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15년에 40년간 금지했던 원유 수출을 허용했고, 2020년에는 원유와 정제유 순 수출국이 됐다. 미국은 현재 휘발유와 디젤을 포함해 하루 600만 배럴의 정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랜홈 장관은 특히 정유업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랜홈 장관은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름철 스모그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스모그를 막기 위해 정유업계가 부탄과 같은 저비용 성분을 피하도록 하는 여름철 휘발유 규제를 하고 있다. 그랜홈 장관은 환경보호청(EPA)과 협의해 이 규제를 폐지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휘발유는 갤런당 18센트, 디젤은 24센트씩 부과하는 연방 유류세를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도록 미 의회가 필요한 입법을 해줄 것을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했다. 백악관은 연방과 각 주의 유류세 면제분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면 약 3.6%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정유업계에 정유시설 가동을 늘려 석유제품 공급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미 의회는 1993년 이후 연방 유류세를 인상한 적이 없고, 이를 일시적으로 면제한 적도 없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유류세를 통한 세수 중 365억 달러가 고속도로 유지 보수 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유류세가 3개월 동안 면제되면 약 100억 달러의 세수 손실이 발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모두가 엑손(모빌)의 이윤을 알도록 할 것”이라며 "엑손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그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석유회사들은 9,000건의 시추 허가를 확보하고 있지만, 시추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엑손모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0억 달러(29조 4,400억 원)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셰일 오일 채굴 업체에 증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정유업체들은 점진적으로 원유 증산을 할 것이나 이를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2010년대에 소위 ‘셰일 혁명’(shale revolution)으로 불리는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생산 붐이 일었다. 뉴멕시코, 노스다코다, 텍사스 등 셸 오일과 가스 개발 지역에서 대대적인 채굴 작업이 이뤄졌다. 그 결과 2010년 초 하루 54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생산했던 미국은 2019년 말에 하루 1, 3,000만 배럴을 생산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이 됐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 혁명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의 기록적인 증산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미국은 2019년 말부터 셰일 오일과 가스 감산에 들어갔다. 셰일 오일과 가스에 대한 투자도 급감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크게 줄었고, 지난해 봄까지도 원유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다.
이제 ‘코로나 이후’ 시대를 맞아 수요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있으나 거대 정유회사들은 수익성을 중시하는 주주들의 요구로 원유 증산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는 정유사가 당장 채굴에 착수하지 않으면 원유 개발과 시추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에 1백만 배럴가량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올해 4월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190만 배럴로 지난해 초에 비해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