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균등배정제, 중복청약에 0주 배정자 속출 등 부작용

공모주 균등배정제도가 지난 1월 본격 도입된 이후 기업공개(IPO)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의 핵심은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주를 균등배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증거금이 아니라 계좌수가 많을수록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아 일반청약자의 공모주 배정 확대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균등배정방식으로 청약흥행의 새역사를 썼다. 지난 9일, 10일 이틀동안 일반청약 결과 6개 주관사에 몰린 증거금은 63조6198억 원에 이른다.
균등배정제도는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납입한 모든 투자자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 청약 물량이 100만주라면 그 절반인 50만 주를 균등배분방식으로 배정해야 한다. 최소 금액 이상으로 증거금을 낸 투자자가 10만 명이라면 1인당 5주를 받는다. 나머지 50만주는 증거금이 많을수록 공모주를 더 받는 기존의 비례방식으로 나눠준다.

문제는 균등방식을 적용했으나 0주 배정자도 속출했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물량의 절반에 '균등방식'이 적용돼 최소단위 청약으로도 1주는 배정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역대급으로 개인청약자가 몰리자 기대는 실망으로 달라졌다. 공동주관사로 배정물량이 많지 않은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에는 배정물량보다 청약자가 더 몰리며 최소청약(증거금 32만5000원)으로 1주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1주도 배정받지 못한 청약자는 삼성증권 22만4000여 명, 하나금융투자 5만7412명 등 총 28만여 명에 이른다.

반면 균등방식의 허점을 노려 계좌쪼개기로 중복청약에 나선 투자자는 웃었다. 최소청약 증거금에 충족하면 계좌별로 공모주를 똑같이 배정하는 균등방식의 특성상 여러 계좌로 청약한 투자자들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균등배분을 최대한 받기 위해 가족들의 명의로 15개가 넘는 계좌를 만들어 청약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이 많은 투자자에게 공모주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시행된 균등배분제가 계좌쪼개기를 통한 중복청약으로 또다른 진입장벽이 생긴 셈이다.

균등배분제의 허점은 예고됐다. 균등배분제 도입 당시 금융위원회는 복수 주관사의 IPO에서 이들 증권사를 통해 중복청약을 막는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균등배분제를 서둘러 도입하면서 이 전산시스템 구축은 뒤로 미뤘다.

금융위는 뒤늦게 지난 11일 중복청약금지시스템 구축•운용이 주요 내용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으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중복청약을 막을 수 없다. 현재 시스템 구축은 초기 단계로 증권사와의 전산협의도 이뤄지지 않아 하반기에 중복청약금지시스템이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 상장이 유력한 IPO초대어인 게임업체 크래프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공모에서도 중복청약을 위한 계좌쪼개기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청약자에게 공모주 배정을 확대하는 균등방식이 계좌늘리기에 따른 중복청약으로 투자자끼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IPO대어들이 많아 당분간 최소청약만으로 배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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