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2007년 출범한 사감위는 카지노감독위원회 등 각 업종별로 각각 감독기관을 두는 대다수 외국과 달리 7개 사행산업을 통합 감독하는 세계에서 보기드문 유형의 사행산업 감독기관이다.
사감위는 출범 당시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발생률)이 외국보다 높다며 사감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사행산업 총매출 비중은 복권(로또)이 42.1%로 1위,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이 38.1%로 2위를 차지했다.
사감위 출범 전 각 1~2%에 불과했던 로또·토토는 둘을 합쳐 80%를 넘었고, 사감위 출범 전 70%를 차지하던 경마는 8.5%로 줄어 로또·토토와 완전히 자리바꿈 했다.
경마의 몰락과 로또·토토의 급팽창은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경마중단 등이 직접 원인이기도 하지만, '경마가 로또·토토보다 도박중독 유병률이 더 높다'는 사감위의 일관된 조사결과와 이에 기초한 지속적인 총량 규제·영업장 규제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전국 영업장 수가 1곳~30곳에 불과한 카지노·경마·경륜·경정과 전국 영업장 수가 편의점 등 수천 곳인 로또·토토를 똑같은 '영업장 방문자 설문조사 방식'으로 도박중독 유병률을 조사하는 것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큰맘먹고 찾아가는' 카지노·경마장과 '퇴근길 등 언제든 들를 수 있는' 로또·토토 판매점의 방문객을 별다른 보정작업도 없이 동일한 설문문항과 동일한 집계방식으로 조사하는 것은 조사기법상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감위는 이러한 '미덥잖은' 유병률 조사결과를 근거로 꾸준히 업종간 차별된 규제를 적용해 결국 사감위 출범 15년만에 국내 사행산업 구조가 완전히 뒤엎어지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내년 출범 15년이 되는 사감위는 불법도박 시장규모와 도박중독자 수가 줄고 국내 사행산업이 건전해지는 자신의 설립목적을 달성했을까?
사감위의 주장에 따르면 일정부분 그렇다. 사감위 출범 당시 9.5%이던 한국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5.3%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박중독 유병률 역시 사감위가 캐나다 조사기법인 '도박문제 선별검사(CPGI)'를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도박중독자' 정의는 CPGI와 다르게 사용해 도박중독자 비율(도박중독 유병률)을 임의로 조정해 왔다는 학계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불법 온라인카지노·불법 스포츠도박 등 국내 전체 불법도박 시장규모가 합법 사행산업의 4배에 이르는 등 매년 커지고 있고, 경마의 경우엔 코로나 사태로 합법경마 중단 이후 불법경마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지난 15년간 사감위의 '성과'는 수만 명 종사자와 수조 원 후방산업을 두고 있는 경마산업을 10% 미만으로 몰락시키고 로또·토토를 80% 이상으로 키운 것 외에 별로 없는 셈이다.
만일, 사감위 덕분에 도박중독 유병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줄었다면, 이 역시 사감위는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대부분의 사행산업 운영국들은 카지노·스포츠토토 등 각 업종업별로 각각 감독기관을 설치해 운영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이미 사감위와 별개로 기획재정부 산하에 복권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복권을 국민 레저문화로 정착시킨다는 설립목적 하에 복권과 복권기금을 통합 관리하는 복권위원회는 사감위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감위는 최근 10년간 카지노 이용객의 베팅 상한금액 위반 적발 외에 카지노사업자에 대한 지도·감독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후 지난달 이 의원은 카지노업에 전문성을 갖춘 관리감독기관을 만들기 위해 카지노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감위가 그동안 집중 규제해 왔던 경마 외에 복권이나 카지노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뤄져 왔는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심지어 경마 분야에서도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부 산하에 경마감독위원회를 설치했다.
경마 분야 도박중독 예방·상담·치유 업무는 이미 사감위 산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한도관)보다 한국마사회 산하 유캔센터가 주로 맡고 있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전국 27곳의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외에 사감위가 건전한 여가·레저문화 정착과 국민 복지증진에 어떠한 이바지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사감위가 업종별 전문성을 갖춘 각각의 규제·감독기관에 더해 '옥상옥(屋上屋)' 규제기관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 존재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