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잇단 집값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매매·전세·월세 등 모든 유형의 집값이 급등한 한 해였다.
그럼에도 내년 부동산시장 향방에 대해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내년에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반면에 정부는 집값의 하락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집값 하락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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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연구기관, "내년 집값 2~5%대 상승"
올해 전국적으로 크게 오른 주택 매매 가격의 상승세가 최근 들어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2월 전국 주택매매 상승률은 0.50%로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0%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수도권(0.53%)은 전월(1.11%) 대비 상승세가 완화됐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 5개 광역시 역시 모두 상승세가 약화됐다.
특히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기준점인 100 아래인 89를 기록했다. 지난달(94)보다 낮아지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아졌다. 특히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세종(64) ▲대구(72) ▲전남(88)에 이어 4번째로 낮았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에서 높아질수록 상승이 예상되고, 낮을수록 하락이 예상됨을 나타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집값의 중장기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10년동안 역대 최고 수준의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고, 해외 주요국에서도 유동성 정상화 정책이 시행 중인 만큼 그동안 급등한 주택가격이 앞으로 하락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부동산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여전히 집값이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락 요인 대비 상승 요인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최근 ‘2022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5%, 전세가격은 3.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집값 상승을 예측하는 기관은 주산연만이 아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 상승률로 각각 2%, 6.5%를 제시했으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아파트 매매가격이 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매시장은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구매 부담 수준이 매우 높은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대구 등 지방 광역시에서 가격 내림세가 나타나고 있어 상승폭은 많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누적된 공급부족 문제와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전반적인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산연에 따르면 현 정부 5년간 전국 주택 수요 증가량 대비 공급 부족량은 37만5262가구다. 절대적인 '공급 가뭄'을 겪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5만6122가구와 9만4040가구 부족한 상황이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기준금리·주택수급지수 등을 감안한 결과, 올해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인천·대구 등 일부 공급 과잉 지역과 단기 급등 지역 외에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집값 하락 상승세가 주춤한 것이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내년 대선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숨 고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는 매매가 보다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내년 8월 임대차법 시행 만 2년을 맞아 그동안 전세 보증금 5%만 인상한 계약 갱신으로 급등한 시세를 반영하지 못했던 매물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 전가와 함께 임대차법 시행 2년 차인 내년에 출회되는 물량들에 한해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가을 이사철에 전셋값이 고가로 맞춰지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도 높아져 내년에도 임대차 시장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집값 가를 변수…‘대선‧금리‧대출규제’
대통령 선거와 대출규제, 추가 금리인상 등은 내년 집값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있어 지역에 따라서는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 공약 등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선 결과에 따른 부동산 정책 변화가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어느 쪽이 당선되든 각자의 정책에 잠재한 ‘주택가격 상승’ 리스크들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 규제와 추가 금리인상 여부도 내년 집값을 좌우할 요인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차주 단위 DSR 규제가 적용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경우, 이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다. 이후 7월부터는 1억 원 초과 대출자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무주택자의 경우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또한, 내년 1~3월 1분기 중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4~5% 수준으로 설정했다.
권대중 교수는 “보유세가 급증한 상황에서 내년 추가 금리 인상까지 이뤄지면 전세의 반전세·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종부세 부담에 집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처럼 금리 인상 부담도 전가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환 연구위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돈줄이 막히고, 이자 부담이 늘면 매매 거래의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며 “매도인은 호가를 하향 조정할 요인이 많지 않고 매수인은 매매시장에 선뜻 진입하기 어려운 대치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내집마련 시 자금 동원 영끌·갭투자 금물…청약 노려야
전문가들은 내년에 다수의 부동산 위축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와 매수에 나서는 내집 마련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례 실장은 “과거 하우스푸어가 발생했던 주요 원인은 과도한 부채였고, 금리변동에 따라 부담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주택 매수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철저히 기준과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주택자들의 경우 일차적으로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임병철 연구원은 “신규 분양아파트 청약은 새집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사전청약 물량이 크게 늘었고, 지난달부터는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도 특별공급을 통해 내 집 마련이 가능해져 여기에 포함되는 무주택자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