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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직은 어색한 프리미엄” 벤츠 전기차 E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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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직은 어색한 프리미엄” 벤츠 전기차 EQA

프리미엄 대표하는 삼각별 가치, 가성비 대변
빠릿한 주행 질감은 여느 전기차 느낌 그대로

메르세데스-벤츠 EQA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EQA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브랜드 EQ에서 나온 두 번째 모델 EQA는 프리미엄 가성비로 널리 알려졌다. ‘프리미엄’과 ‘가성비’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벤츠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다방면으로 모든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게 바로 벤츠만의 매력이다.

한때 벤츠코리아가 B-클래스 혹은 마이비(My B)라는 모델을 내놨었다. 당시 국내 고객들은 제대로 된 벤츠의 가성비를 경험했다. 꽤 많은 판매량도 기록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반짝이는 삼각별을 단다는 건 자칭 일반인이 쉽게 누릴 수 없는 특권과도 같았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이따금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으니 회사의 전략이 제법 먹혀든 셈이기도 하다.
이번 EQA는 전동화를 바라보는 벤츠의 또 다른 가성비 전략이다. 사실 국내 보조금 정책에 맞춰 가격을 낮춘 이유도 있다. 벤츠도 남들과 똑같은 합리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기본형 모델 EQA 250+의 가격은 턱걸이인 5990만원이다. 올해 절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에는 보조금 100% 지원 대상이었다. 기대했던 몇 가지 편의사양들이 빠지기도 했다. 후석 열선 시트가 대표적이다. 사실 앞좌석 통풍시트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시승차는 AMG라인이다. 기본형보다는 조금 더 비싼 모델인데도 이 역시 뒷좌석 ‘엉뜨(열선시트)’는 없었다. 이 차로 한겨울에 가족 여행은 내키지 않는다.

퍼포먼스는 다른 전기차들에 비해 약간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서는 차고 넘친다.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달릴 때 등받이에서부터 전해오는 촉감은 실크처럼 부드럽다. 전기차 특징이 나타난 것도 있지만, 승차감에서는 18인치 휠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는 생각이다. 보통 전기차는 무거운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 차 보다 한두 사이즈 큰 휠을 사용한다. 58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아이오닉 5 스탠다드 모델도 19인치 휠을 달고 있다. 안정감을 위해 승차감을 손해 보기 십상인데 EQA는 후자를 선택한 거 같다.
주행 모드를 변경하면 여러 가지 가속 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컴포트 모드를 기준으로 에코 모드에서는 뭔가 뒤에서 붙잡는 느낌이고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차이가 확연하다. 쫀득한 전기차 특유의 토크감은 모든 영역에서 충만하니 굳이 스포츠 모드로 바꿔 민첩함을 발굴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EQA 인테리어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EQA 인테리어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회생제동 시스템은 주행 질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패들시프트를 통해 강도를 조절하는데 총 3단계 정도로 나뉘어 있다. D와 D+, 그리고 한 번 더 젖히면 D++모드가 된다. ‘+’가 많을수록 강력한 회생제동이 걸린다. 대부분 제조사가 에너지 효율을 위해 이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익숙해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사용 빈도를 높이려면 최대한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타본 아우디 Q4 e-트론이나 폭스바겐 ID.4의 경우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와 비교하면 EQA는 개선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이미 시승차는 브레이크 페달에 어색함이 있었다. 마치 비 오는 날 흠뻑 젖은 브레이크 패드의 뻑뻑함이 느껴질 정도다.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었으나 혹여나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타는 내내 불편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구매 전 시승이 필수다.

실내에는 복잡한 버튼들이 난무한다. 우선 대시보드는 이제는 신선함이 식어버린 전기차 전용 디자인처럼 보일 뿐이다. 마치 하나같이 똑같은 스마트폰을 보는 것 같다.

이 밖에도 입력 방식도 난해하다. 사실 이건 EQA만의 문제는 아니다. 크지 않은 터치식 중앙 디스플레이는 물론, 센터 콘솔 앞에 붙어 있는(벤츠가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전통적 입력 방식) 터치 패드,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통해서도 여러 차량 기능들을 작동할 수 있다.

동반석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다만, 손글씨를 인식하는 터치패드는 사용법 역시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다. 시승하는 동안 라디오 채널을 돌릴 때 말고는 쓴 일이 없다. 쓸 일이 없다면 과감하게 빼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그 밑에 변속기 레버도 아닌 것이 오프로드용 손잡이도 아니고 중앙에 위치한 팜레스트 역시 무용지물이다. 정말 가성비를 생각했다면 이런 방식은 오히려 생략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브랜드 명성을 생각하고 한껏 멋을 내는 게 좋다면 EQA는 분명 출중한 가성비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소위 계급장 떼고 보면 그냥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탈 수 있는 평범한 소형 전기 SUV 그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장에 그런 복합적 특징을 가진 차가 없다는 점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