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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닥…전장사업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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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닥…전장사업 확대되나

베트남 빈 그룹 매각 협상 난항…자진철수 결정할 듯
주총·이사회 이후 2분기 사업 중단…VS·BS 투자 확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시간이 임박했다. LG전자는 사업본부 매각부터 자진 철수까지 다양한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와 전자업계에서는 24일 LG전자 주주총회와 26일 ㈜LG 주주총회가 끝난 후 다음 달 초 LG전자 이사회에서 MC사업본부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사장)는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MC사업본부에 대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매각 협상 난항…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뤄질 듯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뉴시스
LG전자는 매각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인수 후보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트남 빈 그룹은 자국 내 통신 역량 확대를 위해 스마트폰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거점도 베트남에 있어 빈 그룹과 접점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LG전자와 빈 그룹의 협상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LG전자는 핵심 인력을 제외한 공장 시설과 모바일 특허권 일부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10일 중국 TCL과 모바일 특허침해 금지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매각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당시 독일 맨하임 지방법원은 LG전자가 TCL을 상대로 제기한 'LTE 표준특허' 침해 금지 소송 1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LG전자 표준특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특허분석기관 테크아이피엠에 따르면 LG전자는 4G 표준특허 부문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 독일 특허조사기관 아이피리틱스는 2월 말 기준 LG전자는 3700여건의 5G 표준특허를 보유해 글로벌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MC사업본부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 중 매각 대신 자진 철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특허의 경우 스마트폰뿐 아니라 IoT 기기나 전장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또 특허와 기술을 내재화하면 언제든 스마트폰이나 다른 모바일 디바이스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 실제 구글은 2014년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고 3년 뒤인 2017년 대만 HTC의 픽셀 스마트폰 관련 조직과 특허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 다시 뛰어든 바 있다.

다만 업계 상황이나 LG그룹의 미래사업 계획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으로 다시 눈을 돌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TV나 생활가전과 시너지를 감안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했으나 적자 규모가 5조원을 넘어가면서 지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가전이나 자동차, IoT 등과 연결하는 스마트허브의 역할도 하고 있어 LG전자의 주력사업은 가전, TV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5조 가까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당장 이를 지속하거나 재진입을 고려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장·B2B 투자 기대…영업이익 상승효과


LG전자의 마지막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될 LG윙.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의 마지막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될 LG윙. 사진=LG전자

LG전자가 사업 철수를 결정한다면 이는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적자가 지속된 사업인 만큼 시간을 끌수록 비용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부터 MC사업본부를 '중단사업'으로 분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부터 사업이 중단될 경우 전장사업인 VS사업본부와 사이니지, 태양광 발전사업 등 B2B 사업을 영위하는 BS사업본부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VS사업본부는 LG전자 전 사업본부 중 올해 1분기 가장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VS사업본부는 매출 1조9146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동안 성장세를 지속한 만큼 올해는 흑자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LG전자는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VS사업본부는 올해 흑자전환을 위해 수익 창출 기반을 확보한다. 또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전기차 부품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을 조기에 안정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가닥을 잡으면서 올해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모델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LG전자는 올 상반기 LG벨벳의 후속작인 ‘레인보우’와 하반기 LG윙의 후속모델인 LG롤러블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연구개발 차원에서 LG롤러블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나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레인보우는 출시가 전면 보류된 상태다.

한편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적자규모가 들쑥날쑥했으나 최근 몇 년간 1000~2000억원대로 적자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2015년 이후 MC사업본부의 연간 평균 적자규모는 83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할 경우 영업이익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63조2620억원, 영업이익 3조1950억원, 영업이익률은 5.1%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각각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MC사업본부의 손실을 제외한다면 산술적으로 연간 영업이익은 4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 비대면 산업과 집콕 트렌드의 확대로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생활가전과 건강가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전장사업 역시 공격적 투자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