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로 날린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디젤게이트를 촉발시킨 전직 경영자들에게서 받아내겠다는 것이지만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폭스바겐이 의도한 대로 사태가 전개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로 날린 돈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터진 폭스바겐의 디젤 배기가스 조작을 둘러싼 일련의 스캔들을 말한다. 연비와 가스배출 문제를 편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배기가스 검사를 받을 때만 가스가 재활용되도록 차량을 조작해 유럽연합(EU)에서 요구하는 환경기준을 통과해온 사실을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이 적발하면서 시작됐다.
폭스바겐은 2017년 진행된 디젤게이트 관련 형사재판에서 조작 사실을 인정하면서 불법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디젤 차량이 미국에서 50만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100만대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폭스바겐이 치러야 했던 경제적인 대가는 엄청났다. 전세계 규제당국과 소비자들에 제공한 합의금, 벌금, 환불, 수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젤게이트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쏟아부은 자금만 전세계적으로 380억달러(약 42조7000억원)에 달했다.
현재의 폭스바겐 경영진이 디젤게이트를 촉발시킨 과거의 폭스바겐 경영진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폭스바겐, 전 사원에 구상권 행사 방침 알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카버즈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로 수감 생활까지 한 마틴 빈터콘 전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와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CEO를 상대로 이들이 그동안 폭스바겐에 입힌 경제적 피해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 계열사다.
빈터콘 전 CEO는 디젤게이트가 터진 직후 자리에서 물러났고 슈타들러 CEO는 빈터콘이 물러난 지 3년만에 해고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감독이사회는 최근 사원들에게 돌린 메모에서 “빈터콘 및 슈타들러 CEO는 훌륭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법률에 따라 부여된 책무를 저버렸다”며 이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 방침을 공개했다.
폭스바겐 감독이사회는 폭스바겐 창사 이래 가장 치욕적인 사태와 절연하는 차원에서 전직 CEO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빈터콘 측 “말도 안된다” 반발
빈터콘 전 CEO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인은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 양측간에 만만치 않은 싸움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슈타들러 전 CEO 측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 감독이사회가 구상권을 행사하는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하거나 양측의 법적 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큰 소란을 자초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설령 폭스바겐이 이들에게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폭스바겐이 입은 피해가 워낙 큰 규모여서 실제로 받아낼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따르고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