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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업계, 표절시비 법정공방으로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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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업계, 표절시비 법정공방으로 '자중지란'

텐센트·넷이즈·바이트댄스 소송전 심화…산업계 악영향

텐센트 '왕자영요'를 플레이하고 있는 한 중국 소년의 모습.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텐센트 '왕자영요'를 플레이하고 있는 한 중국 소년의 모습. 사진=AP통신·뉴시스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표절' 문제로 비판을 받아온 중국의 대형 게임사들이 서로의 창작물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강경 규제 기조, 글로벌 시장으로부터의 고립 문제 등과 결부돼 중국 게임산업 전체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전망이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의 핵심 자회사인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중국 제2 게임사이자 세계 5대 게임사로 꼽히는 넷이즈를 고소했다. 넷이즈가 올 1월 동남아시아 시장에 선보인 슈팅 게임 '하이퍼 스쿼드'가 자사 게임 '발로란트'를 표절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텐센트는 '틱톡'을 운영 중인 중국의 바이트댄스와도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트댄스의 자회사 문톤의 '모바일 레전드 뱅뱅'이 표절작이라는 이유로 중국 자회사 티미 스튜디오의 '왕자영요',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내세워 두 차례나 소송전에 나섰다.

문톤은 이 과정에서 텐센트의 주장을 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사측의 평판을 떨어트렸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걸며 반격에 나섰다. 재일재경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시작된 소송이 올 10월 문톤이 승소로 마무리 돼 텐센트로부터 22만위안(약 4163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위)와 넷이즈 '하이퍼 스쿼드' 이미지.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위)와 넷이즈 '하이퍼 스쿼드' 이미지. 사진=각사

국내 업계는 이러한 소식에 "중국 게임기업 중 '짝퉁' 게임을 만들지 않은 사례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부터 '표절 왕국'이었다"며 이번 소송전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지적했다.

텐센트의 대표적 표절작으로 꼽히는 게임은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유사한 'QQ탕'이 있다. 넷이즈는 텐센트 외에도 지난 2018년, 한국의 크래프톤이 슈팅 게임 '나이브즈 아웃', '룰즈 오브 서바이버'를 자사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표절작으로 지목하며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형 게임사들은 물론 중국의 중소 게임사들의 표절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올 8월 국내 출시된 '탕탕특공대'는 영국 인디 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 국산 인디 게임 '매직 서바이벌'의 표절작으로 꼽힌다.

베트남의 블록체인사 스카이 메이비스가 개발한 '엑시 인피니티'는 게임 속 캐릭터를 육성하고 진화시키는 구조로 인해 '블록체인계의 포켓몬스터'로 불린다.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이름은 엑시 인피니티고 자료 사진으로 포켓몬스터을 내건 앱이 등록돼있다. 이 앱의 개발사는 중국 홍콩에 위치해있다.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중국산 게임 '엑시 인피니티' 이미지. 포켓몬스터의 등장하는 '이상해씨'가 버젓이 등록돼있다.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중국산 게임 '엑시 인피니티' 이미지. 포켓몬스터의 등장하는 '이상해씨'가 버젓이 등록돼있다.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계속되는 표절 논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업계 자체의 자정 노력은 물론, 정부의 개입 역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중국 정부는 적절한 조치가 아닌 강경 규제로 '충성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는 그간 미성년자 게임 이용을 주 3시간으로 제한하는 강경 셧다운제를 발표하거나 온라인 게임 출판심사번호(판호)를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발급하지 않는 등 강력한 규제를 선보여왔다. 올 10월에만 봐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마무리돼 이러한 기조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11월 말 돌연 '제로 코로나'를 이유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등록 심사 업무를 전면 중단하는 형태로 또다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 일변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게임업계의 고립으로 이어졌다. 이미 PC 게임 유통망 스팀과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글로벌판과 별도로 중국 전용 버전이 서비스되고 있다. 또 '포트나이트', '로블록스'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등 글로벌 히트작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상하이 소재 다쉬에(Daxue) 컨설팅은 이러한 고립주의적인 기조가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는 게임·엔터테인먼트·메타버스 등의 분야를 원하는 대로 주무를 수 있을 만큼 연구해왔다"며 "중국 콘텐츠분야의 중앙 집중화, 고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