조대표님의 패키지 디자인은 기업의 정해진 틀과 새로운 콘셉트 사이에서 어떻게 패키지 디자인을 조율하는지요?


"대부분 기업들이 디자인에 대한 정해진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대기업들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첫째, 패키지 디자인은 제품이 갖고 있는 본질이 있고 그에 따른 정확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이 완성 되었을 때 충분히 서로가 공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C.I나 B.I는 디자인에 있어서 주관적인 점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패키지디자인은 제품이 갖고 있는 본래의 성격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객관성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대기업 클라이언트들이 에이전시에 디자인을 의뢰할 때 대체적으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의뢰하기 때문에 자신들과 다른 시각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전문가적 관점으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좁니다. 중소기업인 경우에 대체적으로 자체의 디자인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컨설팅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B.I 및 패키지 디자인 ⓒ 배상면주가이미지 확대보기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B.I 및 패키지 디자인 ⓒ 배상면주가

- 특히 B2C 기업에게 있어 패키지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패키지디자인은 말없는 영업사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강력한 영향을 받습니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하고 구매까지 이끌어 내는 데는 여러 디자인 분야의 역할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패키지디자인은 소비자와 직접 맞딱뜨리는 시점의 디자인 분야라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로 애기하면 광고 디자인이 포병이라면 패키지 디자인은 보병인 것 입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소비자를 제외하고 브랜드를 결정하지 않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러 마켓에 왔다면 소비자는 패키지 디자인만 보고서 구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패키지 디자인은 광고 역할과 모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역할을 패키지 디자인 혼자서 다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강력한 영향력에 비하면 디자인 투자 비용 대비해서 너무나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인 셈이며 기업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단 제대로 된 전략적인 패키지 디자인이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하고 일부 중소기업들이 저비용에 맞춰서 전략적이지 못한 디자인을 의뢰하여 제작한 패키지 디자인들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습니다. 특히 마케팅 비용을 많이 사용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저비용의 패키지 디자인이 최상의 판매 마케팅 방법입니다."

진로 석수 패키지 디자인 ⓒ 하이트진로이미지 확대보기
진로 석수 패키지 디자인 ⓒ 하이트진로

- 조대표님께서 진행하셨던 패키지 디자인중 성공한 제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진행했던 디자인프로젝트 중에 실패한 케이스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단지 시장에서 성공한 정도의 차이는 있는 것 같네요. 성공한 프로젝트 중에서 2개를 대표적으로 말하자면 첫 번째 프로젝트가 청정원 패키지디자인입니다.

미원이 화학조미료 논란에 휩싸이고 회사의 생존까지 위협받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1990년쯤이었는데 미원에서 새로운 탈출구로 MSG 제품만 빼고 나머지 전제품에서 기존 미원브랜드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로 리뉴얼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청정원 브랜드입니다.

청정원 전제품의 패키지 디자인 콘셉트와 제품 간 아이덴티티 등 디자인 가이드를 설계하고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였습니다. 새롭게 리뉴얼한 디자인한 제품이 출시되었는데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습니다. 리뉴얼 작업이라기보다 새롭게 브랜드를 런칭한 작업이었죠. 미원에서 청정원으로 바뀐 브랜드 스위치가 성공한 것이었습니다. 청정원으로 런칭 후 15년 동안 청정원 전제품의 컨설팅과 디자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청정원 수프 시리즈 패키지 디자인 ⓒ 청정원이미지 확대보기
청정원 수프 시리즈 패키지 디자인 ⓒ 청정원

두 번째가 오리온 닥터유 프로젝트입니다. 2010년쯤으로 기억되는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과자 안 먹이기 운동이 심각하게 벌어질 때 였습니다. 과자가 몸에 해롭다는 이유로 부모들이 과자를 기피한 것이죠. 그때 넥스트브랜드에서 오리온 회사에게 심심할 때 먹는 과자가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한 새로운 개념의 건강에 좋은 과자 카테고리 브랜드를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제안한 배경은 과자 식품 글로벌시장의 트랜드가 건강 웰빙 개념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제안 초기에 오리온의 마케팅팀, 디자인팀에서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 논리적 근거를 상부 보고용으로 보고서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요청하여 글로벌 과자식품 트랜드와 세계10대 글로벌 식품회사들의 제품개발전략, 브랜드전략 등을 상세하게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초기에 3개 제품을 개발하여 닥터유(Dr.You)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이었죠. 여담이지만 오리온은 제품 출시를 하면서도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신제품 광고도 하지 않고 제품만 시장에 런칭했는데 출시한지 3개월 만에 월매출 30억을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부랴부랴 6개월째부터 본격적으로 닥터유 광고를 시작했죠. 건강 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것입니다. 제품개발제안, 네이밍, BI, 패키지디자인까지 닥터유 브랜드의 전 과정을 넥스트브랜드에서 관여하고 진행하였습니다. 넥스트브랜드는 브랜드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데 오랜 시장경험을 통하여 마케팅 뷰를 깊게 갖게 된 것 같으며 이것이 넥스트브랜드가 타사와 차별점이 아닌가 싶네요."

오리온 닥터유 패키지 디자인 ⓒ 오리온이미지 확대보기
오리온 닥터유 패키지 디자인 ⓒ 오리온


- 최근 히트 상품들은 보면 와디즈 제품도 그렇고 1회성의 신선한 다품종 소량 생산 제품들이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스타트업 기업에게 패키지 디자인 전략이 있다면 어떤 전략이 있을까요?

"와디즈 제품도 그렇고 최근 스타트업 기업들의 상품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유통판매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상품 패키지 디자인과 온라인 유통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은 약간은 디자인 전략이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오프라인 패키지 디자인은 수많은 경쟁상품과 같이 진열되어 있어서 일단은 주목율이 강해야 합니다. AIDMA법칙에 근거하여 어텐션(Attention)이 이루어져야 액션(Action)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반면에 온라인 유통 상품들은 자사몰이나 와디즈, 네이버쇼핑, 11번가, 마켓 컬리등 판매되는 환경이 다양하죠. 때로는 자사 상품끼리 진열되기도 하고 제품을 설명하는 상세 페이지 등이 도움을 주고 있어서 어텐션도 중요하지만 트랜디(Trendy)하고 강렬한 칼라보다는 세련되고 개성적인 스타일리쉬한 패키지 디자인이 더 선호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온라인 소비자층이 오프라인에 비해 젊은 감각의 소비자가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군지요? 이유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디자이너들의 각자의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어느 디자이너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잘하는 모든 디자이너를 좋아합니다."

- 성공한 패키지 사례도 있지만 실패한 사례와 이유 그리고 그로부터 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만의 인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저 같은 경우는 디자인을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의욕적이고 협조적일 때가 좋은 결과로 나타났고 반면에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들은 클라이언트와 디자인 에이젼시간의 손발이 잘 맞지 않았을 때 대체적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디자인을 의뢰한 기업들은 갑을 관계가 아닌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파트너이자 우리 팀이라는 인식과 협조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패키지디자인은 매력적이어야 하며 소비자 눈에 이 상품을 왜 사야하는지 분명한 이유 또한 녹아있어야 합니다. 잘 팔리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디자인 에이젼시와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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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