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한라중공업의 삼호조선소가 가동 중단될 경우 세계 조선시장에서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6000여 명의 고용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현대중공업의 위탁경영만이 돌파구
현대중공업이 한라중공업을 위탁경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의 한라중공업 임직원과 노동조합원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동안 한라중공업의 정상화 노력에 힘을 보탠 목포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영암군·목포시·전라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위탁경영을 반겼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고용승계 여부를 불안해 했고, 협력업체들도 일감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부도로 신인도가 하락하며 선박 수주가 끊기자 6000명이 넘던 직원들은 반으로 줄어들었고, 그마저 일감이 없어 임금의 일부를 자진 반납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도 한라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자재대금도 몇 개월씩 받지 않고 납품을 해왔던 터였다.
“지역에서도 직원들도 삼호조선소가 잘될 거라는 기대심리가 무척 컸습니다. 인천조선소에 비해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이 늘어났으니 이제는 해볼 만하다, 대형 조선소와 한 번 겨뤄볼 수 있겠다고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얼마 못가 부도가 났습니다. 그러다 위탁경영으로 들어온 현대중공업을 두고 점령군이 왔다고 했습니다. 전체 부서장과 임원들이 다 교체되고 운영 스타일도 현대식으로 바뀌고…. 사실 그때 삼호 직원들의 패배의식이 꽤 컸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성현철 현대삼호중공업 전무)
한라중공업 노동조합은 9월 7일 ‘위탁 기간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8월부터 21일째 전면 파업 투쟁을 벌이던 중 8월 30일 현대중공업의 위탁경영 결정 후 직접 협상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자 전 노조원이 참여하는 농성에 들어간 것이었다.
노조원들의 출입문 봉쇄로 실사 작업에 차질을 빚게 되자 현대중공업 이연재 사장은 9월 10일 고용승계 등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한라중공업 노사와의 5차례에 걸친 협상이 결렬되자 현대중공업 실사단은 9월 22일 한라중공업에서 철수했다.
위탁경영을 통한 한라중공업 정상화가 불투명해지자 더 큰 위기가 닥쳤다. 급기야 한라중공업 사측이 9월 27일 무기한 휴업을 선언하면서 파업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노사 간 주요 이견은 고용조정 때 노조 동의, 임금복리후생의 조기 원상회복, 그리고 해고자 복직 문제였다.
10월 14일 협력업체도 생존권 사수 투쟁 침묵 시위를 벌이자 경찰 8개 중대가 배치됐다. 급기야 10월 21일 전남 경찰청이 공권력 투입 검토를 발표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던 한라중공업의 파업사태는 70일 만인 10월 26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현대중공업과 한라중공업 노사 대표들은 기존의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위탁경영기간 중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으며, 체불 임금을 전액 지급한다는 등 쟁점사항에 잠정 합의했다.
2개월 넘게 지속된 파업사태로 400억원의 매출 손실은 물론 해외신인도 추락으로 수주에 차질을 빚는 등 눈에 보이지 않은 손실도 컸다. 삼호조선소의 정상 가동까지는 2~3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 현대중공업>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