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공격 정황 없어…이용자 피해 구제 방안 마련

이날 오전 11시 16분부터 KT DNS 서버에서 평시에 비해 트래픽이 급증했다. 중앙 1차 DNS(혜화)의 경우 평시 대비 22배 이상, 중앙 2차 DNS(혜화)는 평시 대비 4배 이상, 부산 DNS는 평시 대비 3.7배 이상 증가하는 등 큰 폭의 트래픽 증가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사반은 디도스 공격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특정 도메인에 의한 다량의 트래픽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사반은 DNS 서버에 대한 트래픽 증가는 있었지만, 시스템 자원 디도스 공격이나 네트워크 대역폭 공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 로그기록을 분석한 결과 부산국사에서 기업 망 라우터 교체 작업 중 작업자가 잘못된 설정 명령을 입력했고 이후 라우팅 오류로 인해 전국적인 인터넷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라우터는 네트워크 경로정보를 구성하기 위해 최신의 경로정보를 라우터끼리 교환(업데이트)하는 프로토콜을 사용하는데 KT 네트워크와 외부 네트워크 경로 구성에는 BGP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KT 내부 네트워크 경로 구성에는 IS-IS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라우터는 이렇게 BGP, IS-IS 등 프로토콜을 통해 교환한 경로정보를 종합해서 최종 라우팅 경로를 설정하게 된다.
작업자의 작업내역을 확인한 결과 사고발생 라우터에 라우팅 설정명령어 입력과정에서 IS-IS 프로토콜 명령어를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exit' 명령어를 누락했으며 이로 인해, BGP 프로토콜에서 교환해야 할 경로정보가 IS-IS 프로토콜로 전송됐다. 통상 1만개 내외의 정보를 교환하는 IS-IS 프로토콜에 수십만개의 BGP 프로토콜의 정보가 잘못 전송되면서 라우팅 경로에 오류가 발생하게 됐다.
이러한 라우팅 경로에 발생한 오류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IS-IS 프로토콜 내의 라우터들은 상호간의 정보 최신화를 위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부산 지역라우터에 잘못된 라우팅 경로가 설정된 이후, 다른 지역의 IS-IS 라우터 등에도 잘못된 업데이트 정보가 전달됐다.
KT 네트워크 내에 있는 라우터들을 연결하는 IS-IS 프로토콜은 잘못된 데이터 전달에 대한 안전장치 없이 전국을 모두 하나로 연결하고 있고 결국 한 개 라우터의 잘못된 라우팅 경로 업데이트가 전국의 라우터에 연쇄적으로 일어나서 장애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IPTV 서비스망 및 음성전화・문자 서비스망은 인터넷 서비스 망과 별도로 구성돼 있으나 음성전화·문자 서비스망은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인해 전화와 문자 이용이 늘었고 단말전원을 리셋한 이용자로 인한 트래픽 증가가 발생해 부하가 가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반은 이번 사고 조사·분석 과정에서 KT의 작업관리체계 부실과 망차단 미실시 등 문제를 확인했다. 당초 KT 네트워크관제센터가 야간작업(오전 1시~6시)을 승인했으나 작업이 주간에 수행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게 됐던 것으로 확인했다.
또 작업 관리자 없이 KT 협력업체 직원들인 작업자들끼리만 라우팅 작업을 수행하는 등 작업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관리체계가 부실했으며 네트워크가 연결된 채로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했다.
우선 사전검증 단계에서 오류를 파악하지 못했다. 라우팅 작업계획서상의 라우팅 설정 명령어 스크립트에서 IS-IS 프로토콜을 종료하는 'exit' 명령어가 누락되었으나 스크립트 작성과정과 사전 검증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1, 2차에 걸친 사전검증 단계가 존재했으나,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 네트워크가 차단된 가상 상태에서 오류 여부를 사전에 발견하기 위한 가상 테스트베드가 없었고 지역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재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주요통신사업자 네트워크의 생존성·기술적·구조적인 대책이 담긴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은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을 포괄하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또 이용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 KT는 이용자 피해현황 조사·피해구제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용자 피해구제 방안 이행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통신장애 발생시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를 위한 법령과 이용약관 등 개선방안 마련을 검토할 계획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