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좌충우돌하던 이전 내각과는 달리 너무나 대조적으로 이탈리아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비행 청소년’에서 ‘유럽의 모델’로 변신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야나 푸그리어린 선임 연구위원은 디지파트록스와 인터뷰에서 “다른 EU 회원국들이 보기에는 이탈리아는 항상 비행 청소년처럼 불안정하고 말썽만 일으키는 나라로 간주가 돼왔다”면서 “이제는 유럽을 대표하는 모델이라도 된 것처럼 확 변신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신 과정의 중심에는 유럽중앙은행 총재(ECB) 출신의 드라기 총리가 있다.
‘유로존을 구한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ECB에서 훌륭히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새 내각이 혼란한 이탈리아 정국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컸는데 벌써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 정부 부채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불안한 상황. 여기에다 1900억유로(약 256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까지 EU로부터 지원 받았다.
그러나 드라기 총리는 강력한 국가 구조조정을 통해 이 막대한 빚을 점차 해결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고 경제를 재건해야 하는 일이 모든 EU 회원국들에게 떨어진 과제인데 경제전문가 출신의 드라기 총리가 집권한 이탈리아가 선도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것.
디지파트록스에 따르면 유로존 금융시장에서도 이탈리아 국가 부채에 대한 걱정을 일단 유보하는 분위기다. 드라기 총리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그의 개혁 작업을 일단 지켜보자는 것.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ECB의 양적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로 이탈리아 정부의 이자부담이 줄어든 것도 드라기 총리에게는 불리하지 않은 환경이다.
◇주목받는 드라기 총리 행보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코로나 백신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 국민은 물론 EU 회원국들의 국민까지 놀라게 하는 일을 했다. 호주가 정부가 구매 계약을 해 호주로 향할 예정이었던 백신을 이탈리아가 주도해 막아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외교 문제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가 나서 이탈리아 정부를 옹호했다. 드라기 총리의 전임자들이 마크롱 대통령과 사사건건 마찰음을 냈던 것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사건은 EU 지도부에도 경각심을 일깨워준 계기로 평가됐다. 백신 수급이 전세계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백신 수출 문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탈리아 정부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 때문이다.
NYT는 “드라기 총리는 EU 중앙은행 수장 등으로 재임하면서 EU 주요국 지도자들과 폭넓게 맺어놓은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이탈리아의 개혁은 물론 EU의 방향타까지 제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탈리아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수십년간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 퇴임하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년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EU 행정부 수장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지도력이 불안한 상황에서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EU 지도력의 공백 상태를 드라기 총리가 메꾸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EU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