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전 이후 90분 단판 승부로 맞붙는 2019-2020 시즌 챔피언스리그(CL)가 현지시간 8월 23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리는 결승에 파리 생제르맹(PSG)과 바이에른 뮌헨이 진출했다. 바이에른의 결승 진출은 챔피언스리그 사상(1992-1993 시즌 이후) 6번째로 전신인 챔피언스컵(CC) 시대를 포함하면 11번째가 된다. 한편 PSG는 CC 시대를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팀의 결승 진출이 챔피언스리그 사상 9번 째인 반면 프랑스 팀은 3번째다. 독일과 프랑스의 대결로보면 CC 시절인 44년 전(1975~1976시즌) 바이에른-생테티엔 이후 사상 두 번째 결승 대결이다. 베팅 업체들이 우위를 점치는 팀은 바이에른으로 최대 업체 ‘윌리엄 힐’은 바이에른의 승리에 1.44 배, PSG에 2.62 배로 베팅하고 있다. 바이에른이 승리 확률이 거의 2배나 되는 셈이다.
감독과 선수들은 당연히 이러한 예측을 알고 있다. 약자로 지목받는 PSG 측이 그 인식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 자신들이 서 있는 위치에서 적합한 도전자로 바이에른에 대처할 수 있을까? 이 결승전은 향방은 PSG의 경기력에 달려 있다. PSG는 8강(아탈란타전), 4강(라이프치히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과 이른바 ‘뻔한 축구’를 해왔다.
PSG는 올 시즌 프랑스 국내 타이틀을 싹쓸이하고, 최근 몇 년 동안 그에 가까운 상태를 계속 유지하며 1강 시대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 흐름을 타고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이후를 차례차례 헤쳐왔다. 하지만 바이에른은 앞선 상대들과는 전혀 격이 다르다. 이번 시즌은 유별나다 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PSG는 지난 준결승에도 전선에 앙헬 디 마리아,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를 나란히 배치했다. 왼발에 능한 디 마리아는 오른쪽에서 뛰는 시간이 많았지만, 나머지 둘은 잘 모르는 포지션을 취했다. 하지만 임기응변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느낌은 아니다. 이 세 사람 중 가장 스타성이 높은 네이마르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분방한 행동에 PSG의 오만함이 집약되어 있다.
이미지가 겹치는 것은 8강전에서 바이에른에 2-8로 역사적 대패를 당한 바르셀로나다. 네이마르의 움직임은 바르사에 있어 메시와 유사하다. 어떤 법칙, 규율에 근거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스타 선수에게나 있을 법한 제멋대로의 행동이라고 해도 좋다.
이게 문제가 되는 건 볼이 상대 팀에 빼앗긴 순간이다. 좌우, 중앙 및 3개의 공격 루트를 이들 3명이 어느 정도 차단하지 못하면 상대의 전진을 쉽게 허용할 수 있다. 이는 압박의 그물이 걸리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는 것을 상정하면서 공격을 늦추는 조심성이 이 순간, 표면화하게 된다.
2013-2014 시즌 브라질 산투스에서 바르사로 온 네이마르는 당초 마르티노 감독으로부터 그 자리에 대한 잔소리를 들었다. 스리톱의 왼쪽으로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중간부근으로 진출해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와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수가 바뀐 순간 상대의 오른쪽 SB에 역습의 찬스를 주고 있었다.
팀 ‘넘버 원’의 스타 선수였던 산투스 시절, 그리고 브라질 대표의 놀이와 같은 플레이에 대해 질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네이마르의 버릇은 완전히 해소되며 겸허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중간에서 위치가 겹친 메시와 수아레스의 관계도 수아레스의 배려로 풀렸다. 2014-2015 시즌 바르사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3명의 FW가 좌우, 중앙의 3 포지션을 정확하게 커버한 것과 깊은 관계에 있다.
하지만 현재 네이마르는 브라질에서 바르사로 온 당시로 돌아가 있다. 개인적 행보가 부활하고 있다. 메시와 비슷하지만 중요한 플레이는 메시에 못 미친다. 메시,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전성기를 10으로 본다면 8~9다. 발롱도르를 여러 차례 수상할 만한 수준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결승전에서 PSG는 바이에른의 사이드 공격을 허용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바이에른 세 명의 FW도 포지션을 수시로 바꾼다. 중앙에서 버티는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는 종종 왼쪽으로 흘러들어 뛴다. 하지만 그 순간 볼을 빼앗겨도 좌우, 중앙에 구멍이 생기지 않는 구조다. 빈틈을 메울 능력을 4-2-3-1의 원톱 밑 토마스 뮐러를 포함한 공격수 4명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볼을 빼앗길 것을 가정해 공격하는 것이 공수가 바뀌는 순간 구멍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높은 위치에서 그물이 걸리기 쉽도록 설정하였다. 여기에 PSG와 바이에른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그중 좋은 점은 바이에른의 오른쪽 날개인 독일대표팀 세르주 냐브리다. 준결승(리옹전)에서 거둔 선제골은 두려웠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수비를 비집고 들어가 날린 왼발 인스텝 슈팅은 챔피언스리그 재개 이후 단연 돋보이는 골이었다. 이반 페리시치가 선발로, 중간에 킹슬리 코만이 교체 출장하는 왼쪽 측면도 막강하다. 그 밑에서 버티는 왼쪽 SB 알폰소 데이비스의 공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돌파력 만점인 캐나다 대표 19세와 대치하는 관계가 될 PSG의 디 마리아와의 줄다리기는 볼거리 중 하나다. 디 마리아가 데이비스의 공격 참여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PSG의 오른쪽 공세가 약화된다.
측면을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잡는다는 것은 축구의 정설이지만, 이에 따른다고 해도 바이에른이 유리하다. 상대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강해 보이는 팀, 공격할 때 수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팀. 이 바이에른을 쓰러뜨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PSG는 도전자로 일관할 수 있을까?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